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분석, 남고·여고 비해 평균 4점 뒤떨어져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남녀공학 고교가 학생들의 수능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희삼 연구위원이 26일 발표한 ‘학업성취도 분석은 초등중교육에 대해 무엇을 말해 주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남녀공학 고등학생의 국어·영어·수학 수능점수가 남고나 여고 학생에 비해 평균 4점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남학생보다 여학생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남녀공학 남학생과 남고 학생의 수능점수 차이는 국어 1.1점, 영어 1.2점, 수학 1.7점 정도인 반면 남녀공학 여고생과 여고 학생의 점수 차이는 국어 4.8점, 영어 6.3점, 수학 4.7점이었다.

김 연구위원은 남녀공학 학생들의 수능점수가 낮은 주요 원인으로 학습과 관련이 없고 집중력이 저하되는 활동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을 꼽았다. 휴대전화 통화, 문자메시지, 컴퓨터 채팅, 메신저 송수신, 개인 홈페이지·블로그 관리 등에 쓰는 시간이 남녀공학 학생의 경우 더 길었다.

김 연구위원은 “부모 학력이나 중학교 때의 학업성취도 등 고교 입학 전 특성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있지만 고교 재학 중 남녀공학 학교의 학습 시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같은 학교에 이성과 함께 재학함으로써 이성교제의 기회나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면 여가활동도 이런 방향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공부시간 부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남녀공학에서는 모든 과목의 자습시간이 남고나 여고보다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학교 재학시절 성적이 높았던 학생들이 남녀공학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는 점도 성적차를 만드는 요인으로 꼽혔다.

김 연구위원은 “남녀공학이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일반화하긴 어렵다”면서도 “양성평등 의식과 사회성 함양 등의 교육 철학에 근거해 정책적으로 확대해왔던 남녀공학에 대한 진단과 발전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05년 전국 150개 중학교 1학년 학생(1992년생) 6908명을 매년 추적 조사한 한국교육종단연구 자료를 분석해 이뤄졌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