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 다음으로 많아...재단이사ㆍ사외이사 형태로 영입

‘안기부 X파일’ 보도를 계기로 ‘삼성 공화국’에 대한 우려와 경계심이 확산되는 가운데 사외이사 등으로 삼성그룹에 영입된 학계 인사가 87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참여연대가 발표한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를 해부한다’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관료출신 다음으로 학계 출신 인맥이 많았으며 이들은 주로 삼성그룹 관련 재단의 이사를 맡는 방식으로 영입됐다. 이들은 학부로는 서울대 출신이 가장 많았으며 전공계열은 상경계열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참여연대가 삼성에 취업한 고위공직자와 법조인ㆍ언론인, 삼성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 삼성그룹 관련 재단 이사 등 2백78명을 관료, 법조, 학계, 언론계 네트워크로 나눠 분석한 결과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 중에서는 관료 출신이 1백1명(34.4%)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의 29.6%(87명)를 차지하는 학계가 뒤를 이었고 그 다음은 법조인(59명) 언론인(27명) 순이었다. 분석에 참여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는 “삼성그룹은 관계, 법조계, 학계, 언론계 곳곳에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놓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우리 사회의 ‘파워 엘리트’라 할 수 있는 전직 고위관료나 법조인, 명망 있는 학계 인사들이었다”며 “최근 1~2년 새 전직 관료나 판검사를 임직원으로 채용하거나 사외이사, 재단이사로 영입하는 추세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압도적이었다. 1백59명으로 60%(58.5%)에 가까웠다. 고려대 23명(8.3%) 연세대 19명(6.8%) 성균관대 9명(3.3%) 육사ㆍ이화여대 5명(1.8%)이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경북대, 서강대, 부산대(이상 4명), 건국대, 중앙대, 한양대(이상 3명), 숙명여대, 명지대(이상 2명) 출신이 2명 이상씩 이름을 올렸다. 특히 상위 5개 대학의 순위는 중앙인사위원회가 2001년 3월 발표한 1~3급 이상 공직자의 출신대학 통계(2000년 11월 30일 기준)와도 거의 일치한다. 참여연대 측은 “한국 사회의 ‘파워 엘리트’와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가 지연, 학연이라는 연결망을 통해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는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가 최고위층 인사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과 함께 로비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또 다른 열쇠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87명의 학계 인사들은 주로 삼성그룹 관련 재단의 이사를 맡는 방식으로 영입됐다. 재단이사가 49명(56.3%)으로 가장 많고, 사외이사가 31명(36.8%)이었다. 고문 등으로 취업한 경우는 3명(3.4%)이었고, 삼성출신으로 학계에 진출한 사람도 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료 출신이나 법조인이 주로 임직원으로 취업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관료 네트워크나 법조계 네트워크 중 취업 비중은 각각 46.5%와 47.5%인 반면 재단이사 비중은 14.9%와 23.7%에 불과했다. 김상조 교수는 “학계 네트워크의 경우 현안의 해결을 위한 직접적 통로로 이용되는 관료계나 법조계의 인적 네트워크와는 달리 삼성그룹에 우호적인 사회적 담론을 조성하는 통로로 동원되고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삼성이 경영 영역을 넘어 한국사회의 이데올로기적 지배 장치까지 장악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87명의 출신대학을 보면 서울대가 48명(55.2%)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 7명(8.0%), 고려대 5명(5.7%) 성균관대 4명(4.6%) 등이다. 현재 교수로 재직하고 있거나 과거 교수로 재직했던 대학 역시 서울대 전ㆍ현직 교수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22명, 25.0%) 이어서 한양대가 8명(9.2%)이었고, 연세대 성균관대 각각 6명(6.9%) 이화여대 서강대 각각 4명(4.6%) 고려대 한림대 중앙대 각각 3명(3%) 순이었다. 전공별로 보면 상경계가 34명(39.1%)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예술 9명(10.3%), 이공계 8명, 법정치 8명(9.2%) 언론 6명(6.9%), 사회복지 6명, 의학 4명(4.6%) 순이다. 교육학, 가정학 등 기타 전공도 12명(13.8%)이나 된다. 상경계 교수 34명 가운데 25명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데 이는 상경계 교수들이 영리기업의 사외이사로 많이 영입되는 현실과 비슷하다. 학계 인사 중에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학회장 경력이 있는 교수도 여럿 있다. 삼성그룹의 현안과 관련이 있는 경제ㆍ경영학회를 6개 선정해 전ㆍ현직 임원들을 조사한 결과 7명 정도가 여기에 해당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외이사를 지낸 국찬표 서강대 교수가 한국재무학회장을 역임했고, 금융학회장을 지낸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와 한국경영학회장을 역임한 김기영 전 연세대 대외부총장이 각각 삼성전기 사외이사와 삼성화재해상보험 사외이사를 맡은 적이 있다. 현재 사외이사 등을 맡고 있는 학회장 출신 교수도 있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정갑영 연세대 교수, 이경룡 서강대 교수, 정구현 연세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김병주 교수는 삼성정밀화학 사외이사로 있고, 전 한국산업조직학회장 정갑현 교수는 현재 삼성SDI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2000년부터 삼성생명 사외이사로 있는 이경룡 교수는 2001년부터 보험학회장을 맡고 있고, 2003년부터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이사로 있는 정구현 교수는 2004년부터 한국경영학회장도 맡고 있다. 반대로 삼성 출신으로 학계에 진출한 사람도 있다. 정기영 삼성생명 부사장은 현재 한국경제학회와 재무학회, 금융학회 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최외홍 삼성전자 부사장은 한국회계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형기 삼성금융연구소 수석 연구원 역시 보험학회 이사로 있다. 이번 보고서는 그러나 소위 ‘삼성 장학생’으로 불리는 비공식적 인맥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식적 관계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김상조 교수는 “삼성이 학계와 비공식 네트워크를 갖는 가장 흔한 방식으로 거론되는 이른바 ‘삼성 장학생’류의 자문은 사업보고서에 기재되어 있는 ‘자문’ 등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일반인들은 그 실체와 규모를 알 수 없다”며 “이번 조사에서도 이에 대한 자료를 구할 수 없었던 것이 한계였다”고 말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삼성과 학계의 비공식 네트워크를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삼성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교수 현황을 조사ㆍ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센터 최한수 팀장은 “기본적인 데이터는 확보했고 곧 분석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오늘 발표한 ‘인적 네트워크’ 외에도 삼성과 관련해 8개 분야의 보고서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분야별로 보고서가 완성될 때마다 홈페이지(www.samsungreport.org)와 기자회견 등의 방식으로 공개할 예정이고, 올 하반기쯤 책으로도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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