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조근조훈장 퇴임교수들이 말하는 ‘교수’란


[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 전국의 전문대학들이 졸업식을 마친 가운데, 퇴임교수들을 위한 조촐한 ‘졸업식’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전문대학 교수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인 ‘황조근정훈장’을 받은 교수들은 이 중 특히 빛났다. 존재 자체만으로 귀감이 되는 이들에게 후배 교직원들과 제자들은 큰 박수갈채를 보냈다. 올해 황조근정훈장을 받은 전국의 전문대학 교수는 모두 23명. 이 중 3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전문대학 교수라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 “제자의 딸이 또 제자로”= 민복기 혜천대학 간호학부 교수(사진 왼쪽)는 혜천대학 졸업생으로 모교 후배들을 41년 간 가르치다 이번에 퇴임한다. 간호학과 졸업 후 4년 동안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혜천대학 조교가 된 후 1972년부터 혜천대학의 전신인 대전간호학교에서 교단에 섰다. “가르치는 일 외에는 별로 한 게 없다”고 한 민 교수는 어려운 학생에게 교과서를 사주고 학자금도 대신 내주기도 했다.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야 다른 교수들과 마찬가지겠죠. 교수란, 학생들에게 정 붙이고 사는 이들이니까. 퇴임을 하니 옛날 졸업생들 생각도 많이 납니다. 대학 사정 어려웠을 때 학생들 생각이 특히 많이 나요. 그 때 학생들이 많이 연락 오고 그래요. 특히, 제자의 딸이 우리 대학에 입학해 제 가르침을 받을 때도 있었어요. ‘교수님, 제 딸이 교수님에게서 다시 배우게 됐습니다. 예전처럼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러더군요. 참 뿌듯했지요.”

다만, 예전과 달리 전문대학의 위상이 많이 낮아져 안타깝다고도 했다.

“예전에는 4년제대 학생들보다 성적이 더 좋은 학생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4년제대 다 붙은 후 떨어진 학생들이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그게 좀 아쉽습니다. 우리 간호학과도 처음엔 입학정원이 80명이었는데 지금은 200명이 더 되거든요. 가르치기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거죠.”

민 교수는 퇴직 이후에도 아이들을 가르칠 예정이다. 원하는 분야 공부도 더 할 계획이다.

“대학에서 도와달라 하면 돕고 싶어요. 이번 학기는 좀 쉬고, 2학기 강의를 다만 몇 시간이라도 할 계획입니다. 상담쪽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퇴임 이후에도 대학과 간호학부의 발전에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요.”

■ “교수로서의 인생은 ‘축복’”= 박효열 유한대학 기계과 교수(사진 가운데)는 1971년 기업에서 근무를 하다 1978년부터 유한대학 전임강사로 옮겨 오며 교육계에 발을 들여놨다. 기업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으면서 42년의 경력으로 황조근정훈장을 받게 됐다. 박 교수는 대학에서의 35년의 교직생활에 대해 ‘한 마디로 축복’이라고 말했다.

“유한대학에 온 게 제 나이 서른 두 살 때였죠. 한 곳에서만 35년을 근무하고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퇴직하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건 축복 아니겠습니까. 35년을 대학에 근무하다 보니 떠나는 지금에도 꼭 ‘우리 학교’ 같아요. 2월 말 쯤에 교직원 회의가 있었는데 저더러 ‘이제 참석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기분 참 묘하더군요. 때가 되면 나가야 하고 자리를 넘겨줘야 하지만 어색합니다.”

박 교수가 처음 대학에 왔을 때에는 지금처럼 대학과 대학생 숫자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350여개의 대학이 서로 경쟁하며 학생들을 모집하는 상황. 그러다보니 전문대학에 대한 평가도 낮아졌다는 게 박 교수의 평가다.

“대학이 너무 많아요. 유한대학처럼 수도권에 자리한 대학은 형편이 좀 나은데 지방의 경우 전문대학은 물론, 4년제 대학도 학생 모집에 어려움이 많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이란 게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하니까 서로 경쟁이 붙고, 그러다보니 전문대학은 점점 밀리 거 같아 안타까워요.”

가르치는 일이 참 재밌었다는 박 교수는 다시 명예교수가 돼 강단에 선다. 박 교수는 “강의를 하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란 정말 순수한 이들이죠. 이들과 함께 강의실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어느 직장에서 얻을 수 없는 참으로 값진 것들이라 생각합니다. 눈 말똥말똥 뜨고 내 강의 듣고 따라와주는 학생들을 보면 참 재미있고 힘이 났었어요. 생각해보니, 교수란 정말 좋은 직업 아니었나 싶어요.”

■ “가능성 열어주는 게 교육”= 정재교 부산경상대학 경영과 교수(사진 오른쪽)는 교수로서의 이력이 특이하다. 부산부곡·양정초등학교에서 7년 동안 교사로 지내가 교수로 부임한 후, 부산경상대학에서 35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가르치고 사람 만드는 게 바로 교사이자 교수”라며 “그런 면에서 사실 둘은 같은 것”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였을 때가 더 힘들었어요. 교수는 자기 전공영역만 잘 알고 있고 몇 과목 가르치면 되지만, 초등학교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야 했으니. 다만, 교육의 기본은 초등교육이나 고등교육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그 기본을 잊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 교수로서도 열심히 가르칠 수 있었어요.”

정 교수가 말하는 교육의 핵심은 바로 ‘칭찬’이다. 혼만 낸다고 학생이 바뀌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서른 세 살에 대학교수가 됐을 때는 정말 학생들에게 채찍질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점차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지금은 후배 교수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학생들을 격려하고 독려하라고. 그리고 눈높이를 맞춰 가르치면 학생들은 성장합니다. 우리 학과의 경우 박사학위를 받은 졸업생이 25명, 석사학위 받은 학생이 85명이나 됩니다. 전국의 전문대학 중에서도 드문 경우죠. ‘넌 할 수 있다’며 우리 학과 교수들이 학생들을 독려하고 가능성을 열어주고자 노력한 결과라고 봅니다.”

정 교수는 참교육에 대해 강조하며, ‘취업률’만을 강조하는 우리 교육에 대해 “안타깝다”고도 했다.

“취업은 중요합니다. 그걸 반대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우리 학과에서도 ‘사장이 되고 싶습니다’ 이러면서 사업 시작한 학생이 많아요. 그 학생들이 지금 내로라 하는 중견기업 이끌고 있습니다. 취업은 중요하지만, 단순히 취업 했느냐 안 했느냐 잣대로 대학을 평가해선 안 된다 봅니다. 그러면 학생들의 가능성은 닫히고 말아요.”

정 교수는 “퇴임 이후 관조하고, 봉사하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취미생활이었던 사진을 좀 더 즐기고, 봉사 활동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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