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보수와 진보의 치열한 접전 끝에 보수진영의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오는 2월 25일 대통령이 될 박근혜 당선인에게는 선거기간 공약으로 내걸은 국민대통합, 중산층 살리기, 양극화 해소 등 산적한 현안이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국가경쟁력의 골간이 될 새로운 패러다임의 고등교육정책 수행 역시 핵심 정책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 들어설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을 살펴보면 우선 반값등록금에 대해서는 고등교육재정지원법을 제정해서라도 소득수준에 따라 국가 재정에서 차등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대 살리기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대학사회의 엄청난 반발을 야기한 대학구조조정 및 평가 방식에 대해서는 조정이 불가피해 개선방향을 찾고 있다.

새 정부의 이러한 교육정책 변화를 앞두고 대학사회에서의 요구사항도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글로벌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교육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학생들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문제는 정치적·사회적 관점이 아닌 학생 중심적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 학생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하나같이 맞는 말이고 경청할 대목이다.

그러나 정작 대학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고, 대학사회의 주류(主流)인 교수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로지 정부에 요구하고 바라기만 할 뿐 자신들은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도 다짐도 없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학사회가, 그것도 교수사회가 변해야 글로벌 인재도 양성하고 대학경쟁력과 국가경쟁력도 강화된다.

대학사회에 대한 인식은 예전에는 지성의 전당이요, 학문의 상아탑이며 오피니언 리더 그룹으로서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비효율의 전형이며 그들만의 성(城)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세상과는 전혀 유리된 사회에서 호의호식한다는 부정적 인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정년(tenure)교수, 비정년트랙 전임교수, 겸임교수, 시간강사 중 가장 학생들에게 열정적이고 경쟁력을 길러주는 교수는 바로 ‘시간강사’라는 대학생들의 강의평가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교육의 목적이 연구와 학생교육이라면 강의보다 연구에 매진하는 교수들은 연구 성과 극대화를 위해 자신을 내던져야 한다. 일본이 과학부문 노벨상을 16개나 타는 동안 ‘우리는 뭘 했나’라는 치열한 반성도 곁들여야 된다. 연구비 횡령하고 연구원, 조교들 일당 빼먹는 교수가 아니라 자비를 털어서라도 연구 성과를 내는 교수들이어야 한다. 연구사업 수주를 전담하는 교수들이라면 학교 재정에 눈에 띄게 기여할 정도로 연구사업을 수주하고 산학협력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보직을 맡은 교수라면 본인이 총장, 재단이사장이 된 것처럼 학교 발전을 위해 몸을 던져야 한다.

연구보다 강의를 전담하는 교수라면 학생들의 진정한 멘토로서 학생들을 친자식 이상으로 여겨 열정과 애정으로 가르쳐야 한다. 본인들의 자식들은 외국 유학 보내고 지도하는 학생들은 지각을 하든, 수업시간에 자든, 결석을 하든 말든 준비한 교재를 읽어만 주고 넘어가는 교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1명의 교수가 열의를 가지고 강의하면 학생 몇 백명의 인생목표가 바뀐다. 학생들을 자신의 모교에 대한 애교심과 자부심이 가득하게 만들고, 자신감으로 가득찬 국가의 인재로 키워낼 수 있다.

실제 그렇게 온 힘을 쏟아 부어 제자를 교육하는 교수가 많이 있다.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학생들이 그들을 ‘엄마,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를 정도다. 이런 교수들이 존재하는 한 대학은 입학정원, 재학생충원율, 취업률 따위의 정부 평가기준은 걱정 안 해도 된다.

대학사회 구성원이, 특히 교수사회가 변하면 대학교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정부의 고등교육정책도 줄 세우기식 평가 같은 미시적인 차원에서 좀 더 거시적인 차원, 좀 더 글로벌한 차원에서 검토되어질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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