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대학 졸업자 절반은 단순 노동직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는 최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 대비 2000건 증가한 33만6000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주전의 33만4000건보다 늘어난 수치다. 감소세를 이어가던 최근 추세가 4주만에 조정양상을 보인 것으로 노동부는 분석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치 34만2000건보다 낮은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 고용경기의 개선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추세를 알 수 있는 4주 이동평균 건수는 33만9750건으로 2008년 2월 이후 무려 5년1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주일전 수치는 종전 33만2000건에서 소폭 상향 조정됐다.

지속적으로 실업수당을 받은 건수는 305만3000건으로 전주의 304만8000건은 물론이고 시장 전망치인 305만건보다 소폭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해고를 줄이고 인력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등 고용시장이 나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미국 내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대학 졸업자들의 처우는 여전히 불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경기 침체로 대학 교육을 받은 수백만 명이 커피숍이나 상점 등에서 일하고 있다며 일부 통계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의 절반 정도가 전통적으로 대졸 학력이 필요없는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0년 뉴저지대학을 졸업한 브라이언 해킷 씨도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시간제로 단순 사무직과 전화 인터뷰 업무를 하고 있다. 학사 학위가 없어도 업무를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일자리다. 해킷 씨는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 중에 학사 학위는 물론 석사 학위가 있는 사람도 많다”며 “법학 학위를 가진 사람이 시급 10달러(약 1만1000원)짜리 일자리에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제가 회복돼도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1990년대에는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들이 고학력 소지자들의 채용을 늘렸지만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폴 보드리 교수는 “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졸 수준의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 비중이 ‘닷컴 거품’이 터진 2000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졸자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고학력자들의 단순 노동직 취업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으로 이 분야에 종사했던 저학력자들의 일자리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지난 2월 고졸자들의 실업률은 7.9%로 대졸 이상 학력 소지자들의 실업률 3.8%의 두 배를 넘었다. 지난해 실직한 이후 고학력 경쟁자들 때문에 일자리를 찾지 못한 타멜라 오거스타 씨는 “과거에는 고졸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구직자 대부분이 학사 학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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