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남 전국입학처장협의회 초대회장, “큰 틀은 수용, 대학 믿고 맡겨 달라”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가 지난달 창립됐다. 1백명이 모이면 1백 가지 의견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입시문제는 정답을 찾기 어렵다. 더구나 2008학년도 대입제도에 관한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시를 담당하는 처장들이 전국적인 협의체를 출범시켰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초대 회장에 선임된 박제남 인하대 입학처장은 “내신을 몇 퍼센트 반영하라는 것은 ‘3불’ 아닌 ‘4불’로 비춰질 수 있다”며 “2008학년도 대입제도의 큰 틀을 수용해 내신 50% 반영을 위해 노력하고, ‘3불’은 지키겠다는 것이 전체적인 분위기인 만큼 ‘3불’ 이외 영역에 대해서는 정부가 대학에 최대한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별고사에 대해서도 “본고사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가이드라인을 너무 획일적으로 적용할 게 아니라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 대학을 믿고 맡겨 달라”고 말했다. 박 처장의 임기는 내년 5월 31일까지로 1년간이다. -전국입학처장협의회의 출범 의의는. “개별 대학에 직접적인 도움은 주지 못할 지 모르지만 다른 학교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고민을 공유하면서 학생 유치와 관련된 정보도 포괄적으로 얻을 수 있었고. 특히 소속 대학을 벗어나 전국적인 입장에서 자기 대학의 전형제도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둘 생각인가. “교육부하고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대학에서 원하는 것을 어떻게 교육부에 전할 것인지 하는 측면이 있다. 교육부에 의견을 전하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의견을 수렴해서 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견수렴은 현실적으로도 힘들고, 더 중요한 것은 개별대학, 지역적인 바람을 건의하는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교육부와 협력 문제도 중요한데, 대학에 요구하는 것에 대해 대학 경쟁력을 생각해서 ‘3불’ 이외에는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교육부에 의견을 개진할 생각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3불’에 대해서는 지키겠다는 것이다. 그 이외에 대해서는 대학에 최대한 자율성을 확보해 달라는 것이 주요한 화두다. 3불 이외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방법을 찾아나가겠다.” -2008대입에서 학교생활기록부 50% 반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내신 50% 반영은 ‘3불’하고 관계없는 것이다. 내신 몇 퍼센트 반영해야 한다고 하는 것처럼 ‘3불’ 이외에 또 다른 것을 요구하는 것은 ‘3불’이 아니라 ‘4불’이다. 대학에 어려움을 줄 수 있고,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3불’ 이외에 대해서는 대학을 믿고, 서로를 믿어야 한다.” -학생부 50% 반영은 전체 대학이 다 동의했다고 봐도 되느냐. “(큰 틀에서는) 수용한 것으로 봐야하지 않겠느냐. 내신 50% 반영을 위해 노력하긴 하는데, 형식반영률이 아니라 진짜로 내신 실질반영률이 50%가 된다고 하면 난리가 난다. 중간고사에서 답을 하나씩 밀려서 썼다 치자. 특정과목 하나가 2학년 1학기에 4등급이 됐는데 내신 실질반영률이 50%가 되면 그 과목 하나 때문에 대학 못 간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이런 사건이 몇 건 있었고, 문의 전화도 받는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얼마 전 전국 시·도교육감이 학생부 신뢰도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문제는 학생부를 믿느냐 못 믿느냐가 아니다. A고교와 B고교 학생이 똑같이 10%인데 누구를 뽑아야 하느냐? 믿느냐 못 믿느냐가 아니라 학교 간 격차가 존재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다.” -창립총회에서 수시1학기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없애겠다는 뜻인가. “수시1학기는 빨리 없어져야 한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올해는 방학 중인 7~8월에 모집하기 때문에 공교육 정상화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다. 차이는 있다. 수시2학기는 합격해도 계속 (수능) 공부를 해야 하지만 수시1학기는 그렇지 않다. 2학기 초반의 수업 분위기에 영향을 준다. 수업 분위기를 위해서는 (폐지를)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부 지방대의 경우 경쟁력 있는 전문대하고도 (학생 모집) 경쟁을 해야 하는데 무조건 폐지하라고 할 수 없는 거다.” -협의회 성격에 대해 수도권-지역 간 이견이 있는 것 같다. “지역은 정부에 대해서도 뭔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조금 컸고, 수도권은 협의회가 개별 대학에 구속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얘기했다. 양쪽 다 맞다. 어떤 걸 거느냐가 문제인데, 사안에 따라 전체가 건의할 게 있다. 그러나 수시1학기 폐지처럼 어떤 것은, 서로 토론은 하되 결정은 대학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도 있다.” -당면과제를 뽑는다면. “대학별고사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너무 획일적으로 적용할 게 아니라 대학 자율에 맡겨줘야 한다. 가이드라인이 나쁘다거나 본고사 하자는 뜻이 아니다. 대학별고사가 공교육에 해를 끼친다고 보지는 않는다. 대학에서도 그런 쪽으로 노력하고 있다.” 박 처장은 학생선발에 있어 대학 자율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입시는 대학마다 워낙 입장이 달라 공통의 이슈 찾기가 힘들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 돌아온 답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학생을 뽑자는 것이 공통의 이슈다. 대신 전제는, 대학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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