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 총 1시간 30분 취업지도하고 ‘성공수당 60만원’ 챙겨

▲ 최근 교과부의 ‘부실대학 지정’과 관련, 취업률 지표경쟁이 과열되면서 대학들이 ‘잡매칭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많은 대학이 검증되지 않은 취업알선업체에 막대한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지만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잡매칭업체 취업 성사율 40%, 이마저도 ‘문서 위조’ ‘끼워넣기’ 편법

본지가 입수한 수도권 중소규모 사립 A대학의 잡매칭 문건을 분석해 보면 잡매칭 실태를 좀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1일 취업자 명단을 기준으로 잡매칭 대상자는 185명이고, 2개 업체를 통해 총 92명이 취업했다. 건강보험 가입자는 79명, 미가입자는 13명이었다. 취업률 통계에 잡히는 79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취업 성사율은 42.7%. 업체별로는 T사 52.3%, H사 34.0%다. 잡매칭 업체의 취업 성사율이 30~40%에 불과하다는 대학가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A대는 건강보험 가입자에 한해 취업자 1인당 ‘성공수당’ 60만원을 지급했다. A대 내부 기관에 취업하면 30만원, 건강보험 미가입자와 미취업자에게는 성공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A대는 이런 식으로 지난해 총 4440만원을 잡매칭에 썼다. 8개월이 지난 지금, 이들의 ‘유지취업’ 여부를 알아보려고 명단에 있는 10명에게 전화를 했다.

업체들 실적 부풀리기 편법, 학생들은 “잡매칭이 뭐죠?”

국제무역을 전공한 P씨(26세, 남)는 2011년 말부터 외국계 은행에서 인턴을 했다. 3개월여 인턴을 마치면서 이 은행의 수시채용에 응시해 합격해 지금도 은행에서 근무 중이다. P씨는 당시의 잡매칭 업체의 횡포를 기억에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P씨가 은행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준비해둔 즈음, 모교 취업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취업컨설팅’이 있으니 한번 받아보라는 것. ‘잡매칭’이었다.

컨설팅 업체에서는 일단 자기소개서를 보내달라고 했다. 어차피 써놓은 게 있으니 보내줬다. 얼마 후 컨설팅 회사를 방문해 30분 동안 자기소개서를 첨삭 받고 나왔다. 은행의 1차 서류전형이 통과된 후 이번에는 경기도 외곽에 있는 사무실로 불렀다. 1시간 정도 면접지도를 받았다. P씨는 은행 채용에 최종 합격했다. 인턴이 끝나고 한 달 만이었다.

잡매칭 업체는 P씨에게 입사확인서 등 몇 가지 서류를 요구했다. P씨는 매일같이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장문의 문자 2통, 전화 2~3통에 시달렸다. 전화기를 꺼놓기도 했다. P씨는 자신의 힘으로 은행에 취업했음에도 자기소개서와 면접 요령을 지도받았기에 업체 요구 서류를 보내주기로 했다. P씨가 서류를 보내주자 이번에는 프로필을 활용해도 되냐고 했다. P씨는 성가신 게 싫어서 그냥 쓰라고 했다. 용도는 잡매칭 업체 ‘홍보’였다.

“이 분들이 왜 자꾸 이러나 싶었어요. 알고 보니 학교와 ‘돈 문제’가 걸려 있더라고요. 그 사실을 알았을 때 화가 많이 났죠. 딱히 도움 받은 게 없는데…”  단 두 차례, 1시간 30분을 지도하고 업체는 대학으로부터 60만원을 받았다. ‘성공수당’이다. 1년이 지났다. P씨는 지금도 대학에서 업체에 정확히 얼마를 지불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P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같은 대학의 K씨(여)는 잡매칭 프로그램을 신청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한 사회복지관에 취업했다. 신청자 명단에 이름만 올렸는데 잡매칭 업체에서 건강보험 확인서와, 급여명세서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다. 업체는 K씨를 취업시켰다며 대학으로부터 60만원을 받았다.

B씨(여)는 취재진의 연락을 받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2월, IT회사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B씨는 잡매칭 프로그램에 신청을 한 적도, 참가한 적도 없었다. “교내 취업센터에서 취업관련 수업을 한 번 들은 적은 있어요. 이력서는 학과 지도교수님께 도움을 받았고요. 혼자 힘으로 취업한 거죠.” 학과 사무실에서 취업통계조사차 연락이 와서 취업 사실을 알려준 것 외엔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대학은 역시 잡매칭 업체에 성공수당 60만원을 지급했다.  

심지어 이 대학의 Y씨는 잡매칭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았을 뿐더러 해당기업에 취업한 사실조차 없었지만 성공수당 60만원이 지급됐다. 문서 위조다. S씨는 심지어 잡매칭이 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취업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고 지금 다니는 병원에 자력으로 취업했는데도 대학은 업체에 60만원을 지급했다. 담당자의 실적 부풀리기다. 

잡매칭 업체, ‘6월 1일’자로 자기 회사에도 취업시켜

“업체간 경쟁이 불 붙으면서 이제 잡매칭은 무조건 ‘취업률’이다. 6월 1일 기준 건강보험에 등록시키는 게 목적이다.”(전 잡매칭 업체 H사 대표)

이 대학의 잡매칭을 수임한 T사는 졸업생 4명을 자기 회사에 취업시키기도 했다. 모두 6월 1일자로 취업했고, 6~7월 단 두 달만 근무했다. 대학은 성공수당으로 60만원씩 240만원을 업체에 지급했다. 이들은 인턴급여를 T사가 아닌 대학으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별도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잡매칭에 끼워넣기한 게 의심되는 대목이다. 현재 한 명을 제외하곤 다른 회사에 취업했거나 무직이다. 출근일과 건강보험 가입일이 6월 1일자로 등록돼 있었다. 교과부가 ‘6월 1일’ 건강보험 가입자까지 취업자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잡매칭 대행업체와 대학간 모종의 합의가 없었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취업전문가 Y씨는 “대부분 학생들 스스로 취업하는데, 잡매칭 업체는 취업자들에게 취업확인서 등 증빙서류를 넘겨받아 업체실적으로 처리한다. 대학의 취업담당자들이 이를 눈감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Y씨는 또 “업체가 취업담당자에게 성공수당의 일부를 떼어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경희대 취업진로지원처의 이종구 교수는 “잡매칭 업체가 ‘모집과정’을 대행해 줄 수는 있지만, 채용과정까지 개입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잡매칭 업체도 채용과정에 깊이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문서 위조나 끼워넣기 등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대학을 상대로 잡매칭을 수임한 적 있는 H사 대표도 부정하지 않았다. “6월 1일을 기준으로 이르면 1월부터 잡매칭에 착수하는데, 5개월여 프로그램을 돌려도 정작 학생이 취업하지 못하면 보수를 한푼도 받지 못한다. 업체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건강보험에 가입시키려고 한다. 마감에 다다르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지난해 A대학의 취업률은 56.2%, 전국 121개 사립대학 가운데 58위였다. 졸업생 1666명 중 잡매칭으로만 79명을 취업시켰다. 산술적으로 4.8%p를 끌어올린 셈이다. 잡매칭 취업자를 몽땅 빼버리면 취업률 51.4%로 87위까지 곤두박질친다. A대학은 그러나 ‘잘 가르치는 대학’(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지원사업)에 선정돼 정부로부터 매년 30억원에 가까운 교육비를 지원받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과부 평가대상이 되는 전국의 대학들이 잡매칭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 비단 A대학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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