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 지역대학의 성공모델을 만들 것”

학생들에게 '기회의 통로'를 만들어 주는 데 주력

[한국대학신문 송아영 기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중요시하고 낙오자 없는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성적이 뛰어나지 않아도 가능성이 있다면, 이런 학생을 발굴하고 키워주는 게 대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모두 최고가 되는 교육을 하고 싶다”는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인터뷰 내내 학생들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애정을 드러냈다. 동시에 지역대학의 발전과 대학교육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신을 밝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해 개교 20주년을 맞은 동서대는 비교적 젊은 대학임에도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사업 선정,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 등 굵직한 성과들을 많이 이뤘다. 빠른 시간 내에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장 총장은 “젊은 대학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가 오래된 대학은 방향 전환이 쉽지 않은 반면, 젊은 대학은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젊은 대학은) 최첨단 분야와 미래의 가능성 있는 분야를 선도적으로 특성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역설했다.

장 총장은 이어 △영화영상 △디자인 △디지털컨텐츠 △IT 등 4개 특성화 분야를 집중 육성해 지역대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 빠른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덧붙였다. 

- 취임 2년을 맞았다. 가장 역점은 둔 분야는.
“학생들에게 ‘기회의 통로’를 만들어 주는데 주력했다. 성적이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1년에 100명 미국에 무료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인 SAP-USA 프로그램에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도 지원할 수 있는 ‘인생 리셋’ 전형을 도입했다. 이 전형을 통해 성적은 나빠도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뽑기 위해 심층인터뷰를 실시했다. 이 중에는 학점이 0.88점인 학생도 있었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인생 스토리가 있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은 과감히 미국으로 보냈다. 0.88학점 학생과 같은 성공담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해외 무료연수자를 선발할 시점이 되면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커밍아웃하는 학생들의 이력서가 수북이 쌓이고 있다.”

- 학생들과 SNS를 통해 자주 소통한다고 들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과 괴리가 생기면 의미가 없다. 현재 페이스북 친구가 5000명인데, 그 중 대부분이 학생들이다. 학생과 소통하면서 의지할 데 없는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총장이 직접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어 학생들 반응도 좋다. 동서대에서 SNS는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를 드러내고 어필하는 좋은 통로이다. SNS 외에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학교 구성원들을 만나려고 노력한다. 매주 목요일 캠퍼스에서 총장과 교직원, 학생들이 함께 김밥을 먹으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인 BBLG(Brown Bag Lunch Gathering), 총장과 함께 하는 학생조찬 모임인 BCP(Breakfast Club with President) 등이 대표적이다.”
 
- ‘아시아대학총장포럼’ 을 유치했다. 성과는?
“지난 해 개교 20주년 기념행사로 아시아대학총장포럼을 유치했다. 한국이 인기가 좋아서인지 역대 최대인 17개국 68개 대학이 참여했다. 가장 큰 성과는 동서대를 아시아의 많은 대학에 인지시켰다는 것이다. 또 아시아시대를 맞아 인재양성을 위한 네트워크를 갖추게 된 점과 실질적인 교류 확대가 가능해진 것도 큰 소득이다. 특히 회원 대학 학생들을 모아 올해 7월 말 아시아 서머스쿨을 열기로 했는데, 그 첫 번째 행사를 동서대에서 개최하게 됐다. 약 500여 명이 학생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행사는 동서대 학생들이 아시아에서 인정받는 인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이 유명하다.
“임권택 감독의 이름을 딴 단과대학이다. 임 감독이 석좌교수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학장으로 있다. 또 현재 한국영화를 이끌고 있는 영화감독, 배우, 제작진들이 실무형 수업을 진행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특히 올해 3월 신학기부터 부산 영화영상의 중심지로 알려진 센텀시티로 이 단과대를 이전한다. 부산영상센터,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영화영상 관련 기관이 인근에 있어 이들 기관과의 적극적인 교류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 최근 대학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동서대는?
“우리 대학은 개교 20년밖에 되지 않아 처음부터 실용적이고 선진성 있는 학부로 시작해 구조조정 할 만한 학과가 없다. 그러나 경쟁력 강화는 필요하기 때문에 2년 여 전부터 교과과정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특성화 간판 학과인 디자인 학부는 학부 내 전공들을 통폐합해 8개 루트로 재구성했다. 예를 들어, 커뮤니케이션루트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IT, 마케팅을 함께 공부하는 창의적이고 융복합 과정으로 구성했다. 또 국제물류학과의 경우 선행학습제도를 도입해 한 학기 강의를 동영상으로 촬영, 집에서 미리 강의를 듣게 하고, 강의시간에는 질의응답, 토론이 이뤄지도록 한다. 올 3월 2~3과목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후 효과가 좋으면 더 많은 과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 우리나라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소견은.
대학 구조조정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때마다 지역대학이 평가절하 되는 것 같다. 지방에도 건실한 대학이 많은데 이미지가 매도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역대학은 지역인재 육성, 지역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또 최근 대학들은 지표 관리에 신경쓰다보니 주요 지표와 관계없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지표 관리도 중요하지만 지표 관리에만 몰두하는 것이 또 하나의 부작용을 낳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

-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은.
“앞으로의 인재교육 정책에 있어 지역대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많다. 좋은 교육내용을 갖고 있는 대학도 많은데, 이런 대학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 또 사립대의 자율성을 북돋아 주는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특히 지방 사립대들이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를 할 때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길 희망한다.”

- 임기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지역대학의 성공모델을 꼭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소위 서울의 경쟁력 있다는 대학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맞는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만들 것이다. 이를 위해 교무처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을 매년 우리와 비슷한 대학이지만 개혁을 일으켜 성공한 해외 대학으로 보내 그 학교가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연구하도록 하고 있다. 매년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쌓이고 있다. 임기 중에 성공한 지역대학 모델을 최선을 다해 만들 것이다.”   

▲ 이인원 본지 회장과 장제국 총장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대담 : 이인원 회장 / 정리 : 송아영 기자 / 사진: 한명섭 기자

■ 장제국 총장은…
1964년 부산 출생.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정치학 학사(1987년),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1989년)를 받았다. 1993년 미국 시러큐스대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2001년 일본 게이오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2003년 동서대 국제학부 교수로 부임해 부총장(2007∼2011)을 거쳐 2011년 동서대 총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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