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경쟁력 5위권 진입하고 취업률 60%까지 높일 것”

“소통으로 안정적 개혁 추진 … 대형 사업 유치에도 총력”
“새 정부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조속하게 입법화해야”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변화와 혁신이 없다면 미래도 없습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꾸겠습니다. 전남대의 명성을 되찾고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망설이지 않겠습니다.”

1974년 전남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20대 청년이 이후 40여 년간 학생으로, 교수로 몸담아온 모교의 총장으로 섰다. 그동안 대학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했다. 특히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 등의 심화로 과거 서울 상위권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지역 거점 국립대들마저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낀 지 오래다.

그래서일까. “모교이자 평생직장인 전남대의 위기 극복과 성장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지병문 총장의 목소리에 굳은 의지가 묻어났다. 지난해 12월 21일 4년의 임기를 시작한 지 총장은 “공감하고 동행하는 것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수·직원·학생들과 손잡고 소통과 화합을 바탕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2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지냈나.

“생애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대학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대학이 발전할까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세상에 혁신 없이 영원히 스스로 움직이는 영구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한다. 세계적 기업인 소니, 노키아도 순식간에 추락하는 세상이다. 혁신이 없다면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앞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꿀 생각이다. 교수들의 연구·교육, 학생들의 학습·취업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바꾸고 개선하겠다. 그러나 서두르지는 않겠다. 신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안정적으로 변화와 개혁을 이뤄나갈 것이다.”

-공감·동행·소통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는데.

“대학본부나 총장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이끄는 시대는 끝났다. 인내심과 지구력을 가지고 협력과 설득을 위한 노력을 다해야만 완성도 높은 정책을 내놓을 수 있고 구성원들의 창의성도 높아진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과도하게 집중된 총장의 권한을 과감히 위임하고 분산할 방침이다. 이미 연구·교육 현장의 자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위임 전결 규정을 손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총장과 구성원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각 부처 관리자의 최우선 업무를 구성원과의 소통에 둬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어려움을 구성원과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나가겠다.”

-취임 직후 교수들의 논문 게재 장려금을 대폭 늘렸다.

“거점 국립대의 미래는 연구역량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 대학 상위 10위권 수준인 전남대 교수들의 연구 경쟁력을 임기 내 5위권으로 끌어올려 대학 위상 제고의 견인차로 삼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학 재정의 어려움에도 취임 직후 교수들의 논문게재 장려금부터 확대했다 SCI급 학술지에 게재된 첫 논문에 대한 인센티브를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국내 학술지(등재지)에 게재된 첫 논문에 대한 인센티브를 8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각각 올렸다. 더불어 총장의 최우선 대외활동을 대형 연구 사업단 유치에 두는 등 연구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시스템’ 마련도 약속했다.

“내실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 보다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이것이 우수 신입생 유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 전남대는 학생 1인당 교육비 투자 규모가 거점 국립대 가운데 최고 수준이고 삼성전자, LG이노텍 같은 우수 기업과 취업 보장 맞춤형 인재 육성을 벌이는 등 교육 분야에서 내놓을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교육 지원 시스템은 다소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앞으로 교수 운영을 교육·연구 등 2개 트랙으로 나누고 우수교육교수에게도 파격적인 지원을 벌일 방침이다. 연구에 비해 교육성과는 평가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교육 평가를 위한 객관적인 지표 마련에 힘쓰고 우수 교원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보완하겠다. 이 같은 일련의 노력들을 통해 임기 내 졸업생 취업률을 현재보다 10%P가량 높은 6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연구·교육에 대한 교수 지원을 전부 확대하겠다는 말인데 이를 ‘개혁’이라고 볼 수 있나.

“연구·교육을 열심히 한 교수를 지원하겠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열심히 안하면 지원을 안 하겠다는 말이다. 재원은 한정돼 있다. 모든 교수들을 똑같이 지원할 수는 없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과·실적에 대한 차별화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지방 국립대 역시 우수 교수의 유출이 심각하다. 연구·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열심히 하는 교수를 더욱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수밖에 없다.”

▲ 지병문 총장과 환담하고 있는 박성태 본지 발행인(오른쪽).
-올해 등록금을 최대 1%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전남대는 2009~2011년 등록금을 동결했고 지난해에도 5% 인하했다. 올해 등록금 인하로 2억9000만원의 기성회비가 줄어드는데 이보다 국가장학금, 정부 예산 지원이 많다. 때문에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을 절감해 교육·연구에 대한 투자만큼은 늘릴 방침이다. 국립대 재정의 핵심은 국가 지원이다. 국고 지원금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국회 등에서 활동하며 쌓아온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또 전남대 발전기금 재원이 그동안에는 내부 구성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대기업으로 확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반값 등록금에 대한 생각은.

“현재 교육계, 정치권에서 등록금 문제에 대한 접근을 잘못하고 있다고 본다. 등록금 문제는 공교육의 측면, 보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올해 국가장학금으로 총 2조7750억원이 투입된다. 그런데 서울 사립대들이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등록금을 인하할 것 같은가. 안 한다. 아울러 현재 대다수 사립대의 등록금이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의해 책정돼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지방 국립대의 등록금은 이미 서울 사립대의 반값 수준이다. 또 전국 국공립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이뤄진 기성회비 규모는 1조6000억여원(2010년 기준)으로 국가장학금보다 1조원 이상 작다. 예산을 투입할 거라면 국립대 등록금을 무상화하고 국립대 학생 수를 늘리는 쪽이 돼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사립대 등록금도 자연스럽게 내려갈 수밖에 없다.”

-과거에 비해 지방 국립대의 위상이 크게 하락했다. 전남대도 예외는 아닌데.

“1980년대 초반까지 전남대 일부 학과는 서울 최상위권 대학보다 신입생 커트라인이 높았다. 그러나 현재는 대외적 위상이 크게 떨어졌고 전남대에 대한 염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은 물론 대학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수도권 중심, 사립대 중심의 정부 고등교육 정책에 있다고 생각한다. 안으로는 교육·연구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밖으로는 지방 국립대를 적극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과 관련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그동안 지방 국립대는 해당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고 앞으로도 그 역할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국공립대는 쇠락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국립대가 자기 혁신을 게을리해온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의 역할과 지원이 세계 수준에 비춰본다면 미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새 정부에서는 지방 국립대 발전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입법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대와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정이 안정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전남대 역사에 어떤 총장으로 남고 싶은가.

“1974년 전남대와 첫 인연을 맺고 학생으로서 10년, 교수로서 30년의 세월을 보냈다. 평생을 함께 한 전남대에 봉사할 수 있는 소중한 소임을 받았다. 전남대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앞장서서 최선을 다한 총장으로 남고 싶다. 취업률 60% 달성, 연구 경쟁력 국내 5위권 진입, 대학 발전 재원 확보 등은 임기 내 반드시 이뤄낼 것이다.”

<정리=민현희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 지병문 총장은…

1953년 전남 영광 출생. 전남대를 거쳐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전남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통일문제연구소장, 아시아태평양지역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지방자치학회 부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2004~2008년 제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저서로 <국회 그리고 한국의 정치>, <현대 한국의 정치>, <도시와 지방의 정치 이론> 등이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