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 4월 중순으로 향하고 있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등록금문제로 아직 갈등을 빚고 있다. 등록금심의위원회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명 등심위는 학교가 어떤 근거로 등록금을 책정하는지 등록금을 내야하는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하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숙명여대에서 최근 총학생회장이 등심위 구성상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없는 비율이라며 반발, 등록을 미루자 학교가 총학생회장에게 등록기한 내에 등록을 하지 않으면 '제적'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숙대 등록금 문제는 아직도 미해결 상태다.

중앙대는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이공계열 정원을 늘리면서 전체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이 인상됐다. 이 때문에 국가장학금 2유형 선정에 탈락했다. 세종대 등 일부 대학은 아예 신청도 하지 않았다. 장학금 규모를 대폭 축소해 지원 자격을 상실한 때문이다. 해당 대학 학생들은 학교의 등록금 정책 때문에 국가장학금 2유형의 수혜로부터 멀어졌다. 학생들은 학교를 원망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정부 여당과 여론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대학들은 최근 몇 년간 눈치 보기에 나섰고 등록금 인하가 불가피했다. 대학이 고육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결국 ‘꼼수’였다. 수업시수를 줄이고 시간강사들을 해고하면서 콩나물교실에 학생들을 밀어 넣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교육의 질은 급격히 하락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학생들은 차라리 등록금을 내리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정지원제한대학이나 하위 15%를 걸려내는 구조조정 차원의 대학평가에서 어떻게 해서든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취업 브로커를 고용해 학생 취업수당으로 1인당 100만원 이상씩을 써가며 취업률 높이기에 혈안이었다. 대학은 교육환경을 위해 투자하지 않고 평가를 위해 거금을 썼다.

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국공립대는 정부나 국가, 지자체인가. 사립대는 설립자나 오너 총장인가. 아니면 교수들인가. 그들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지만 주인 행세를 할 수 없다. 대접도 받지 못한다. 입학자원이 줄고 정원 채우기에 급급해진 현실 속에서도 일단 잡힌 물고기에게 더 이상 미끼는 없다. 학생 모셔오기에는 정성을 들이지만 일단 대학에 들어오면 푸대접을 받는다.

교육당국은 재정지원과 평가를 무기로 등록금은 낮추라고 하고, 구조조정은 빨리 하라고 하니 대학이 학생을 챙기기 어렵다. 그럼에도 대학은 학생들이 아니면 존립의 근거가 없다. 학생들의 학습권은 학교 안에서 그 무엇보다도 존중받아야 한다. 등록금의 책정이든 학과의 통폐합이든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의견을 들어주고 설득하고 머리를 맞대며 함께 해법을 찾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 대학은 학생들이 적합한 교육환경에서 열정을 가진 우수한 교수들과 공부하고 연구하고 논쟁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기에 학생들은 적지 않은 돈을 등록금이라고 지불하며, 아르바이트와 휴학을 밥 먹듯 하면서도 대학을 다닌다.

대학은 교육기관이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 아니다. 학생은 수익을 창출하는 대상이 아니라 투자해야 할 미래다.

다시 한 번 묻는다. 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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