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엄마는 ‘이번에도’ 강했다. 부당한 일을 겪은 자녀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학부모들이 학교로 찾아와 담판을 지었다. 추락하는 교실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생들의 이야기다. 지식의 상아탑, 대학의 이야기다.

연세대와 한국외대에서 발생한 자유전공학부 폐지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한 것은 학부모다.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니 학부모 연합회니 하는 생경한 단체가 학교·총장과 면담을 통해 전향적인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학부모들의 요구로 학생들의 학내시위에도 요지부동이던 연세대는 자유전공학부를 2015년까지 유예키로 했다. 한국외대는 자유전공학부를 신설될 학부로 배속을 옮겼다.

불은 꺼졌지만 불씨는 남았다. 두 대학의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은 대학문제에 다 큰 성인이 학부모를 끌어들였다는 비판의 눈초리를 감내해야 한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 한 학생은 “학부모를 동원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손가락질을 받을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가락질만 우려할 게 아니다.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상실했음을 알아야 한다. 가진 권리가 훼손됐을 때 제 할 말을 하고 대처할 수 있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 이 과정을 우리는 학생자치권이라고 부른다. 대학생이 스스로 속한 사회를 고민하고 문제를 인식해 해결책을 찾는 것, 그것이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경험이 아닌가.

이 기회를 박탈한 것은 사실 학부모다. 총장에게 삿대질하고, 학교본부와 직접 협상하면서 자녀가 성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박탈한 셈이다. 강의시간표를 짜주고 학점관리에 취업 스펙쌓기까지 일일이 챙겨주는 것만 헬리콥터 맘(Helicopter mom)이 아니다.

자녀를 온전한 성인으로 키울 생각이 있다면 이제라도 학부모들은 대학생 자녀에게서 손을 떼야 한다. 자녀가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고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성인이 되는 것이 대학 졸업장보다 중요하지 않은가. 그러라고 보내는 대학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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