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현 본지 논설위원·경남정보대학 경영계열 교수

 
최근 신문을 펼치거나 지하철을 타보면 대학 광고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대학들이 신입생 모집이나 교수 초빙 등 특별한 시즌에 맞추어 집중적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 내용을 보면,  ‘취업률 ○위’, ‘재정지원 사업 ○년 연속 선정’, ‘글로벌 인재양성’ 등 학교 자랑만 줄줄 늘어놓는 것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지방의 모 대학은 1년 6개월이나 지난 모 민영 뉴스 통신사와 지역 일간지가 보도한 2011년도 지역 취업률 1위 관련 기사 내용을 아예 통째로 광고 지면에 옮겨 놓은 경우도 있다. 물론 정부가 각종 재정지원 사업이나 부실대학 선정에 있어 취업률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활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긴 하지만 ‘취업률 지상주의’에 지나치게 치우친 대학 현실이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 이러한 대학 광고의 단상을 굳이 표현하자면 ‘널리 알리는’ 것이 아니라 ‘취업률만을 알리는’ 즉, 취고(就告)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한국방송통신대가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이 직접 카피라이터로 참여시킨 광고가 화제가 됐다. 광고 카피를 보면,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3대가 함께 다녀요`, ‘엄마도 대학교 MT 갔다올게 ^^’, ‘평범한 나도 해냈어요. 당신도 해낼 수 있어요’ 등 해당대학의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다. 본인들이 실제로 경험했던 일들을 마치 옆 사람에게 이야기 하듯이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친근감을 느끼는 동시에 강한 신뢰감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광고 표현이었다. 대학에서 자랑하듯이 늘어놓는 미사여구가 아니라 수요자를 능동적으로 참여시켰고 수요자와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는 측면에서 ‘인사이트(Insight: 통찰력)’가 단연 돋보였다.
 
대학에 가고자 하는 수요자들의 니즈는 다 같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취업률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가치, 욕구, 꿈 등에 부합하는 가치관에 따라 대학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 대학 광고들은 획일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고, 거의 유사한 광고 표현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인가? 대학마다 가지는 정체성은 분명 다를 것이다.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광고 표현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대학은 지금 학령인구의 자연감소와 경기침체로 인한 취업률 저하, 반값 등록금 이슈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어떤 광고 메시지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대학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광고 표현전략의 도출이 필요하다.  광고 메시지가 대학의 요체(要諦)를 설명하는 도구라면 표현 전략은 그 주장에 생기를 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작지만 참신한 광고 표현 전략의 변화가 수요자의 공감을 얻는다고 봤을 때 한번쯤 대학 광고의 표현전략 변화가 고려되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요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인사이트를 필요로 한다. 한국방송통신대 광고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사이트가 돋보이는 광고의 특징은 사람들을 공감하게끔 만들고 다른 어떤 광고보다도 호소력이 있다. 수요자의 시각과 눈높이를 맞추어야 하고 ‘바로 내 얘기’라는 반응을 이끌어 내야 한다. 대학 광고에 있어 창의적인 표현전략 개발은 수요자와의 지속적인 소통과 끊임없는 통찰이 있어야 가능하다. 가까운 시일 내에 '대학 광고,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접근방식의 대학 광고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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