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22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에 제출된 지 52일 만이다. 개정안이 진통을 겪은 가장 큰 이유는 미래창조과학부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3개 부처가 결합해 만들어진 미래창조과학부는 방송·통신·과학기술 업무를 넘겨받았고, 사실상 박근혜 정부가 국정철학으로 내세운 창조경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새로 탄생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신성장동력 발굴과 인재양성, 질좋은 일자리 창출은 가장 우선시 되는 핵심키워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8일 내놓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06만1000명이 ‘사실상 실업상태’라 한다. 정부 발표 3.2%보다 2.6%포인트 높은 5.8%에 달했다. 특히 20대 취업적령 청년실업률(25세~29세)은 사상최고치인 26.4%에 달해 ‘이태백’(이십대 절반이 백수)을 실감케 하고 있다. 청년 취업자들의 28.2%가 비정규직에 달해 왜 일자리 창출이 화두가 되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취업자 문제는 곧 결혼과 육아, 부모의 노후대비 문제로까지 연결된다.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가 20~30대 미혼남녀 3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혼집 마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미혼남녀가 ‘아파트 전세금 정도는 있어야 결혼할 수 있다’고 답했다. 취업을 못했거나 설사 취업을 했더라도 고액연봉자나 부모의 경제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면 본인들이 생각하는 결혼은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부모는 경제력이 없는 자녀를 위해 노후자금을 털어서라도 결혼을 시키게 된다. 그리고 자녀가 맞벌이로 나서면 고스란히 육아까지 담당해야 한다. 베이비부머로 일컬어지는 50~60대 초반 세대들에게는 근사한 노후는 사치가 되버렸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 ‘복지확대’에 대해 목청을 높였다. 기초노령연금과 육아수당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노후 계층의 70%에게만 지급되는 현재 기초노령연금을 모든 노후계층에 도입 즉시 2배(약 20만원)로 인상한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다가 최근 여성가족부가 12개월 이하 손주를 돌보는 맞별이 가정의 할머니에게 수당 40만원을 지급하는 ‘손주돌보미’ 사업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연금과의 충돌문제. 예산확보문제, 형평성 문제 등으로 정책 시행도 전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상황이다. 제대로 시행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의 노후문제와 육아문제 해결이 바로 질 좋은 ‘취업’이어야 한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정부가 질 좋은 취업자리가 많이 창출하면 이에 연계해 자녀의 결혼, 육아, 부모의 노후문제가 선순환을 이루며 해결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이루겠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 희망의 새 시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자 한다”고 했다. 경제부흥을 위해 창조경제를 꼽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 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우선 질 좋은 일자리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면 다른 문제들의 해결책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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