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교수, 간호과 교수 등 ‘품귀현상’도

[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 “신학기 시작 직전까지 교수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2차 공고를 냈어요. 그런데 오질 않네요. 이번엔 못 뽑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경남의 A전문대학은 지난 1월 2개 학과에서 1명씩 산학협력중점교수(이하 산중교수) 2명을 뽑는다는 공고를 냈다. 자격 요건은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 △전공분야 산업체 경력 10년 이상 △지역 대기업 부장 이상 근무자였다. 그리 까다로운 자격이 아니어서 많은 지원자가 몰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최종 지원자는 3명뿐이었다. 이 대학은 지난 5일 2차 공고를 냈고, 얼마 전 공모를 마감했지만 결국 교수를 채용하지 못했다.

이 대학 교수임용 담당부서의 담당자는 “2차 공고까지 냈는데 모집이 안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예상 외였다”며 “산학협력중점교수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안 돼 홍보가 안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현재 공고를 다시 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신학기를 맞은 전문대학들이 교수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다. 첫 공고에서 교수를 뽑지 못해 2차, 3차 공고까지 냈지만 원하는 지원자수가 적어 교수를 뽑지 못한 대학이 상당수로 확인됐다. 교수를 선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A 전문대학처럼 산학협력중점교수 제도 자체가 알려지지 않은 까닭도 있고,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교수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도 다른 이유다.

경북 지역 B 전문대학은 지난 2월 간호과 교수를 뽑고자 3차에 걸쳐 모집 공고를 냈지만 교수를 선발하지 못했다. 간호과의 경우 2년 전부터 4년제 대학으로 학과전환을 하는 추세이고,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교수를 공격적으로 뽑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지방에 있는 교수들의 이동이 잦다.

이 대학 기획처 교원인사 담당자는 “전국의 전문대학들이 4년제 전환 준비 등을 하며 간호과 교수를 구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 지난해에만 6명이 다른 대학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광역시가 아닌 지방에 대학이 자리한 까닭에 교수들이 좀 더 큰 도시로 이동했고, 이에 따라 부랴부랴 교수 초빙 공고를 낸 것이다.

담당자는 “간호과의 경우 1명을 뽑는다는 공고를 내면 적어도 10명 이상 몰리는데 이번에는 2명밖에 오질 않았다”며 “이런 일은 처음이라 대학도 많이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이런 분위기가 곧 가라 앉겠지만 학사 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피해를 입은 대학들은 또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재정지원제한대학·경영부실대학에 지정된 대학들이다. 이 대학들의 경우 학생모집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교수 초빙까지 문제를 겪고 있다.

지난해 경영부실대학에 지정된 C 전문대학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유아교육과, 임상병리과, 호텔외식과, 조리과, 사회복지과 전임 교수 모집 공고를 매달 내고 있다. 그렇지만 교수 모집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대학 인사담당 관계자는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교수채용 공고를 내면 25~30대 1정도의 경쟁률을 보였는데, 올해는 7대 1 정도로 대폭 떨어졌다”고 말했다.

일부 학과의 경우 자격 미달로 아예 교수를 선발하지도 못했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에 교수 모집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학생들의 지원 감소는 예상했지만 경영부실대학 지정이 교수 선발에도 영향을 미칠지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겸임교원 선발에도 애로사항이 많다. 수도권의 D 전문대학은 매년 10~20여명 안팎의 겸임교원을 선발한다. 지난 1월 경 19명의 겸임교원 모집 공고를 냈는데 다 채우지 못했고, 결국 이번달 초 호텔경영과, 관광경영과, 호텔조리과 등 9개 과에서 모두 1명씩 9명을 선발한다는 공고를 다시 냈다.

대학 사무과 관계자는 “겸임교원이다보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로 온다”며 “대부분 회사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보니 회사의 동의를 받고 오는 경우가 많고, 1년 정도 있다가 가버리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전문대학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교수는 현장에 강하고 전문성이 뛰어난 교수”라며 “수도권 전문대학은 지방전문대학과 달리 여러 변수가 많다. 아무래도 4년제대와 전문대학이 추구하는 교원의 성격이 다르다보니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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