"학생들이 공부에 재미 붙이는 데 많은 노력 필요했다"

 

취업 때문에 대학가가 비상이다. 전문대학은 물론, 4년제 대학들도 취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년 동안 매년 10% 이상 취업률이 뛴 대학이 있어 이목을 끈다. 바로 전주비전대학이다. 지난 2010년 취업률 50.2%로 전국 전문대학 중 108위였던 전주비전대학은 2011년 취업률 66.6%를 기록하며 42위로 껑충 뛰어오르더니, 올해는 72.2%로 전국 10위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에만 대기업에 140여명을 취업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취업률 상승의 중심에는 홍순직 총장이 있다.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부이사관으로 공직생활을 마치고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자동차, 삼성미래전략위원회, 삼성SDI 등에서 근무했던 그가 2년 동안 어떤 일을 했기에 취업률이 대폭 상승했을까. 홍 총장을 만나 그 비결을 물었다.(대담=구희천 국장)

- 학교에 부임했을 때 첫 인상 어땠나.
“재단의 부름을 받고 전주비전대학에 총장으로 와 보고는 많이 놀랐다. 실습동을 가보니 밑바닥에 기름때가 굳어 있고, 청소도 제대로 안 돼 있었다. 기업의 경우 생산을 늘리려면 생산관리를 잘 해야 한다. 그러려면 불량률을 낮춰야하고, 불량률을 낮추려면 우선 정리정돈부터 잘 해야 한다.”

- 먼저 청소부터 해야 했을 것 같은데.
“그렇다. 전 직원에게 ‘같이 청소하자’고 했다. 나는 변기 청소를 맡았다. 손잡이 달린 솔로 변기를 닦았는데, 낡은데다 때까지 껴서 그런지 아무리 문질러도 잘 닦이지 않았다. 그래서 고무장갑을 끼고 독성 강한 세제를 뿌려가며 철 수세미로 문지르니 그제야 닦이기 시작했다. 변기 세 칸을 닦으니 하루가 다 갔다. 모두 퇴근한 뒤 새벽 두시까지 책걸상 정리하고 불도 다 내가 껐다. 총장이 이렇게 나서니 교직원들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차츰 자연스럽게 교직원들도 정리정돈 하는 습관이 들었다.”

- 대폭 상승한 취업률 가장 눈에 띈다.
“대학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취업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몇 명을 기업에 보내느냐가 능사가 아니다. 취업의 질(質)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대기업에 취업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로 대도시에 있는 대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망이 크지 않은 듯 보였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 대기업 취업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삼성반, LG반, OCI반 등 대기업 취업반과 우량 중소기업 취업반을 만들었다. 학생들한테 ‘정규수업 끝나고 와서 공부하라’고 했다. 처음엔 거부감이 역력했다. 그래서 꾀를 냈다. 마침 학교 근처에 (주)하림 공장이 있어 ‘학생들에게 먹일 거니 닭을 좀 달라’고 부탁했다. 한 달에 200여 마리를 받을 수 있었다. 월요일을 ‘닭 먹는 날’로 정하고 화요일은 ‘호두과자 먹는 날’, 수요일은 ‘피자 먹는 날’, 목요일은 김밥, 금요일은 과자먹는 날로 정했다. 그제야 학생들이 대기업 취업을 위한 ‘과외수업’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 학생들의 취업반 과외수업 자세는.
“학생들을 모으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수업이 잘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어려운 걸 가르쳐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일례로 대한항공에서 정년퇴임한 이를 초청해 옷 입는 방법을 비롯해 면접에 임하는 태도 등을 가르쳤다. 학생들이 공부에 재미를 붙이니 마침내 대기업반이 제대로 돌아갔다.”

- 시험준비만으로 대기업 입사 힘든데.
“LG디스플레이가 경기도 파주 산업단지에 있다. 지방 전문대학 학생들이 파주까지 찾아가 시험 보고 돌아오는 것도 힘든 일이다. 그래서 학교 버스에 지도교수도 태우고 면접장까지 동행했다. 총장과 지도교수가 학생들을 데리고 올 정도니 LG에서도 놀라워했다. ‘총장과 교수가 데려오는 학생들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렇게 LG디스플레이의 물꼬를 텄고, 이어 삼성에도 슬슬 취업이 되기 시작했다.”

- 캠퍼스에 취업성공 현수막 많이 걸렸다.
“대기업에 학생들이 많이 취업했다는 것을 알리려 ‘어느 기업에 누구누구가 붙었다’고 현수막을 붙였다. 한번은 학생회장이 ‘현수막을 개인별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왜 그러나 싶었는데 주말에 부모를 모셔와 자기 이름이 붙은 현수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것이었다. 대학 전체가 100여장이 넘는 현수막으로 뒤덮이기도 했다. 개인별 취업축하 현수막이 빛을 발했다. 우리 대학에 입학하겠다는 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주비전대학에 가면 대기업 갈 수 있다’는 소문도 퍼졌다. 실제로 올해 수시1차 평균경쟁률은 3.3대 1이고 어떤 과는 30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 총장으로서 보람도 상당히 컸을 것 같다.
“취업이 잘 되면 대학에 활력이 돈다. 그럼 나뿐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신바람이 나고,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대기업 붙은 학생들의 학부모들을 대학으로 불렀다. 어떤 학부모는 ‘학교에서 오라고 해 얘가 또 사고를 쳤나 싶었는데 대기업에 붙어 놀랐다. 부모가 버린 자식을 대학이 키워줘 고맙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또 어떤 학부모는 ‘아이를 잘 가르쳐줘서 고맙다’며 옥수수며 쌀 등 먹을 것을 보내주시기도 했다. 총장으로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

- 그런데 지난 2월 교과부 감사를 받았다.
“2년 동안 취업률이 10%씩 뛰니까 교과부도 놀랐을 것이다. 전주에 있는 전문대학, 학생도 제대로 못 채우던 전문대학의 취업률이 급격히 상승하니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교과부 감사에서는 취업한 학생들 면담도 하며 꼼꼼히 살폈다.”

- 올해 WCC에 선정될 수 있었는데.
“감사에서 적발된 게 별로 없었다. 다만, 7년전 모 학과 홈페이지에 잘못된 취업률이 게재됐는데 그걸 미처 삭제하지 못했다가 취업률 감사에서 적발됐다. 현재 기준 정보공시 취업률이 아닌 2006년도 내용이고, 시정 통보를 받아 수정했다. 그런데 그게 WCC 선정에 걸림돌이 됐다. 허위취업이나 취업통계 허위작성 등 중대 과실이 아니더라도 취업률 감사에 적발된 게 하나라도 있으면 무조건 WCC에서 탈락된다. 전주비전대학은 올해 WCC 후보 대학들 중 최상위권 이었다. 내년 취업률이 80% 이상 나올 거다. 내년에는 선정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 대체로 기업과 학생 간 미스매칭이 심하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원하는 취업처는 대기업이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는 없다. 중소기업이 가진 장점은 대기업에 비해 자신의 업무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고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면 대기업에 비해 승진의 기회도 훨씬 많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중소기업의 장점을 제대로 인식시켜 나가는 교육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또한 근무환경을 개선시켜 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열악한 근무환경은 구직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최대의 걸림돌이다. 기본적인 냉난방 시설과 방음, 흡진장치 등을 갖춰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자체는 중소기업에 고용비용을 일부 지원해주는 것은 물론 시설개선자금과 기숙시설, 임대 주거비 등을 저리로 지원해 주는 정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구조적으로 취업이 힘든 학과도 있지 않나.
“미용학과나 태권도 학과가 그렇다. 이런 업종은 4대 보험 적용이 잘 안 된다. 그래서 4대 보험이 가능한 대형 미용실 등을 직접 방문했다. ‘이철헤어커커’에 학생들을 데리고 가 취직 좀 시켜 달라고 하니 이철 씨가 놀라워했다. 대형 뷰티숍을 비롯해 올해 여름방학 때 317곳의 기업을 방문했다.”

- 학과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할 것 같다.
“물론이다.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게 전문대학의 역할 아닌가. 그렇다면 수요가 많은 쪽으로 따라가야 한다. 전문직업인 양성에 힘써야 하는 전문대학은 특히 그렇다. 수요가 감소하는 분야는 줄여 나가고, 간호·물리·치위생 등 취업도 잘 되고 수요가 많은 보건 쪽은 늘릴 예정이다. 전문대학에 닥칠 위기에 대한 해법은 4년제 대학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취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구성원 모두가 전력을 다해 나갈 것이다.”

(정리=김기중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홍순직 총장은...

동국대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인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전 상공부 행정사무관으로 입사해 1995년 전 산자부 부이사관으로 퇴임했다. 이후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삼성SDI 부사장, 삼성미래전략위원회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밖에 한국학술진흥재단 BK21위원, 한국회계기준원 자문위원, 정부산하기관 공동경영평가단 위원, 농림수산식품부 과학기술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지난 2010년 10월 전주비전대학 총장으로 취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논점 회계학>, <원가회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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