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사이버대서 대학 중퇴 45년만에 졸업장

▲ 지난 16일 경희사이버대 학사학위를 받은 미치꼬 와일딩 씨(사진 왼쪽)와 그의 남편 알렌 와일딩 씨
[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 “45년 만의 졸업이다. 오늘이 나에게는 정말 뜻 깊은 날이다. 감회가 남다르다.”

경희사이버대가 지난 16일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진행한 ‘2012학년도 학위수여식’에는 해외에서도 많은 졸업생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멀리 캐나다에서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남편과 한국을 찾은 미찌꼬 와일딩 씨(Michiko Wilding, 미국학과 09학번·65세)도 그 중 한 명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국경과 장소를 뛰어넘는 배움의 열정을 보여줬다.

미찌꼬 씨는 지난 1968년 도쿄에서 대학을 중퇴하고 지금의 남편 알렌 와일딩(Alan Wilding·65세) 씨를 만나 결혼했다. 1977년 남편을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됐지만 학업의 아쉬움이 늘 마음 한 켠에 있었다. 그러던 중 3년 전 캐나다에서 만난 한국 친구를 통해 한국의 사이버대를 알게 됐고, 한국어문화학과에 입학했다.

부족한 한국어 실력으로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고, 지난 2010년 미국학과에 2학년으로 전과한 후 올해에 ‘귀한’ 학사모를 쓰게 됐다. 대학 중퇴 이후 45년 만이다.

일본인으로 캐나다에 거주 중인 미찌꼬 씨가 멀리 한국의 대학에서 학업의 꿈을 이어간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바로 그의 아버지다. 미찌꼬 씨의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일본 가정의 수양아들로 입양된 한국인이다. 미찌꼬 씨의 아버지는 그동안 한국인이란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일본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실을 숨길 수 밖에 없었고 이 사실을 안 것은 미찌꼬 씨가 26세 때다.

아버지의 사연을 알게 된 후 자연스레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미찌꼬 씨는 한국을 배우며 조금씩 아버지와 아버지의 나라를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경희사이버대 입학은 아버지의 나라를 공부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 번 3시간씩 한국어 개인과외를 받아가며 수업을 따라가야 했지만 공부하는 것이 행복하기만 했다”는 미찌꼬 씨는 새벽 2~3시가 넘는 시간까지 책상 앞을 떠나지 못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미국학과로 전과한 후 매학기 4.0이 넘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미찌꼬 씨의 남편인 알렌 씨는 “아내의 공부에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컴퓨터를 온전히 양보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며 “경희사이버대는 국경 없이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이다. 우수한 기술과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그 창의성과 가능성에 놀랐다“고 말했다.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미찌꼬 씨는 “오늘이 나에게는 정말 뜻 깊은 날이고 감회가 남다르다”며 “한 가정의 주부로, 1남 3녀의 어머니로 생활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경희사이버대학이 있어 못다 한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버지도 기뻐하실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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