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만 참석한 이사회서 사무총장 연임 의결

“의결정족수 못 채워 무효” 벌써부터 반발
대학가 “물러나는 총장이 보직 임명한 꼴”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함인석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이 사무총장 연임 문제로 빈축을 사고 있다. 임기(4월 7일 만료) 한 달을 남긴 상황에서 황대준 사무총장의 연임을 무리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물러나는 총장이 보직교수를 연임시켰다’는 촌평이 나온다.

4일 대학가와 대교협에 따르면, 대교협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사무총장 연임을 의결했다. 그러나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무효’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는 의결권을 가진 이사 24명(감사 2명 제외) 중 7명만 참석했다. 그것도 함 회장이 사무총장 연임을 밀어붙이자 이사 2명이 퇴장한 가운데 진행됐다.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함 회장 측에서는 이사회 개회 전 13명의 이사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았기 때문에 효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사회는 재적이사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 한다’는 대교협 정관에 비춰 봐도 연임 결정은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다. 이날 이사회 의결이 성립되려면 24명 중 12명의 참석과 6명의 찬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5명만 의결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이사 13명의 ‘위임’ 또한 정관에 명시되지 않은 관행상의 절차라 무효란 주장이 나온다. 한 대교협 이사는 “위임장에 의해서 정족수가 채워진다는 규정은 대교협 정관 어디에도 없다”며 “이사회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사무총장 연임 의결은 지난 이사회 결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교협은 지난달 18일 이사회에서 사무총장 연임 건을 현 회장과 차기 회장이 협의해 결정키로 한 바 있다. 서거석 차기 회장(전북대 총장)의 임기는 다음달 8일부터다.

현재 서거석 총장은 사무총장 선임을 공모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국립대 총장은 “물러나는 총장이 보직교수를 연임시켜놓고 떠나는 꼴”이라고 촌평했다. 또 다른 사립대 총장도 “총장들의 모임인 이사회에서 규정을 무시한 의결이 이뤄졌다”며 “대교협에서 몇몇 사람에 의해서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면 회원교인 대학들이 반발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교협 사무총장은 이사회 의결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승인으로 임명된다. 때문에 이번 황대준 사무총장의 연임 건은 교과부 승인과정에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교협 정관에 위임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사무총장 승인 건이 넘어오면 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지만, 그 전에 대교협 내에서 원만하게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학 총장들의 협의체인 대교협은 현 정부 들어 대학입학·대학정보공시 업무와 교육역량강화사업 같은 재정지원사업을 이관 받으면서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서남수 교육부 장관후보자가 ‘대교협에 대한 대입 업무 이관’ 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역할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때문에 한 사립대 교수는 “(새 정부가 출범한) 중요한 때에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이익을 얻을 게 뭔가”라며 “이러다간 대교협에 대한 새 정부의 반감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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