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임차한 강의실에서 10년 넘게 의대 수업을 해오다가 교육 당국에 적발된 인하대가 시정명령을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당장 뚜렷한 해법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조만간 학생 모집정지 등 교육과학기술부의 행정조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3일 교과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인하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대학설립·운영 규정을 위반해 교과부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교사(校舍)는 설립주체의 소유여야 하는데도 학교 측은 의과대학 건물을 짓지 않고 13년간 강의실을 빌려서 사용해 왔다.

지난 1999년부터 임차해 쓴 건물은 학교법인이 속한 한진그룹의 지주기업인 정석기업 소유의 빌딩이다. 최근 5년간 인하대가 정석기업에 지급한 임차료는 36억여원이며 관리비까지 더하면 72억여원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임차료를 재단의 지주기업에 지급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지주기업을 먹여 살린 꼴’이라는 지역 시민단체의 비판도 제기됐다.

교과부의 시정명령에 따른 조치이행 기간이 지난달 28일로 끝났지만 학교 측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조양호 이사장 주재로 열린 인하학원 법인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법인 측은 현 용현동 캠퍼스에 의대건물을 신축하거나 현재 의대 강의실로 사용하는 정석빌딩 인근의 건물을 사들이는 방안 등을 놓고 고민했다.

그러나 의대건물 신축은 현 캠퍼스 내 여유 공간이 없어 여의치 않다. 제2 송도캠퍼스 사업 또한 부지이전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어 새 캠퍼스로 강의실을 옮기는 문제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석빌딩 인근의 대한항공 운항훈련원을 학교 측이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훈련원 이전에만 4~5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장의 해법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학교법인 측은 결론을 내렸다.

교과부는 이달 중 행정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행정조치를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인하대 의과대학 건물은 위치변경 인가를 받지 않은 채 강의실로 사용돼 왔다”며 “위반 횟수와 위반 정도 등을 감안해 행정 제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법의 행정처분 세부기준에 따르면 위치변경 인가를 받지 않고 교육과정을 운영한 경우 해당 교육과정 학생 수의 2배 범위에서 모집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2차 위반 시에는 같은 수만큼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

인하대의 한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신경을 쓰는 문제이지만 당장 내 놓을 수 있는 대책이 없다 보니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개 정도의 안을 놓고 최종 검토 중"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학 물류전문대학원도 인가를 받지 않고 서울에 있는 정석기업 소유의 건물에서 강의를 해오다가 지난해 적발됐다. 학교 측은 올해 해당 학과의 신입생 수인 50여명을 대학원 단위에서 모집할 수 없는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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