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재단의 주요 보직경험…구성원 이해하고 사랑하는 총장

“정체성 확립ㆍ재단정상화 내실다지기로 과거 위상 회복할 터”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유난히 치열했던 지난해 제18대 대선 과정에서 한 지역대학이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대학 재단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의혹에서였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물을 상속받은 것이라는 의혹에서부터 재단 정상화를 둘러싼 논란까지. 논란의 주인공인 ‘영남대’와 대학 구성원들은 그야말로 대선 내내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날선 시선 속에 갇혀 있어야했다.

그러던 영남대가 새로운 수장과 함께 변화의 계기를 맞았다. 지난 2월 1일 노석균 총장이 제14대 영남대 총장에 취임한 것. 노 총장은 영남대를 여전히 미심쩍게 바라보는 시선들을 피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 대학 설립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신을 바로 세워 구성원의 명예와 자긍심을 회복하고 대학정체성을 확립하는 것, 학내시스템을 하루 속히 정상화하고 법인과 함께 대학재정을 확충함으로써 내실을 다지는 것, 이 두 가지 목표를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YU, the Future(미래를 만드는 대학)’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이다.

▲ 노석균 영남대 총장
-제14대 영남대 총장에 취임한 소감은.
“우리 대학은 50여 년 전 ‘하면 된다’,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라는 굳은 신념으로 설립된 ‘민족의 대학’이다. 민족사적 의미와 시대적 소명을 가진 영남대의 총장으로서 막중함 책임감과 사명감을 절감한다. 우리 대학이 과거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어려움도, 책임도 회피하지 않고 앞장서겠다.”

-대학과 재단, 두 곳의 주요 보직을 맡아왔다. 직접 느낀 영남대의 강점은.
“우리 대학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재보다 과거에 있다. 정관계, 재계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활동 중인 동문들이 그 힘이다. 동문들은 우리의 자부심이다. 그 부분은 수도권에 위치한 어느 대학 못지않은 경쟁력이다. 동문들을 하나하나 거론하면 사람들이 놀란다. 사람들이 우리 대학을 새롭게 보는 것이다. 또 지역 대표 사학으로서의 기반과 우수한 교수진을 들 수 있다. 물론 과거보다 대학 위상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반이 탄탄한 만큼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으리라 본다.”

-약점 혹은 아쉬운 부분은.
“지역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굉장히 큰 학교이다. 이는 곧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발전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지금 우리 대학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이다. 호불호의 문제가 아닌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을 분명히 구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시쳇말로 사립대 총장들을 3D 업종이라고 한다.
“공감한다. 총장직에 오른 지 한 달 남짓이지만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대외적인 요소 외에도 수평구조인 대학 조직의 특성상 느끼는 어려움이 크다. 얼마 전 연구결과를 보니 보수적인 사람과 진보적인 사람은 뇌구조부터 다르다고 하더라. 대학에는 다양한 전공들의 교수들을 비롯해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있다. 다른 목소리를 가진 이들을 통합ㆍ통솔하는 게 쉽지 않다. 또 CEO는 최고경영자이지만 대학이 앞에 붙으면 달라진다. 이익 창출이 중요한 기업의 CEO와는 달리 대학 총장은 연구, 교육, 행정 등 모든 면에서 전문가가 돼야 한다. 업무를 잘 알고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취임하면서 대학 정체성 확립과 재단정상화 내실다지기를 강조한 바 있다.
“대학 정체성이라는 것은 영남대가 다른 대학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대학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로 끊임없이 공격을 받았다. 개인이 집안의 조상을 통해 뿌리를 확인하듯 대학의 교육이념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우리 대학은 20여 년 동안 임시이사 체제를 거쳐 2009년 7월 재단 정상화를 이뤘기 때문에 정상화된 이후 내실보다는 외부로 보여 지는 것에 신경을 쓴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지표 중심의 투자가 아니라 교육, 연구 등 내실을 다지는 데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

-아직 ‘영남대’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학교와 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 정신을 떨어뜨려 놓고 보는 것은 어렵다. 우리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대학을 특성화하라, 구조조정 하라고 요구하는데 우리가 우리의 특성을 살리겠다고 하면 ‘박정희 대학’이라고 비판한다. 예를 들면 다른 대학이 새마을운동, 새마을정신을 강조하면 인정하면서 정작 발상지인 우리 학교가 하면 정치적인 움직임이 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우리가 하는 일을 대학이 하는 일로 봐달라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비판 섞인 시선을 받았는데.
“대선 과정에서 ‘박정희 대학’ 혹은 ‘장물 대학’이라고 비판받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받아들이고 출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우리 대학은 예전의 청구대학과 대구대학을 통합해서 탄생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청구대학과 대구대학은 누군가 강탈할 이유가 없는 학교였다. 무너져가는 대학을 살리기 위해 지역민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찾아가 부탁한 것이다. 관련 사항들이 서류에 다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당한 비판을 받았다. 사실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 혹은 동결이 대세다.
“반값 등록금은 현실이다. 그 안에서 효율성을 기해야 한다. 재정확보를 위한 방안은 선택과 집중에 있다. 우리 대학은 학생 위주의 시설 투자와 우수한 전임교수진 활용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강의를 잘하시는 교수님의 경우 강의를 많이 하게 하자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그만큼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대학 총장들은 절실하다. 정부에서는 대학 재정에 대해서 염려하면서도 등록금도 못 올리게 한다. 언론에서는 대학 적립금이 많다, 예산을 부풀리기 한다고 보도한다. 일반 사람들은 대학이 도네이션(donation)을 안한다고 인식한다. ‘대학’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는 학생 교육, 인재양성이라고 하는 사회적인 책임이 있다. 대학에서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면 국가 경쟁력도 떨어진다. 대학을 우리 사회를 위해 인재양성을 하는 곳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 대학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 달라.”

-서남수 위덕대 총장이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는데.
“지역대학의 총장을 지내신 만큼 지역대학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학령인구 감소는 모든 대학의 위기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대학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국가적으로도 손해가 막심하다. 대학의 위기 문제를 국가적으로 다뤄줄 것을 요청한다. 그 과정에 있어서 반드시 여러 대학의 의견을 모아서 들어주길 바란다.”

▲ 노석균 총장과 환담하고 있는 박성태 본지 발행인(오른쪽).

■노석균 총장은…

1977년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이학 석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캠퍼스(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코넬대(Cornell University)에서 박사후과정(post-doc)을 거쳤다. 1992년부터 영남대 공과대학 화학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구처장, 지역클러스터사업단 연구본부장, BK21 디스플레이소재공정 고급인력양성사업단장, 교수회 의장 및 대학평의회 의장, 영남학원 정상화추진위원장, 학교법인 영남학원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이외에도 2010년부터 과실연(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대한화학회 종신회원, 한국고분자학회 종신회원 및 이사, 한국화학공학회 종신회원, 미국화학회 정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대담=박성태 본지 발행인, 정리=백수현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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