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6일 출범했다. 인수위에는 총 22명의 분과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현직 대학교수가 절반이 넘는 13명이고 교수출신 국회의원이 3명, 여기에 전직 대학총장 1명을 포함하면 무려 16명이 전·현직 교수다. 가히 '교수위원회'라 불릴 만큼 교수들이 많은 것은 정치색 배제, 전문가 중용, 국민 대통합의 세 원칙을 강조하는 박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을 멀리 하려다보니 전문가 집단인 교수사회를 들여다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인수위를 실무형으로 꾸렸다고는 하지만 실무보다는 이론에 치우친, 현실 정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교수들이 주류를 이루다보니 그들이 그려낼 그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인수위 활동을 기회로 본격적으로 폴리페서의 길을 걷게 되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주목되고 있다. 책상물림 위주의 인물들이 당면 현안을 얼마나 냉철하게 파악하여 조정하고 정책으로 끌어낼지 적잖이 걱정하는 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정무적 판단을 해본 적이 없고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박 당선인과 오랫동안 발을 맞춰온 교수들이라 탁상공론의 우려는 없다 치더라도 이론에는 밝은 교수들이 실제 행정에서는 오히려 둔감한 경우를 여러번 목격했다. 오히려 아집과 편견으로 똘똘 뭉쳐 현실과 어긋난 정책을 고집하는 경우는 과거 사례에서 자주 나타난다.

관료나 정치권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해 들러리 역할만 하다 학교로 돌아가는 등 실패한 사례는 현 정부에서도 많다. 조직 생활이나 거친 현실을 온몸으로 부딪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교수들이 행정의 실무책임까지 맡게 될 경우 이론과 다른 현실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전공분야를 불문하고 연구한 결과물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일은 물론 상아탑에서의 진리탐구 못지않게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인수위 참여 교수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야 한다. 그들이 할 일은 정책을 조언하고 생산하는 것이지 직접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에 나설 일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도 학자시절의 지론에 얽매여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국정을 자기 소신의 실험장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교과서적 논리나 외국의 사례로 자신의 전공분야를 넘어 정책 자문에 응하고 정·관계 고위직에 눈독을 들이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인수위원회는 말 그대로 국정을 인수인계하는 한시적 기구다. 다음 대통령의 비전을 구체화하고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을 점검하여 로드맵을 작성하는 곳이기에 전문가 및 실무위주로 구성되어야 하고 교수들이 가장 적합한 전문가 집단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인수위 참여 교수들은 시종일관 본분을 명심하고 다음 정부가 순항할 수 있도록 국정방향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향도가 방향과 속도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행진대열은 대오가 흐트러지고 만다. 부디 권위의식을 벗고 진정한 마음으로 새 정부가 나아가야 할 좌표를 설정한 뒤 사심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캠퍼스로 돌아가길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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