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비 49만원에 행사 참여 안하면 벌금 등 불이익

“고발 글 올라오자 학생회서 글쓴이 색출 작업” 주장도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중앙대 한 학과 학생회가 50만원에 가까운 학생회비 납부를 요구하고 학교·학과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벌금, 사물함 사용 금지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학생회가 이 같은 사실을 고발한 학생을 색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대 학생들과 누리꾼들은 “이게 과연 대학 학생회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대학본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올해 공예학과의 학생회비 납부서<출처=중앙인>
23일 중앙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중앙인’에 따르면 최근 안성캠퍼스 예술대학 공예학과 학생은 학과 학생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이 학생에 의하면 올해 공예학과의 학생회비는 개강총회, 대면식, 모꼬지, MT, 체육대회, 스승의 날 행사비 등이 포함된 49만원이다.

학생들은 50만원에 가까운 고액의 학생회비를 납부하고도 학생회비 내역에 포함된 개강총회, 대면식, MT 등의 학과 행사가 열릴 때면 별도의 회비까지 내고 있다. 또 학과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거나 사물함 사용에 제재를 받고 장학금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행사에 참여하더라도 30분을 지각하면 2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 학생회비 미납, 행사 불참·지각에 대한 불이익을 명시한 공지<출처=중앙대 공예학과 학생 커뮤니티>
글쓴이는 “학생회의 학과 행사 강제 참석, 벌금 제도 때문에 학교 다니기가 괴롭다”며 “학생들은 등록금의 10%를 상회하는 학과 학생회비를 납부하고도 그 돈으로 운영되는 학과 행사에 대해서도 자율성을 가지지 못하고 벌금, 사물함 사용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 오히려 참석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거금의 학생회비를 냈는데 왜 또 다시 같은 명목으로 돈을 납부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행사에 정말 이렇게나 많은 돈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모든 학과 행사는 강제 참석이어서 행사가 몰려있는 1학기에 대한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금전적인 부분도 문제지만 정신적인 압박에 대학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 학생회비 외에도 추가금액을 걷는 공지<출처=중앙대 공예학과 학생 커뮤니티>
이 학생은 ‘치어리딩’에 대한 강제 참여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다리를 절뚝거릴 만큼 몸이 아픈 학생들,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있음에도 강제적으로 평일 밤 늦은 시간과 주말까지 연습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행사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행사를 통해 무엇이 남는지 모르겠다”며 “선배도 후배도 힘들어 하는 이 문화가 왜 계속해서 매년 행해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또 “언제까지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구시대적인 악습을 이어나가야 하겠느냐”며 “많은 학생들이 겉으로는 이러한 악습을 당연한 것 인줄 알고 생활하고 있다. 악습을 바꾸고자 용기를 내 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내용의 글이 중앙인에서 공감을 얻으며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글쓴이는 최근 스스로 글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글쓴이의 지인이라는 중앙대 한 학생은 공예학과 학생회가 글쓴이를 색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글을 삭제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그는 “공예학과 학생회가 글쓴이를 색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신변이 상당히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학생회 전(前) 임원은 자신의 지인들에게 ‘글쓴이가 사과문을 게재하지 않으면 고소를 하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다니고 있다”며 “글쓴이가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다 결국 글을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앙대 학생들과 누리꾼들은 비판과 함께 대학 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중앙대 학생들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는 안 될 일이다” “사실 확인 후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학교 측에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대학이 글쓴이의 신변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누리꾼들은 “타 대학에서 학과 학생회하고 있는데 중앙대 공예학과처럼 돈 걷으면 차도 뽑겠다” “학생회인지 조직폭력배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비판 글 올렸다고 색출까지 하다니 너무 무섭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대학 측은 “학생들의 학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며 뒷짐을 지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예술계열 학과들은 공동 작업이 많아 단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학과 행사 강제 참여, 벌금·불이익 부여 등은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공예학과 학생회의 학생회비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며 “글쓴이 색출 작업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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