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지도교수제 도입, 사이버교육 활용도

[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 “전문대학 입학생들의 기초학습능력 향상은 모든 대학의 고민거리입니다. 수업연한이 짧아 2년 만에 전공까지 배워야 하는데, 미분·적분도 모르는데 전공을 어떻게 따라갑니까.(황재규 영남이공대학 교수학습센터 연구팀장)”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전문대학이 신입생들의 기초학습능력 키우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기초학습능력은 대학 공부와 상관 관계가 높아 기초학습능력이 취약할 경우 학업부적응 사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문대학 이탈율과도 직결하는 문제다. 전문대학들은 이에 따라 신학기 스타트와 동시에 각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 능력별 반편성, 레크리에이션도= 동의과학대학은 지난 2006년부터 ‘라이프가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평생지도교수’ 개념을 도입한 이 프로그램은 다른 전문대학들이 벤치마킹을 하고 갈 정도로 잘 알려졌다. 일종의 밀착형 학생지도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입학에서 졸업까지 대학이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매학기 개설되며, 교양필수 과목으로 1학점을 부여하고 있다. 출석50점·과제30점·대학생활 마일리지 20점으로 평가하며, 수업의 형태는 지도교수의 자율에 맡긴다.

교무부 측은 “교실에서만 수업하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수업도 가능하다. 외부인을 초청해 특강을 할 때도 있고, 산책하면서 수업을 하기도 한다”며 “대학이 진행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하면 마일리지를 부여하는데 이것과 함께 엮어 활용하고 있다. 덕분에 대학 행사 참여율도 꽤 높다”고 설명했다.

‘능력별 영어수업’도 운영 중이다.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영어수준을 상·중·하로 나누고, 이에 따른 수준별 교양영어 수업을 진행한다. 교무부 측은 “학생별로 수준이 다른데 이를 고려치 않고 과목을 개설하면 교수자도 학생도 힘들어 해 수준별로 나눠 수업을 진행한다. 레벨에 따라 수업도 교재도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시험을 치른 후 반을 나눴고, 현재 72개반이 운영 중이다.

대림대학은 지난 2009년부터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입학과 동시에 기초학습능력 진단 시험을 치르고, 일정 점수 미만 학생들을 대상으로 별도 강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개인정보활용 금지 강화 정책에 따라 지난해부터 방식을 조금 바꿨다. 입학 후 학생들 중 전공 능력이 부진한 학생들을 모아 방학 기간 중 튜터링제도로 가르치는 ‘전공역량 강화를 위한 집중보충 교육’ 방식이다. 올해 1~2월 하계 방학기간 동안 40명 정도가 40시간 동안 교육을 받았다.

특히, 오는 여름방학부터는 ‘아이스 브레이킹’ 등 레크리에이션과 체육활동 등도 함께 도입할 예정이다. 교수학습센터 측은 “지난해 여름 방학 때 해보니 참여율이 떨어져 방식을 조금 바꿨다”며 “성실 참가자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추가하고, 튜터링 제도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온라인 수업, 중등교원 활용도= 다른 대학과 달리 독특한 방식으로 기초학습능력 강화에 나서는 대학들도 있다. 신구대학은 ‘사이버캠퍼스(http://lms.shingu.ac.kr)’를 보조수단으로 활용한다. 사이버캠퍼스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교양필수 과목인 ‘생활영어’ 과목을 온라인으로 혼용하는 ‘에브리데이 잉글리시(Everyday English)’와 ‘NIE(Newspaper In Education)를 활용한 글쓰기 과정’을 들 수 있다.

작년에 시작된 에브리데이 잉글리시의 경우, 오프라인 과목인 생활영어의 예습과 복습에 활용된다. 온라인으로 먼저 배운 후에 오프라인 수업에 참석하고, 오프라인 수업 이후 또 다시 온라인으로 복습하는 형태다. 정현숙 신구대학 교수학습개발원장은 “오프라인 수업은 원어민 교수자가 수업을 진행한다. 기초학습능력이 취약하다보니 대부분 수업을 듣기 전 공부를 해야 따라갈 수 있다”며 “지난해에 처음 도입했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학생들의 외국어 성적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NIE를 활용한 글쓰기 과정은 온라인으로 과제를 올리고, 오프라인에서 평가자가 2회 첨삭지도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정 개발원장은 “고교 때 제대로 글 쓰기를 배운 학생이 드물다. 그렇지만 글 쓰기는 사회에 나가면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라며 “온라인에서 시사상식들을 배우고, 오프라인에서 2회 정도 첨삭 지도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이공대학은 지난 2011년부터 퇴직 중등교원을 활용해 기초학습능력이 취약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언어·수리·외국어 공부를 가르쳤다. 고교에서 직접 가르치던 이들이어서 노하우가 상당한 데다가, 퇴직 교원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교비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어서 강의료가 꽤 들어간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은 올해부터 지방 교육기관들과 MOU 등을 체결해 이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영남이공대학 교수학습센터의 황재규 연구팀장은 “퇴직교원을 활용한 학습은 지난 2011년 시작했다가 작년 2학기에 사실상 종료가 된 상태”라며 “프로그램의 효과 등은 검증됐지만 예산 부문에서 막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황 연구팀장은 이에 대해 “올해 안에 대구시 교육청이나 경북 교육청과 MOU 등을 맺고 강사료를 상향조정할 예정이다. 시간강사 등을 활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85.7%가 “기초학습능력 중요하다”

기초학습능력이 전문대학 교육과정 이수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기우 인천재능대학 총장, 이하 전문대교협)가 지난해 8~9월 전국 139개 전문대학의 기초학습능력 교육과정 운영 담당부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92개 대학 중 ‘매우 중요하다’고 한 대학이 25곳으로 27.1%, ‘중요하다’고 답한 곳이 54곳으로 58.6%였다. 전체의 85.7%가 기초학습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보통이다’는 응답은 13.0%였으며,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1.0%였다.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전체 응답한 92개 대학 중 국·영·수 기초학습능력 향상을 위한 정규교육과정 운영 대학은 71곳(77.1%)이었으며, 미운영 대학은 21곳(22.8%)이었다. 비정규교육과정으로 운영하는 대학은 43곳(46.7%)이었고, 미운영 대학은 49곳(53.2%)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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