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을 정리하기 위한 대학 구조조정이 한창인 가운데서도 여전히 사학비리가 터져 나온다. 지난 연말에 터진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 씨 구속사건은 사학 설립자가 대학을 어떻게 돈벌이로 이용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4년제 대학 2개와 4개의 전문대학을 설립한 뒤 장기간에 걸쳐 교비를 횡령했다. 건설회사를 따로 설립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대학의 공사를 독점 수주, 대금을 부풀려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빼 먹은 것이다. 최근 5년 동안 횡령한 교비만 해도 무려 1000억 원이 넘는다.

대부분의 사학비리는 소유권을 가진 설립자나 총장, 이사장에 의해 저질러진다. 이 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학교와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조성된 교비를 자신의 쌈짓돈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비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작년 12월 구속된 김승태 안양대 총장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경찰에 따르면 안양대 설립자 아들인 김 총장은 2010년 1월 연수원 부지 명목으로 태백시 소재 토지(2만7000여㎡)를 감정가 15억9000만원보다 3배 이상 비싼 가격(54억 원)에 매입한 뒤 매도자로부터 그 대가로 7억8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대학 홍보물 구매를 담당하는 광고업체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업체로 변경하면서 납품대금으로 20억4000만원을 지급한 뒤 이 중 1억 7000만원을 그 대가로 돌려받았다. 이렇듯 굵직한 사학비리는 모두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조성된 교비를 빼돌려 발생한다. 자신이 설립한 학교를 자신의 소유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 학생교육에 사용해야 할 교비까지 자신의 쌈짓돈으로 인식해 비리를 저지른 것이다.

대학 설립자나 소유자(오너)가 건전한 육영의지를 갖고 학교를 경영하지 않으면 사심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횡령 등의 비리가 터져 나오게 된다. 애초에 육영의지를 갖고 대학을 설립했더라도 중간에 욕심이 생길 수 있다. 또 설립자가 사망한 뒤 그 후손이 대학의 경영을 맡게 되면서 비리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사학비리를 저지른 설립자나 이사장·총장에 대한 처벌이 가벼운 것도 문제다. 실제로 이 씨의 경우 1998년에도 교비 40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으나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교육당국은 감사인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기 전에 문제가 있는 사학부터 철저히 점검해 비리 사학을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 또한 사학비리로 물러난 구(舊)재단 중심으로만 정 이사를 선임할 게 아니라 사학의 공공성을 염두에 둔 법인 정상화를 꾀해야 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비리로 물러난 구 재단이 다시 경영을 맡은 경우 문제가 많았다. 임시이사가 파견됐던 때보다 법인 전입금은 줄었으며, 일부는 법정부담금 지출은 못하면서 법인 인건비와 관리·운영비는 늘렸다. 또 법정부담금은 내지 않으면서 종합편성채널에 수억 원을 투자해 물의를 빚은 대학도 있었다.

사분위가 지난 5년간 법인 정상화를 결정한 20개 대학 가운데 15개교에서 구재단 추천 이사가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사분위가 사학의 공공성보다는 사적소유권을 중시한 결과다.

그러나 사학은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갖는 교육기관이다.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70~80%를 담당하며, 매년 수조원의 국고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반값 등록금 논란으로 국가장학금 규모는 매년 늘어날 전망이다.

국고가 투입되는 것만큼 사학의 공공성도 강조돼야 한다. 향후 몇 년 내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투자되는 예산도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수준인 GDP의 1% 수준(12~13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사학의 설립자나 그 유족들은 개교이념이나 사학정체성만 내세우며 사적 소유권만 주장할 게 아니라 어떻게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정부도 대학에 대한 국고 지원이 늘어나는 만큼 감시를 소홀히 해서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사학 내부를 감시하기 위한 개방이사제를 이행하지 않는 대학은 지금도 수두룩하다. 특히 비리가 심각하거나 부실한 사립대는 국고가 투입되기 전 구조조정을 통해 개혁을 하거나 퇴출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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