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본지 논설위원·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이제 곧 전국의 대학 캠퍼스는 풋풋한 새내기들로 붐빌 것이다. 지나간 학창시절의 통제와 강요에서 대학생활의 자유와 해방감으로 약간은 들뜨게 될 대학 신입생들에게 같은 경험을 먼저 겪은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적어도 선배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기를 바라며, 한편으로는 보다 나은 대학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몇 마디 권고의 글을 적어본다.
 
 대학시절은 젊은이들의 미래를 설계하고, 그 설계도에 맞는 주춧돌이나 기둥과 같은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다.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곧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지도나 설계도와 같다. 내가 한옥에 살고 싶으면 한옥을 설계하고, 양옥을 갖고 싶다면 그에 필요한 준비를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를 먼저 찾아서 그 목적지에 가기 위해 가장 쉽고 빨리 갈 수 있는 길로 가야할 것이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가능한 많은 경험을 통해서 내가 가장 좋아하고 또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예전에는 흔히들 ‘백문이 불여일견’, 즉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과 같을 수 없다고들 하였다. 그러나 나는 학생들에게 이제는 직접 보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직접 해보라고 권하면서, ‘백견이 불여일행’, 즉 백번 보는 것보다 한 번 직접 행하는 것만 못하다고 말해주곤 한다. 
 
그렇다. 대학은 바로 학생들이 가능한 많은 경험을 체득하는 시간이다. 경험에는 물론 간접경험과 직접경험이 있다. 자신이 직접 몸소 겪음으로서 직접경험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가능한 많은 것을 경험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면서 자신의 장단점이 파악되고 흥미와 관심분야가 좁혀지고 그래서 자신의 목표와 목적지가 어느 정도 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계명대학교 이진우 전총장이 대학생들에게 “자신만의 차이를 가꾸어 나가라”고 충고 한 적이 있다. 그는 “대학에는 엄밀하게 말하면 학생들을 이끌어줄 선생님도, 뒤에서 밀어주는 부모님도 계시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대학에서 방황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길을 찾아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린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는 공부는 효과적일 수 없다. 남들이 한다고 따라만 하면 그것은 자신의 삶이 아니며, 그러한 삶은 결코 남보다 앞서갈 수가 없다. 물론 먼저 간, 앞서 가는 사람을 따라 가면 미래에 대한 모험, 불확실성, 위험과 시행착오는 줄일 수 있는 보다 안전한 길이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남을 뒤따를 뿐, 앞설 수 없으며, 여기에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안개가 자욱하여 시계가 너무 좋지 않은 날 운전하는, 그래서 마치 미래가 불투명한 인생항로처럼, 앞선 차량의 후미등만 보고 따라가고 있다고 하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우선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조차 모르면서 운전을 하여 시간과 연료만 낭비하게 될 것이며, 다다른 목적지가 내가 가야할, 또는 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 앞서 가던 사람이 가고 싶었고, 가야했던 길이 되고 마는 것이다. 결국은, 내가 가야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나를 인도할 그 길을 다시 찾아야 하는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하게 된다.
 
내가 젊은 새내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결코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각자 자신이 가고 싶고, 가야할 길이 따로 있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남들이 서 있는 긴 줄의 끝자락에 서서 과연 뭐 하는 줄인지, 어디로 가기 위한 줄인지도 채 알지도 모른 채 앞 서 있는 사람들을 따라만 가지 말라는 것이다. 남들이 다 서는 긴 줄에 서서 필요 이상으로 처절하게 경쟁하고 자기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기보다는 자기만을 위한 줄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래서 대학생활은 바로 자신을 바로 알고, 자기의 가야할 길을 찾고 만들고, 자심만의 줄서기를 위한 경험을 축적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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