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민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요즘 대학생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일까? 취업과 방학 중에 찾아야 할 일자리, 등록금 마련 등 민생에 관련된 일들이 많다. 학내 곳곳에는 대부분 취업이나 진로에 관한 정보들로 가득 차 있다. 정치 얘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대학생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정치인 팬클럽으로 활동하고, 페이스북에서 정치인과 친구가 되기도 하며,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을 올리기도 하지만 선거 참여율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요즘 부쩍 많이 들려온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코앞에 다가온 선거를 앞두고 법을 바꾸자고 주장하다가도 선거가 끝나면 다음번 선거 때까지 또 잠잠해 진다. 선거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고 국민 개개인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엄청난 일인데도 정치권에서는 마치 나만 유리한 게임의 룰을 만들고, 상대를 떨어트리는 모델을 만들어 내는데 올인하는 모습이다.

대학의 책무 중 하나가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것인데도, 건전한 선거참여 방법을 교육하거나, 국민의 권리와 책임을 이행하고 그 결과에 대해 수용할 줄 아는 민주시민을 교육하는 일에는 무심하다. 개인의 출세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우리의 교육 현실과 선거에서는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우리의 정치 현실이 결코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한 현실이 결합되어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커지고 그로 인해 받는 피해는 고스란히 젊은이들과 우리의 미래에 전가될 뿐이다.

정치적 무관심은 크게 세 가지 인식에서 출발한다. 정치는 평범한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지배 집단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 어느 후보자가 당선되어도 내 인생에는 큰 변화가 없을 거라는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 상실, 그리고 투표하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큰 편익을 준다는 인식 등이다. 이 중에서도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 상실’에 있다고 본다.

최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아직도 지지하는 후보자가 없다는 답변이 20%에 이르고, 그 이유를 ‘정치인들이 국민과 상관없는 그들만의 권력 다툼만 하고 있어서 투표에 관심이 없다’고 대답한다. 특히, 성인이 될 때까지 후보자 지지결정 방법을 배운 적이 없고, 정책의 지지와 결과에 대해 예측하는 방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대부분 미디어를 통해 정치현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대학생들에게는 가혹하리 만큼 게임의 논리로 전개되고 있는 작금의 정치현상에 대해 무관심 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상황은 다르지만, 지금의 40∼50대 세대들이 20∼30년 전 그들이 20대 일 때 투표 참여율은 높았을까?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그들도 20대 때에는 정치에 냉소적이고 무관심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정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어 점차 투표 참여율이 높아졌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현재의 20대 대학생들만 탓할게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순천향대 사회과학대와 아산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관리 인턴십과 공직선거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개발, 운영하기로 협약하였다. 선거에 다소 냉소적이던 학생들이 교육과 업무에 직접 참여하면서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관리에 참여하는 160명의 학생들은 정파적 입장에서 벗어나 정치 프로세스의 국가적 중요성과 선거결과의 엄중함을 체험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개인의 스팩 쌓기에 몰두하느라 선거에 무관심하거나 여론 몰이식 게임의 정치에 휩쓸려 버린다면, 우리 국가의 미래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대학들은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본연의 책무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때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