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해 동양대 총장

사립학교법 54조의3제③에 대한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총장과 이사장이 친족관계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용인데 여기에 개정안은 기존의 것과 대비하여 더욱 강화된 형태다. 즉 현행법은 이사장→총장의 임명 관계를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총장→이사장의 임명의 제한도 가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어도 실질적으로 달라질 것은 없다. 왜냐하면 이사 정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관할청(교과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임명의 제한에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정안 자체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만 이 시점에서 왜 굳이 이런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여 사학의 사기를 떨어뜨리는가 하는 데에 관해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총장들의 의견에 무게를 두는 것이 문제다. 먼저 대학 경영의 주체인 학교 법인의 의견을 수렴해야한다. 왜냐하면 그 동안 사학에서는 총장이 설립자의 교육적 이상과 의지를 반드시 실현하고 있다고 보기 힘든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사학은 나름대로 그 설립 취지가 있고 교육이념이 있다. 만약 종교계 사학법인과 비종교계 총장이 교육이념으로 갈등을 빚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둘째, 개정안은 실효성보다는 오히려 절차 등의 문제만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가급적이면 ‘총장과 이사장이 가족관계가 되면 안 된다’는 강력한 권고로 이해할 수 있으나, 개정안에서도 관할청의 승인을 받으면 임명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법이나 개정법이나 큰 차이는 없고 오히려 절차만 복잡하게 할 수 있다.

셋째, 지방대에 대한 입장의 고려가 없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학은 생존의 경계 상황에 직면하여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처해야하는데 총장-이사장의 갈등으로 우왕좌왕할 경우 생존하기 어렵다. 지난 정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방대학에 대해 실질적 지원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통제만 강화하면 지방대학의 미래는 없다.

넷째, 개정안은 마치 사학전체가 비리로 얼룩진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최근에 발생한 상식 이하의 비리 사학인들 때문에 사학 경영자 전체를 매도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학비리는 극히 일부 몰지각한 사학경영자에 의해 자행된 것인데, 이것을 너무 침소봉대하여 사학법을 자꾸 손질하면 전체 사학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온다.

결론적으로, 교과부의 의지는 가급적이면 가족이 총장과 이사장을 겸임하지 말라는 강력한 권고를 한 것이고 사학들은 충분히 이해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또 그 내용이 현행법에 충분히 반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또다시 이를 강화하여 심리적으로 사학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의 서남대 사태도 교과부가 강력히 단속하고 제재했듯이, 사학의 비리는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 개정안은 사립대에 대해 국가가 지나친 간섭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이 같이 국가가 사학을 압박하면, 누가 사학을 설립하고 운영할 것인가? 한국 사학의 발전은 경제 성장기의 교육 초과 수요가 심화된 상태의 산물이었다. 지난 반세기 고급 인적 자원의 공급은 대부분 사학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이제는 마치 사학이 비리의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일부 언론들이 이를 부추기고 여기에 정부가 편승하고 있는 듯하다. 교육 포퓰리즘은 사회를 위태롭게 한다. 국가의 리더는 통치철학의 일부로 투철한 백년대계의 교육철학과 사명을 가지고 이에 대처해야한다. 실제로 사학의 비리는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 하에서 훨씬 심각했다. 현대에는 사립학교법과 각종 언론, 인터넷, 관할청의 감시 기능이 강화되어 사학의 비리가 이내 파악하고 통제될 수가 있는데 왜 굳이 사학에 대해 이런 조치들을 취해야만 하는지 유감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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