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고려·이화 등 9개교… 관리감독 부서 없어 규정 사문화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전국 주요 대학들이 사립학교법상 의무화돼 있는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나서서 규제해야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에는 이를 감독할 주무부서가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있는 상태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 연세대 등 9개 사립대가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하지 않고있다. 이들 대학은 △고려대 △동덕여대 △목원대 △백석대 △성균관대 △영산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이다.

지난 2006년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립대 최고 심의기구로 설치하도록 되어있는 대학평의원회는 대학의 △발전계획 △학칙 제·개정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추천 등 대학 운영에 관한 주요 사안을 심의하는 기구다. 대학들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예산 편성 등 학내 중점 사안을 결정하기에 앞서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 교과부, 대학평의원회 구성 감독할 책임부서 없어 = 문제는 이를 감시감독 해야 할 교과부에 대학평의원회 미구성을 규제할 부서가 없다는 것이다. 대학관련 사안은 △대학선진화과 △국립대학제도과 △사립대학제도과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 중 어디에도 대학평의원회 구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부서는 없다.

학생들은 대학평의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나 주요 대학들은 교과부에 이를 규제할 부서가 없다는 점을 악용,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계속해서 미루고 있다. 교과부 역시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나 위원히 설치를 강제하거나 미설치 대학에 대해 강제할 근거가 없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화여대 정나위(사회 4) 전 총학생회장은 “학생은 대학 구성원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학교운영에 의견을 개진할 통로가 전혀 없다”며 “학생의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대학평의원회는 반드시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김보수(경영학 4) 전 총학생회 교육국장도 대학평의원회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학교에 요구해왔지만 학교는 ‘기다려달라’는 답변만 반복하며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미루고 있다”며 “특히 고려대는 재단의 족벌체제 운영이 문제가 되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대학평의원회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사립대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립대학제도과 박지애 주무관은 “대학평의원회 구성은 학내사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나서기 어렵다”며 “각 학교의 학칙에 따라 평의원 구성이 달라질 수 있어 이를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대학평의원회, 학생 대표 평균 1명…‘유명무실’ = 대학평의원회가 구성됐지만 학생 대표가 1명만 포함되는 등 형식적으로만 운영되는 대학들도 있다. 특히 사립학교법에 구성비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어 대학들이 이를 악용, 학생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우석대 고성민 총학생회장 당선자는 “대학평의원회에 학생 대표가 1명에 불과해 의견개진이 어렵다”며 “예산이나 건설안 등 회의에 올라온 안건도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회의 자체가 형식적으로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한림대의 경우도 대학평의원회는 구성됐으나 학생 대표는 1명에 불과하다. 교수는 5명이다. 직원과 외부인사가 각각 2명, 그리고 동문도 1명 포함됐다. 한림대 이동근 총학생회장 당선자는 “교수가 5명인 만큼 학생대표도 절반수준인 2,3명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평의원회 인적 구성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0조의6항을 따른다. 이 조항은 ‘대학평의원회 구성은 교원·직원 및 학생 중에서 각각의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자로 구성하되, 동문 및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를 포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항 어디에도 인적구성 비율에 대한 규정이 없어 학교 측 마음대로 구성비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전국 대학평의원회 평의원 중 학생은 168명으로 이는 전체 평의원 중 13.2%에 불과하다. 반면 교수의 경우 497명으로 전체 평의원 중 39.1%를 차지해 가장 많은 평의원 구성단위로 나타났다. 그밖에 동문 및 기타 평의원 309명(24.3%), 직원 298명(23.4%) 순이다.

■ 교과부, 대학평의원회 구성에 적극 나서야 =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학평의원회 구성하지 않은 대학들에 대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정진후 의원(진보정의당)은 “대학평의원회의 구성단위별 현황 중 학생 비율이 가장 낮아 대학평의원회의 학생참여가 보여주기에 그치고 있다”며 “이는 사립학교법의 입법취지 자체를 도외시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교과부가 사립학교법 개정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하지 않은 사립대에 시정요구만 하는 것은 감독기관으로서 안이한 태도”라며 “교과부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대학평의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대학은 재정지원사업에서 탈락시키는 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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