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채용분석…대학·기업 학·석사 채용 선호

▲ 2012년 바이오분야 학력기준별 채용공고 수(자료출처: 브릭)

박사급 구해도 90%가 ‘계약직’ 신분 불안 가중

[한국대학신문 최성욱 기자 ] 신 성장동력 산업으로 주목받는 바이오분야에서 박사급 인력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최근 국가지정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브릭)가 발표한 ‘2012년 바이오 잡(Bio Job) 채용공고 분석’에서 그 심각성이 드러났다.

8일 브릭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 잡’사이트에 등록된 구인공고 1만1387건을 분석한 결과 박사급 인력을 구하는 공고는 17.2%(1956개)에 불과했다. 대신 학사(39.8%)·석사(43%)급 일자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신 성장’분야인 바이오분야에서 박사급 일자리는 ‘저 성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박사급 이상 연구자들은 대학이나 정부기관·출연연 외엔 취업기회도 적다. ‘박사급’ 모집공고 가운데 의대·병원이 850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학 520건, 정부기관·출연연 344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체 인력수요는 학·석사(1853건, 96%)에 몰려 있다. 박사급 모집 공고는 전체(1930건)의 4%(77건)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력 수요가 박사급보다는 학·석사에 쏠려 있음을 보여준다.

고용도 안정적이지 못하단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바이오분야 전체 고용형태는 정규직(32.9%)보다 계약직(67.1%)이 월등히 많았다. 작년과 비교해 계약직 비율이 1.7%p 증가한 것이다. 

신분이 불안한 계약직은 박사급 인력에 집중돼 있다. 채용공고를 계약직으로 낸 비율은 학사(56.6%)·석사(68.5%)에 비해 박사급(87.9%)에서 월등히 많았다. 바이오분야 박사급 연구인력 10명 중 9명은 계약직으로 뽑고 있다는 의미다.

▲ 2011·2012년 학력별 고용등록 비율(자료출처: 브릭)

박사급 인력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경력이 많은 연구자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정규직·계약직 박사급 인력의 연봉 격차는 2011년 1314만원에서 지난해 795만원으로 좁혀졌다.

브릭의 이강수 팀장은 “박사인력 과잉공급에서 비롯된 것으로 최근 바이오분야에서 박사급 인력이 많이 배출되면서 박사후(포스닥)과정의 경력이 1~2년에서 5~6년으로 늘어난 요인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포스닥 기간이 길어져 좋은 연구 성과를 내는 계약직 연구원도 늘고 있다”며 “이전보다 박사급 인력의 경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채용하느니) 임금을 조금 더 올려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분야는 IT 이후 세계 경제를 선도할 핵심전략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때문에 박사급 이상의 연구 인력들이 겪는 신분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팀장은 “연구경력이 10년 이상인 고급인력이 즐비한데 일자리가 없어 포스닥을 오래하는 건 문제”라며 “박사급 인재들이 신분 안정을 찾을 수 있어야 이공계 기피현상이 해결된다”고 말했다.

브릭은 한국과학재단과 포스텍이 지원하는 국가지정 연구정보단체다. 브릭이 운영하는 생물학분야 연구임용사이트 ‘바이오 잡(Bio Job)’은 매년 채용공고를 분석해 바이오분야 과학기술인력의 임용추이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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