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운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지 한 달이 지나고, 교육부의 업무보고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도 국공립대학에 대한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정부에서는 이른바 ‘국립대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 아래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국립대학의 자율성을 침탈했고,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수체계를 상호약탈식 성과연봉제로 변경했다. 국립대 교수들이 반대서명을 하고, 거리로 나가 그 부당함을 호소해도 지난 불통정부에서는 도무지 국립대 교수들의 주장과 호소를 들어주지 않았다.

또한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기 위해 인재유출과 열악한 재정으로 고사상태에 있는 국립대에 온갖 행정적, 재정적 협박을 가했다. 지방의 많은 국립대들은 살아남기 위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시늉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대학자율권을 제한하기 위해 협박하는 정부가 어떤 나라에 있는지 묻고 싶다.

국립대의 보수체계는 사립대에 비해 열악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보수결정원칙을 위배한 대통령령을 국립대 교수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하달했다. 성과급이란 기업에서 목표를 초과달성한 사원들에게 보너스로 주는 것이지, 다양한 전공과 분야로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지는 대학에서는 성과를 측정할 수가 없다. 더구나 새로운 성과급적 연봉체계가 기존의 봉급체계보다 못하다면 어떤 근로자가 이 제도를 받아들이겠는가? 이 제도 또한 어떤 나라에서도 시행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 제도는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

국립대학의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새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빨대처럼 빨아들인 수도권 사립대학은 공룡처럼 비대해지고, 그 동안 지역의 인재양성과 지역문화 창조에 이바지해온 지역의 국립대학들은 황폐해져 고사 직전의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현 정부는 공약대로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투자를 GDP 1%까지 늘려 지역의 국립대학에 지원하고, 이들 대학이 우수한 지역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역대학육성법을 9월에 발의하고, 고등교육 재정지원사업 역시 재편한 뒤 하반기에 세부추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둘 다 구체적 방안은 빠져있다. 오히려 정부의 재정책임을 회피하려는 국립대재정회계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 정부는 지난 정부가 대학 평가에 총장직선제 폐지 같은 지표를 넣어 한국의 대학 수준을 부끄럽게 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새 정부는 객관적 평가기준을 설정해야 하며 평가기관을 따로 둬야 할 것이다.

이처럼 국립대학들은 혼란스러운 여러 현안을 비롯해 열악한 재정과 지역인재의 유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이 같은 국립대학의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국교련과 빠른 시일 안에 협의체를 구성하기 바라는 바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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