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수 경기과학기술대학 총장

우리나라 잠재성장율의 하향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아직 진정한 선진국에 진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벌써 노쇠한 선진국의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 끝없이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무서운 중국’만큼의 성장세는 바라지 않더라도,지친 선진국들의 침체 바이러스에 우리나라도 감염된 것이 아닌가 매우 우려스럽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잘 버텨나가는 국가들이 있다. 위기 속에서 이들 국가의 장점이 더 빛나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더 크게 느껴진다. 바로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든든한 산업경쟁력을 기반으로 선전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튼튼한 대·중·소기업의 상생적 산업구조와 강한 기술력, 그리고 산업 저변에 실력 있는 산업기술 인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많은 기술인재(마이스터) 양성 시스템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기술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가치관과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가장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학제와 직업교육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일찌감치 진학과 직업교육 중에서 진로를 택하고 한 우물을 파서 전문가가 되도록 사회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학력인플레와 비전문가를 양산하는 학제 및 사회 풍토로 인해 취업난과 구인난이 병존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육성하고 사회적 편견을 시정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가서 대학교육도 실용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폭 전환해야한다. 전문대 전반을 특성화하고 질적 수준을 끌어 올리는 노력과 함께 전문대의 ‘전문성’을 심화하는 근본적 학제 개편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기초학력(수학, 물리학, 화학 등)이 취약한 실업계고 출신 또는 인문계고 출신 학생들이 2~3년간의 짧은 전문학사과정을 이수한다고 해서 독일과 같은 ‘마이스터’가 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마이스터고의 3년 과정 만으로는 산업기술의 첨단화, 융합화라는 최근의 추세에 부응하기 어렵고 ‘선취학 후진학’을 통한 학사(전문학사)취득은 보완책은 될 수 있으나 효율성에는 한계가 있다.

필자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 ‘마이스터대학’을 제안한다. ‘마이스터대학’의 기본 개념은 현행 마이스터고 수준의 고교과정과 일정 수준의 전문대학과정을 통합하여 충분한 수업연한(5년)을 통해 직업교육 track의 질적 수준 과 완성도를 높이고, 특별한 학위(‘마이스터학사’)수여와 사회적 우대를 통해 진정한 전문 기술 인재(마이스터)를 양성하여 국가의 산업기반을 튼튼히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두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통합형’으로서 특정 대학을 ‘마이스터대학’으로 지정(신설 또는 전환)하여 고교/대학 통합과정(5년제)을 운영하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분리형’으로서 기존의 마이스터고(또는 일정수준의 특성화고)와 전문대(‘마이스터과정’)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되 밀접하게 연계시켜 일관되고 체계적인 집중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또한 학교 전체를 ‘마이스터대학’으로 운영하는 방안과 학교내 일부(특정학과/학부)를 ‘마이스터과정’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겠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특정대학 전체를 5년제 마이스터대학(통합형)으로 운영하는 것이다.마이스터대학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대학역량, 우수학생 충원 시스템, 충실한 실용교육과 엄격한 학사 및 인성 관리, 산학일체형교육과 취업의 보장, 우수한 복지시설 등 특별하고 엄격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며, 학비면제(또는 파격적 저가), 병역특례 등 특별한 배려가 강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마이스터대학은 심도 있는 전문기술지식, 인성, 어학 등 역량을 갖추고 미래 국가 산업을 견인해나갈 글로벌 기술인재를 양성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학제 개편을 위한 법.제도가 마련되어야 하고 필요한 재정이 확보되어야 하며 우수 대학(특히 전문대학)의 적극적 동참이 필요하다. 또한 마이스터대학 출신자(‘마이스터학사’취득자)에 대한 사회의 높은 평가와 그에 상응한 대우가 전제되어야함은 물론이다. 마이스터대학이 이러한 취지대로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우리사회에서 실용교육이 뿌리를 내리고 국가 산업 경쟁력이 튼튼해져 우리나라가 다시 한 번 날개를 펴고 독일처럼 ‘위기에 강한’ 산업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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