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생각]QR코드 활용한 책 낸 신종우 신흥대학 교수

[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 책의 서문에 인쇄된 QR(Quick Response)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니 동영상이 뜬다. 저자가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설명하는 동영상이다. 58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에는 페이지마다 QR코드가 붙어 있다. 이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동영상, 이미지, 검색 결과 등이 나온다. 신종우 신흥대학 치기공과 교수(사진)가 올해 초에 낸 <치과기공학개론>이다. 신 교수는 전국치기공협회를 소개하는 페이지에 있는 지부장 사진 옆의 QR코드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해당 지부장 동영상이 재생됩니다. 이 영상을 책에 넣고자 제주도까지 가서 인터뷰 하기도 했습니다. 그저 사진으로만 보는 것보다 역동적이지요. 치기공협의회의 역사를 설명하는 사진들 역시 QR코드를 찍으면 족히 수백장이 넘습니다. 이걸 책에 모두 넣으려면 수천 페이지로도 부족할 겁니다.”

580여 페이지마다 적게는 1개에서 많게는 10여개의 QR코드가 책의 옆면에 붙어 있다. 700여개가 가까운 QR코드를 넣는 일은 상당히 품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신 교수는 왜 이런 고생을 했을까. “죽어 있는 책이 아닌, 살아 있는 책을 만드려 했다”는 설명이다.

“요즘 학생들은 책 보며 공부하다 궁금하면 스마트폰 꺼내 모르는 단어의 뜻을 찾고, 이미지를 검색하고, 동영상을 봅니다. 이런 것들을 제가 일일이 고려해 책에 QR코드로 넣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낸 책이 모두 25권인데요,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의 책들은 모두 죽어있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낸 책은 책 이외에 상당한 분량의 정보가 들어 있고, 학생이 마음만 먹으면 능동적으로 재밌고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책인 것이죠.”

책에 QR코드를 넣는 아이디어는 학생들에서부터 출발했다. 예전에 출간했던 책은 사진 자료와 실습 동영상을 CD에 담아 책 뒤에 부록으로 넣었다. 그렇지만 이런 방법은 한계가 있었다. 신 교수는 이를 보완코자 학생들이 매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주목했다.

“학생들 중 CD를 넣고 해당 동영상을 일일이 찾아 보는 학생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래서 꾀를 냈죠. 학생들은 스마트폰 하나씩은 다 있으니까, 책 옆면에 QR코드를 넣으면 읽다가 궁금할 때 찍어보도록 하자는 거였죠. 덕분에 시간과 공간에 관계 없이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는 책이 됐습니다.”

신 교수는 이와 관련 “교수는 ‘교수자’가 아닌 ‘안내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가 학생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은 이미 지났고, 학생이 공부를 잘 하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신 교수는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학생과의 ‘소통’을 꼽았다.

“요즘 학생들은 예전과 확연히 달라요. 칠판에 분필로 강의하고 몇 년 동안 내용도 제대로 바꾸지 않은 교재로는 더 이상 가르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소통하면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치기공과 교수인 제가 동영상 편집 방법을 배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학생들은 동영상에 익숙하거든요.”

신 교수의 소통은 단순히 단순히 책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그는 직접 운영하는 네이버까페 ‘미남 교수의 치기공 놀이터(cafe.naver.com/dtplayground)’에서도 QR코드를 적극 활용하며 학생들과 소통한다. 지난 2011년 3월 1일 개설한 카페의 회원은 모두 1400여명에 달한다. 신 교수는 모든 수업을 직접 캠코더에 녹화해 당일 까페에 올리고, 이를 QR코드로 만들어 카카오톡으로 보내준다.

신 교수는 본인이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것에서 탈피하고자 학과 수업 이외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직접 배웠던 동영상 편집 기술도 가르친다. 이를 배운 학생들은 신 교수의 까페에 자신들의 실습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영상에 신 교수의 댓글을 물론, 학생들의 댓글도 여러 건씩 달린다. 스스로 공부하면서 자신의 성과물을 올리고 서로에게 점검 받는다. 이 까페는 신 교수와 학생들이 어우러지는, 말 그대로 ‘놀이터’인 셈이다.

신 교수는 이러한 수업 방식에 대해 “아주 즐겁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많다”며 “그러러면 교수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목표가 언제나 ‘학생’ 임은 두말 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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