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기 국책사업 완수·아웃바운드 국제화에 역점

“올바른 대학구조조정, 지역·중소대학 보호 가능”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총장직을 맡은 이후로 모든 열정을 가톨릭대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여러 변화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열정과 교직원들의 희생 덕분입니다.”

박영식 총장의 연임은 예정보다 일찍이 결정됐다. 지난 임기 동안 약학대학 유치를 비롯해 교육역량강화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과 같이 굵직한 국책사업을 연이어 따내 가톨릭대의 위상을 눈에 띄게 높이는 성과를 거두면서 이사회에서도 다소 서둘러 박 총장을 잡은 모양새다. 박 총장은 가톨릭대 역사상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총장이 됐다.

이에 박 총장은 “큰 영광과 함께 막중한 책무를 느끼고 있다”며 새 임기 동안에도 국책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대학을 더 진취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각오와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학 발전을 위해 교직원들을 다그쳐 미안하다는 고백과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직접 소액모금 캠페인을 고안했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속정 깊은 아버지의 면모가 묻어났다.

▲ 박영식 가톨릭대 총장
-연임을 축하드린다. 소회는.
“큰 영광과 함께 막중한 책무를 느끼고 있다. 지난 임기 동안 학생 중심 운영에 집중했던 것이 큰 소득이라고 자부한다. 약학대학 유치, 교육역량강화우수대학, LINC사업 등 이 같은 성과 역시 총장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수와 직원들이 열심히 따라준 것은 물론 학생들까지 자발적으로 대학 홍보에 나설 만큼 받쳐줬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학교 발전을 일군 것이어서 더 자랑스럽다.”

-임기 동안 어려운 국책사업들을 다수 유치했는데 비결이 있나.
“의과대학 토대 위에 약학까지 융·복합해야 미래 신성장동력을 갖출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약학대학 유치에 도전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다른 대학들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우리 구성원들부터도 ‘어려울 것’이라며 우려했지만 자신 있게 도전한 결과 약학대학을 유치할 수 있었다. 불과 3년이 지났지만 현재 우수한 교수진과 연구결과를 갖췄고 학생들도 최고 수준이다. 최근에는 정진석 추기경의 이름을 딴 약학관을 준공했다.”

-소액모금 발전기금 ‘가대사랑’을 직접 기획했다고 들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고안했다. 세계적 경제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 사회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이런 환경 때문에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등록금이 없어 아르바이트에 시달리거나 휴학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사실 처음 교수로 부임했을 때에는 출석률이 낮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을 보고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 학생이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느라 일주일 내내 밤새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연을 알고 난 뒤 생각이 달라졌다. 요컨대 장학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많이 줘야 일을 덜 해도 되고 공부를 더 많이 해 상위계층으로 나아갈 수 있다. 국가와 대학에서 학생의 장학금에 생계비까지 지원해야 본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나 역시 총장 취임 후에는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했다.”

-국제화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도 기울였는데
“4년 전 총장직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추진했던 일이 캠퍼스 국제화다.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국제화는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인바운드(Inbound) 국제화’다. 2009년 문을 연 영어기숙사 ‘김수환추기경국제관’은 집중영어 기숙프로그램 GEO(Global English Outreach)가 운영되는 국제화 베이스캠프나 다름없다. 어학은 곧 문화이기 때문에 24시간 영어를 사용하는 다문화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획한 것이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해외로 나가면 부모의 희생이 너무 크기 때문에 처음에는 교육역량강화사업비를 투자해 무료로 운영했고 지금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미국 워싱턴 DC에 가톨릭대 지부를 설립해 재학생의 미국 현지 연수와 인턴십 기회를 확대하고 현지 교포 자녀와 외국인 학생을 국내로 초청해 한국문화 연수를 실시하는 ‘Explore Dynamic Korea with CUK’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구성원들의 애교심도 눈에 띄게 늘었을 것 같다.
“학생관점의 경영을 강조해 수요자 중심으로 대학을 운영하다보니 학생과 학부모, 동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학교를 만드는 데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선 것 같다. 실제로 학교 발전의 청사진을 공유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학생자치단체 학생들이나 동문들을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각종 국책사업에 선정되면서 받은 국고 예산을 직접 학생들에게 지원하다보니 학생들도 ‘학교가 우리를 위해 뭔가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해 30명 정도로 구성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대학 홍보 동아리를 구성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기뻤다.”

-교수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쓴 부분이 있다면
“학생과 교수, 직원들을 부모·자녀·형제처럼 여기며 순수하게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나 스스로도 그 생각은 단 한 순간도 의심한 적이 없다. 나는 신부니까 먹고 사는 데 고민이 없지만 교직원들은 다르다. 사업이 어려우니 최대한 그들에게 보상해줘야만 이들을 이끌어갈 수 있다. 물론 너무 피곤하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을 잘 키워서 사회 재목이 되도록 하는 일은 결국 교직원들이 해야 하는 만큼 희생하고 봉사할 것을 강조하고, 대신 최대한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교수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텐데.
“어차피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니겠나. 모두가 리더가 가리키는 방향으로만 따라간다면 이미 건전한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이 큰 대학에서 어떻게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겠는가. 총장인 내가 이끄는 방향으로 대학을 운영하되 반대편의 목소리를 듣고 설득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MB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 대학 사회의 잘못된 관행은 하루빨리 씻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의와 부정 등이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학령인구가 격감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윤리적이지 않은 대학들은 발붙일 곳 없이 개혁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문제가 되는 지표를 보완해나간다면 오히려 지역대학과 중소대학이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철저하게 경쟁에만 맡겨놓으면 지방대가 정말 다 말라죽게 된다. 수도권 대학이라도 정직하지 않으면 잘라내야 한다.”

-새 임기 4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여태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가톨릭대를 진취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가톨릭대가 글로벌 시대의 중심으로 우뚝 서서 인류 번영에 이바지하는 대학으로 성장하도록 매진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수행 중인 대형 국책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가톨릭대가 영혼과 철학까지 갖춘 롤 모델 대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가톨릭대 현황 자료를 보며 환담을 나누는 박 총장(왼쪽)과 박성태 본지 발행인.
■ 박영식 총장은…
1954년 경북 김천 출생.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은 박 총장은 가톨릭대 신학과를 졸업한 뒤 로마 교황청 성서대(Pontificium Institutum Biblicum)에서 성서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故 김수환 추기경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었던 당시 비서직을 맡기도 했던 박 총장은 1997년 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장 등을 거쳐 2009년 1월 가톨릭대 총장에 취임했으며 2012년 11월 연임이 결정됐다.

<대담=박성태 본지 발행인, 정리=이연희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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