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현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출신 대학은 빼주시면 안될까요? 좀 그래서요…”

신임 총장이나 교수들을 취재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이런 전화를 받는다. 출신 대학이 공개되는 게 창피하니 기사에 반영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다. 대개는 지방 사립대를 졸업해 지방 사립대에서 총장이나 교수로 재직 중인 분들이 이 같은 말을 꺼내놓는 경우가 많다.

“인근 대학 총장, 동료 교수들은 대부분 서울 상위권 대학이나 지역 거점 국립대 출신이에요. 그런데  지방 사립대 출신인 게 공개적으로 알려지면 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한숨 소리를 듣고 있으면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얼마나 수많은 편견에 시달렸으면 이럴까’라는 안타까움이 저절로 밀려든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만 탓할 것은 아닌 것 같다. 출신 대학 비공개를 요청하는 대다수 총장·교수들의 초점은 사회 분위기 개선이 아닌 자신의 ‘체면’을 구기지 않는 데 맞춰져 있다. ‘내 허물만 감추면 된다’ ‘나만 부끄럽지 않으면 된다’는 식이다.

국가 최고의 지성인 대학의 총장이나 교수가 됐다는 것은 출신 대학을 뛰어넘어 실력을 인정받았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는 사회 리더로서 후배들과 제자들이 지방대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꿈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야할 책무가 있지 않을까.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전국 대학들에서 신입생 입학식이 열렸다. 신입생들에게 지방 사립대 총장·교수들은 “지방대 학생이라도 목표한 분야에 대해 최선을 다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그리고 지방 사립대 출신 총장·교수들은 이 말을 다른 누구보다도 가장 잘 증명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지방대를 졸업한 총장·교수들이 출신 대학을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은 분명 개인의 의식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구조와 분위기의 문제다. 하지만 지방대 출신 총장·교수들이 먼저 용기를 내 학벌에 당당해진다면, ‘체면’을 내려놓는다면 후배들과 제자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학벌 중심 사회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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