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서경대, 경전철역 교명 표기에 ‘드라이브’

서강대는 ‘서강역 → 서강대역’ 개정 작업 꾸준히

▲ 현재 공사 중인 서울 경전철 우이-신설선 노선도. L09역의 역명에 교명을 표기하고자 국민대와 서경대가 팔을 걷었다. (출처: ㈜우이트랜스 홈페이지)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전국에서 지하철·경전철 건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역명을 교명으로 정하거나 변경하기 위한 대학들의 노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역명에 교명이 표기될 경우 인지도 상승, 우수 학생 유치 등 이른바 ‘역명 효과’는 물론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이라는 상징성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국민대와 서경대는 현재 공사 중인 서울 경전철 우이-신설선 L09역(가칭 솔샘역)의 역명 유치에 팔을 걷었다. L09역은 국민대와 서경대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이 역이 개통되면 두 대학 학생들은 지하철 4호선 ‘길음역’에서 다시 버스를 타야하는 번거로움 없이 좀 더 편하게 등교할 수 있다.

주목되는 점은 두 대학이 동일한 역을 두고 역명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역명 유치로 인해 대학이 누릴 수 있는 효과가 막대한 데다 지역 대표 기관이라는 ‘자존심’까지 걸린 문제인 만큼, 향후 양 대학의 역명 유치전이 점점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두 대학은 최근 총학생회가 주축을 이뤄 학내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역명 유치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먼저 국민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말 약 1만명의 대학 구성원에게 지지서명을 받았고 향후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도 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박효훈 국민대 부총학생회장(사회학 4)은 “국민대는 40여 년간 정릉에 자리하며 지역을 상징하는 시설로 인식돼 왔다. L09역은 당연히 ‘국민대역’으로 표기돼야 한다”며 “대학 구성원, 지역 주민들로부터 받은 지지 서명을 다음달쯤 관계 부처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경대 총학생회 역시 이달 1~5일 재학생 대상 서명운동을 벌였다. 서명운동에는 재학생 절반가량인 3000여명이 참여했으며 총학생회는 교수·직원, 지역 주민들에게도 지지 서명을 받을 방침이다.

류희원 서경대 총학생회 대외협력국장(금융경제학 4)은 “L09역은 거리상 서경대와 가깝고 우이-신설선 건설 사업 초기에는 가칭 ‘서경대역’으로 불렸다. 이는 L09역 인지에 서경대가 보다 적합하다는 증거”라며 “역과 가장 가까운 대학인 서경대의 이름이 역명으로 표기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기존 역명을 변경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대학도 있다. 서강대는 지난해 12월 개통된 경의선 ‘서강역’의 명칭을 ‘서강대역’으로 개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 대학 일부 학생들은 ‘서강역 대책위원회(대책위)’를 구성, 재학생 1900명으로부터 지지 서명을 받아 서강역 개통식에서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에 전달한 바 있다.

대책위는 서강역이 신수동에 있지만 역명은 인근 서강동의 지명을 사용해 이용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신 서강역 50m 거리에 인지도가 높은 서강대가 있는 만큼 역명을 ‘서강대역'으로 개정하는 게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현재까지 철도 당국은 역명 변경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강진석 대책위 위원장(경영학 3)은 “최근 취임한 이사장, 총장도 역명 개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서강역 역명 개정을 위해 재단, 대학본부, 동문, 재학생, 지역 주민까지 모두 힘을 보태고 있어 전망이 밝다. 곧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지하철 1호선 ‘성북역’의 역명이 ‘광운대역’으로 변경됐다. 또 지난해 12월 개통된 지하철 분당선 연장구간 중 ‘상갈역’에는 루터대의 교명이 부기됐다. 루터대는 역명 부기를 위해 교수, 직원, 재학생, 전국에 있는 루터교회와 함께 서명운동을 추진했다.

수년전 지하철 개통과 함께 역명 제정에 성공한 서울 한 대학 관계자는 “지하철 개통 후 입시 점수가 눈에 띄게 상승했고 인지도도 높아졌다”며 “역명에 교명이 표기돼 있으면 학생·학부모들이 대학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게 된다. 때문에 대학들도 역명 유치에 힘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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