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정체성 브랜드화, IT 융합 연구·교육으로 대학 특성화

평양 숭실 재건하고 사이버대는 오프라인 교육 환경까지 구축
“정부 대학 평가·지원 시 각각의 특성 고려해 자율성 보장해야”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숭실대의 제3의 창학을 이끌겠습니다. 평양에 이어 서울에서 다시 문을 연 숭실대가 향후 4년간 대학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다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한헌수(54) 숭실대 총장은 “숭실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앞으로의 4년은 대학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로 손꼽힌다. 숭실대는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대학 역사상 최연소인 한헌수 총장을 선택했다. 소통의 리더십, 혁신적인 대학경영에 대한 숭실대 구성원의 바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2월 4년의 임기를 시작한 한 총장은 “기독교 정체성을 바탕으로 세상에 봉사하는 인재를 육성하고 미래 20~30년을 내다보며 대학의 변화를 일궈 나가겠다”고 밝혔다.

▲ 한헌수 숭실대 총장
-취임 후 2개월이 지났다. 어떤 생각으로 대학을 이끌어가고 있나.

“숭실대는 민주화된 대학이다. 어떤 한 사람이 자신만의 생각으로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구조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의 리더십이 그 어느 대학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 구성원이 대학의 목표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 공유가 잘 돼야 한다고 판단해 모든 정보는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또 구성원들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대화함으로써 대학 운영 전반, 계획 단계에서부터 의견을 수렴해 나갈 생각이다.”

-민주화된 대학이기 때문에 대학발전 계획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

“숭실대는 교수·직원들의 대학에 대한 충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자신의 주장을 하면서도 대학발전에 대한 것에서는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움직인다. 대학 발전의 확실한 비전과 목표가 공유된다면, 그리고 이에 대한 동의를 이룬다면 지배구조에서 보다 훨씬 더 큰 파워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취임 당시 ‘기독교 정체성의 브랜드화’를 선언했다.

“숭실대는 기독교 정신에 내제된 ‘진리와 봉사’를 건학이념으로 설립됐다. 진리를 가르치고 세상에 봉사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숭실대가 세워진 목적이다. 기독교 정신에 기반을 두고 세워진 만큼, 숭실대는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크다. 모든 학생이 채플과 기독교 윤리 관련 교과목을 필수 수강하고 사회봉사 활동을 일정시간 이상 이수하고 있다. 기독교 정체성의 브랜드화는 숭실대의 이 같은 특성을 대학의 브랜드로 삼겠다는 것이다. 숭실대에 들어온 모든 학생이 자신의 가치를 찾고 사회에서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

-‘평양 숭실’ 재건도 약속했는데.

“116년 전 문을 연 뒤 일제의 신사참배를 거부해 폐교당한 평양 숭실은 숭실대의 마음의 고향이다.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곳이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 평양 숭실이 있었던 지역은 아니지만 평양에 대학 재건을 위한 부지를 어느 정도 확보해둔 상태다. 또 건립기금 모금, 준비위원회 운영 등을 통해 평양 숭실 재건을 꾸준히 준비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평양 숭실 재건은 대학의 의지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현지 관계자, 인근 대학들과의 교류·협력 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 평양에도 숭실대가 들어선다면 통일 한국의 교육의 축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모든 대학이 구조조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숭실대 역시 구조조정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구조조정이란 시대 변화에 따른 수요를 감당할 수 있도록 대학을 바꿔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전공을 만들어내는 일인데 미래 한국 경제·사회를 이끌어갈 학문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단과대학별로 어떤 분야를 도태시키고 어떤 것을 새로 진입시킬지 논의 중이다. 특히 그동안 숭실대가 쌓아온 IT분야 역량을 바탕으로 IT와 스포츠, 기계 등을 융합한 전공을 만들어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당장 몇 년 앞이 아닌 20~30년을 내다보고 충분한 고민과 논의를 거쳐 대학의 변화 방향을 설정하겠다.”

▲ 한헌수 총장과 환담하는 이인원 본지 회장(왼쪽)
-대학 재정 확충 방안은.

“선거 공약을 통해 연간 연구비 500억원 수주, 재단 수익사업 발굴 등을 약속했다. 숭실대의 규모·역량을 생각한다면 현재 연간 600억~700억원 정도의 연구비를 수주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다. 교수들에 대한 연구 지원을 강화하면 연구비 연 500억원 수주는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IT 융합 분야 연구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재단에 사업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보유 자산을 활용해 수익이 창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

-숭실대에 어떤 학생들이 오길 바라나.

“자신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사회 변화에 대한 의지, 무엇인가 해보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이 들어왔으면 한다. 성적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그러나 의지만큼은 반드시 가지고 있는 학생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학생들이 졸업 후 본인이 원하는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고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숭실사이버대 총장도 겸임한다.

“사이버대는 평생교육, 직업 재교육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생 동안 평균 5개 정도의 직종에 종사하게 된다는 통계가 있다. 직종을 바꿀 때마다 대학 4년을 다시 다닐 수는 없고 좀 더 짧은 시간동안 일과 병행하며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일반대학도 이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만 사이버대가 최적의 교육 수단이 될 것 같다. 향후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숭실사이버대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대학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율성’을 지켜주는 것이다. 자율성이란 정부가 대학을 평가·지원할 때 각 대학의 특성을 고려해주는 것을 뜻한다. 지난 정부에서 교육에 대한 지원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연구에 대한 지원이 압도적이다. 때문에 교육에 중점을 두고 가르쳐야 할 교수들까지 논문에 매달리게 되고 대학들은 점점 더 자신의 특성을 살리기 어려워지고 있다. 각 대학의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평가지표의 개발이 시급하다. 우선은 대학을 평가할 때 연구중심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하면 논문을, 교육중심으로 평가 받고 싶다고 하면 교육을 평가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숭실대 역사에 어떤 총장으로 남고 싶나.

“제 임기가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시점까지다. 때문에 학령인구 감소에도 숭실대가 발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놓는 게 제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학령인구가 줄고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었을 때 이 사회가 원하는 학문분야는 무엇이고 대학 재정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미리 내다보고 잘 풀어놓는다면 그 다음 4년은 누가 총장을 맡던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정리=민현희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 한헌수 총장은…

1959년 전북 익산 출생. 숭실대에서 학부과정을 마치고 연세대에서 석사학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숭실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어학원장, 정보통신전자공학부장, IT대학장 등의 보직을 역임했다. 현재 지식경제부 R&D 전문위원, 기획재정부 예산심의위원, 국제학술대회 SITA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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