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간호대학이 석·박사 논문심사를 앞둔 대학원생들에게 발전기금을 강요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대학 구성원이나 졸업생이 모교와 후배를 위해 내는 발전기금의 ‘순수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일이 그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최근 들어 등록금 인상률이 정부 규제를 받으면서 발전기금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대학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한 축이 발전기금이다.

하지만 기금을 모으는 과정에서나 이를 집행하는 단계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대 간호대학은 논문심사를 앞둔 학생들에게 발전기금을 계좌로 보내달라는 쪽지를 건네 빈축을 사고 있다. 석사과정은 150만원, 박사과정에겐 300만원을 고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학교 측은 발전기금을 강요한 적이 없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논문심사를 앞둔 학생들에게 액수를 적시한 발전기금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발전기금은 말 그대로 모교나 후배를 위한 애정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해당 대학과 특별한 연고가 없는 사람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 평생 모은 재산을 내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는 발전기금과 관련한 잡음이 이런 기부문화를 퇴색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신입생 충원이 어렵거나 동문들의 기부금이 적은 대학에선 공공연히 교수 승진을 빌미로 발전기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충남지역의 사립대인 모 대학에선 교수 승급을 대가로 발전기금을 요구해 해당 교수들의 반감을 산 적이 있다.

지난 2008년에는 대학 발전기금이 총장의 업무추진비나 교직원 후생복지비로 사용됐다는 지적이 국가권익위로부터 제기돼 충격을 줬던 일이 있다. 권익위가 6개 국립대를 표본 조사한 결과 모 대학은 발전기금으로 대학 총장에게 매달 500만원 씩 업무추진비를 지급하고 정산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또 다른 대학에선 유공직원 연수를 명목으로 교직원들의 해외여행 비용에 발전기금을 사용한 예도 드러났다.

이런 사건들이 발전기금을 내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싸늘하게 얼어붙게 만든다. 몇 해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직원들이 법인카드로 단란주점을 드나드는 등 국민 성금을 대거 유용한 사례가 드러난 일이 있다. 모금회는 그 일로 기부금 모금액이 한동안 줄어 고민해 빠진 적이 있다.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10년 대학교육현황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대학들의 2002~2004년 모금액은 1조원을 넘었지만, 2005년 5000억 원대로 급감한 뒤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 자료에서도 대학들이 모금한 기부금은 2010년 7643억 원에서 2011년 6469억 원으로 1년간 오히려 1000억 원 이상이 줄었다. 종종 매스컴을 장식하던 ‘평생 모은 재산을 내놓은 00할머니’의 소식도 갈수록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등록금 인상률을 규제받으면서 발전기금 모금에 혈안이 된 대학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모금과정에선 발전기금의 취지를 살려 자발적인 동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순리다. 집행과정에서도 발전기금을 써야할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대학에 대한 도움의 손길이 계속될 수 있고, 사회를 향해 당당하게 ‘나눔’과 ‘기부문화’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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