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예정됐던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현재로서는 여·야간 견해 차가 커 18일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조직 개편에서 대학들의 관심은 산학협력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여부에 쏠려있다. 이는 산학협력 기능이 미래부로 이관됐을 때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기업과 대학이 손을 잡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산학협력은 크게 교육과 연구를 목적으로 이뤄진다. 부처 이관 방침은 교육보다는 연구에 무게 중심을 둔 선택이다. 대학이 개발한 원천기술가운데 상용화되지 못하는 기술이 많은 상황을 감안하면 인수위의 뜻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미래부가 산학협력을 전담해야만 이런 문제가 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이 개발한 기술이 사업화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데스 벨리(valley of death·죽음의 계곡)’를 극복하는 방안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기술개발 단계에서 대학은 초기 연구에 투자를 많이 하는 반면 산업계는 제품개발과 상용화에 관심을 갖는다. 데스벨리는 바로 이런 간극에서 발생하며 기술이 사장되는 지점도 바로 이곳이다.

따라서 기술개발과 상용화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부처 이관보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대학이 기업의 도움을 받아 기술개발 이전에 시장상황을 판단하게 하고, 상용화 가능성이 큰 기술에 기업이 확신을 갖고 투자를 하도록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를 해결할 방법이 산학협력의 미래부 이관밖에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미래부에서는 원천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부처 전체를 조망하면서 부처 간 협력과 업무분담, 정책을 조율하는 것이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반면 산학협력의 또 다른 기능들을 생각하면 왜 ‘교육부 존치론’이 힘을 얻고 있는지 자명해 진다. 산학협력에는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학생선발, 교원업적평가, 지방대 육성 등 대학교육과 뗄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이 산업계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산학협력을 교육부처와 떼어놓는 것은 악수 중의 악수다. 소수의 연구중심대학을 제외하면 대다수 대학이 교육중심을 표방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대학의 산학협력 기능의 핵심은 연구보다는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 대학과 기업이 접촉면을 넓혀가면서 교육과정에 산업계 요구를 반영해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도 가능하다.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서도 미래부 이관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교원업적평가방식을 바꿔 대학 교수들이 산학협력에 적극 나서도록 하고 있는 게 최근의 추세다. 교수들이 기업과의 긴밀한 관계에서 산업계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교육에 반영해야 대학·기업 간 미스매치를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수들은 산학협력 실적으로는 평가를 잘 받지 못했다. 학생들의 현장실습을 지도할 시간에 논문 한편을 더 쓰는 게 평가에서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 교육당국의 드라이브에 의해 이런 인식이 바뀌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이 대표적 예다. 산학협력을 열심히 한 교수가 논문을 많이 쓴 교수에 못지않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한 게 바로 이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지방대 살리기에도 부합된다. 지방대 육성책의 하나로 특성화가 얘기되지 않은 적이 없고, 지역산업과 연계해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여기서의 강조점도 ‘연구’보다는 ‘교육’에 있다. 취업 경쟁력을 갖는 인재를 양성하고, 이런 인재가 지역 산업에 취업해야 선순환 구조를 얻을 수 있다. 전체를 보지 않고 일부만 보고 판단하면 우를 범하기 쉽다. 산학협력의 부처 이관이 연구개발(R&D)만 보고 교육을 간과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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