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할머니, 자격증 15개 취득 등 전문대학 이색졸업생

▲ 전문대학 이색졸업생. 사진 왼쪽부터 조재구, 최상용·손은숙씨 김유정, 김서경 씨.
[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 전국 전문대학에서 졸업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어김 없이 이색 졸업생들이 주목을 받았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역경을 이겨내고 학사모를 받은 만학도를 비롯해 자격증을 15개나 취득한 학생 등이 화제의 주인공이다. 이들의 도전은 아름다웠고, 전문대학의 이름 또한 이들 덕분에 다시 한 번 빛났다.

■ 80세 할머니, 40대 부부 함께 졸업= 지난 2010년 최고령 수능응시자이자 최고령 입학생으로 경인여자대학 교정을 밟았던 조재구 씨(관광일본어과2)는 지난 15일 여든의 나이로 만학도 상을 받으며 졸업했다.

조씨는 “눈이 어두워서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이는 나를 배려해 칠판에 큰글씨로 필기를 하시고, 나에게만 큰 글씨 유인물을 나눠주시던 교수님에 대한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다”며 “일산에서 대학까지의 거리가 상당했지만 학교셔틀버스로 통학하는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대학 측의 배려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조씨는 또 “손녀뻘 되는 학생들이 ‘할머니 할머니’ 하고 따르며 모르는 것은 서로 알려주겠다며 따라줘 너무 고마웠다”고 학생들에 대한 감사의 말도 전했다.

김진수 관광일본어과 지도교수는 “매일 모든 수업에서 가장 앞자리에 앉으셔서 수업에 집중하는 열정을 보이셨다. 아들벌 되는 교수임에도 늘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 타 학생에게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주부학력인증학교인 일성여고를 졸업한 후 경인여자대학에 입학했던 조씨는 졸업 후 방송대 일본어과 3학년으로 편입해 학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림성심대학에서는 40대 만학도 부부와 딸이 나란히 대학졸업을 했다. 한림성심대학 행정과를 졸업한 최상용·손은숙씨 부부와 식품영양과 3학년인 큰딸 최예슬 씨가 주인공으로, 이들은 2년 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이번 달 22일 모두 학사모를 쓰게 된다.

환경정화업체에서 근무하며 야간에 청소차 작업을 하고 있는 최씨가 뒤늦게 대학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아내와의 약속 때문.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여서 배움에 아쉬움이 큰 아내에게 최씨는 “결혼 후에 대학공부를 같이 하자”고 약속했다. 손씨는 중학교 검정고시를 마친 후 작은딸이 고교생이 되던 해에 춘천여고, 방송통신고에 입학하며 대학 진학을 준비했다. 대학에 나란히 진학한 부부는 매일 오후 6시~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수업을 빠짐없이 듣고 시험공부도 서로 도았다. 이들 부부는 대부분 과목 점수가 A+로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최씨는 “대학 공부를 한 2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들이었다. 민법, 부동산학은 생활에도 유용한 지식들이었다”고 말했다. 손씨는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마칠 수 없었을 것 같다”며 “평생 배운 것으로 어딘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림성심대학 평생교육원에서 2월까지 영어 강의를 수강하는 이들 부부는 졸업 후에 전공심화과정에 진학을 고려 중이다. 이들과 졸업하는 딸 최예슬 씨는 “모든 배움에는 때가 있지만,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에라도 도전하면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고 말했다.

■ 자격증 15개, 연세대 가는 학생도= 젊은 학생들의 패기도 만학도들에 못잖았다. 계명문화대학의 김유정 씨는 전문대학을 다니며 모두 15개의 자격증을 따고 졸업한다. 취득이 어려운 국제공인 자격증 등이 다수여서 그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갈 정도.

김씨는 지난 2년 동안 계명문화대학의 특화 프로그램인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으로 ‘MOS(Microsoft Office Specialist) Master’ 자격증을 비롯해 ‘ICDL(International Computer Driving Licence) Module All’ 자격증 등 국제공인 자격증 7개, ‘ITQ(Information Technology Qualification)’, ‘DIAT(Digital Information Ability Test)’, ‘e-Test Professional’ 자격증 등 국가공인·민간자격증 8개 등 총 15개의 자격증을 취득해 지난 7일 졸업식에서 ‘자격증최다취득자’로 선정됐다.

그동안 취득한 자격증들을 무기로 지난 2월 1일에는 모교인 계명문화대학 전산지원팀 취업도 성공했다. 김씨는 “자격증 취득을 통해 새로운 목표에 대한 도전과 이를 성취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며 “장학금은 물론이고 지금은 취업을 통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C프로그래밍 자격증 취득을 목료로 열심히 준비 중이다. “앞으로 자격증 숫자보다 질적인 부분의 향상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실력을 쌓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힌 김씨는 “젊음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두려워 말고 항상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즉각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며 전문직업인을 꿈꾸고 있는 전국의 수많은 전문대학생들에게 “도전하는 젊음이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외고 출신으로 전문대학에 입학한 ‘독특한’ 이력이 학생이 졸업과 동시에 연세대에 편입학해 또 다시 화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 15일 수성대학 호텔관광계열을 졸업한 김서경 씨는 지난 2010년 경남외국어고 졸업생으로 전문대학에 진학, 올해 졸업과 동시에 연세대 국제관계학과로 편입학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김씨는 “외국어를 제외한 내신성적이 좋지 못해 원하는 대학으로 진학이 어려울 것 같아 대안으로 전문대학을 찾았다”며 “전문대학의 글로벌 현장학습(당시 해외인턴십)을 갈 수 있는 대학 진학으로 정했고, 글로벌현장학습을 다녀오면 틀림없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판단해 수성대학을 진학했다”고 전문대학을 지원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외고 출신’으로 전문대학에 진학했지만, 전문대학에서의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김씨는 수성대학에서도 글로벌현장학습을 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수시로 지도교수(최영휴·호텔관광계열)와 상담하는 등 노력으로 지난해 2학기 자신이 원하던 캐나다 클로벌현장학습에 참여할 수 있었다.

밴쿠버 애쉬턴대학에서 어학연수를 거친 김씨는 교육컨설팅 업체서 인턴생활을 했다. 학비는 전액 국비로 지원됐으며, 현지 생활비는 수성대학이 매달 보내줘 돈 한푼 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대학을 졸업하면 컨벤션 분야에 종사하며 글로벌 비즈니스 능력을 키우고 싶다”며 “자신의 꿈을 향해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간다면 틀림없이 도달한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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