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엔 지방 발전 이끌 책무 있어 … 전폭 지원 필요”

“철밥통이나 사립대에 뒤처진다는 인식은 수긍하기 어려워”
“목포대 총장으로서 바람은 전남주민 생존 위한 의대 설립”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국공립대에는 지역 균형발전, 사회 양극화 해소를 이끌 태생적 책무가 있습니다. 새 정부는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국공립대의 역할을 강화하고 지방 국공립대를 특화 육성해야 합니다.”

고석규 전국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장(목포대 총장)은 “지방 국공립대의 교육·연구 인프라 충족을 위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자율성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회장은 지난 2010년 3월부터 목포대 총장, 올해 2월부터 전국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국공립대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다할 수 있게 뒷받침해주는 정책이 수립되도록 지혜를 모으겠다”며 “목포대 총장으로서는 지역 주민과 함께 20여 년째 추진해오고 있는 의과대학 유치를 반드시 이뤄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 새 정부 출범과 비슷한 시기에 회장에 취임했다.

“대부분의 국립대는 지방에 위치해 있다. 사실상 지방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정부가 지방대 집중 육성을 약속한 만큼 전국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장으로서의 의무가 막중하다. 지방대의 어려운 사정이 정부 정책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지방대에 정말 필요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게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연구팀, 교육부와의 상시적 논의를 위한 상설협의체 등을 마련해 적극 운영할 방침이다.”

- 현 시대 국공립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국공립대는 사회의 질적 발전을 선도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역사적 책무를 갖고 있다. 특히 국공립대 대다수가 지방에 위치해 있는 것은 지리적·계층적 양극화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함을 뜻한다. 이 같은 역할을 다하기 위해 현재 국공립대에는 대학 구조개혁, 특성화, 사회적 책무성 강화 등 자체적인 자정노력과 실천의지가 강하게 요구되고 있고 대학들도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최근 국립대가 사립대에 뒤처진다는 인상이 짙다.

“안타까운 점은 지방 국립대를 서울 상위권 사립대와 비교해 뒤처진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과거와 달리 지역적 여건이 대학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임을 고려한다면 공정한 평가라고 보기 힘들다. 같은 지역에 위치한 국립대와 사립대를 비교해보면 해당 지역에서 가장 잘하는 대학은 국립대다. 국립대가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 많으나 사립대에 뒤처진다는 평가는 수긍하기 어렵다.”

- 흔히 국공립대 교수를 ‘철밥통’이라고 부르는데.

“공무원이기 때문에 신분이 좀 더 안정적일 수는 있지만 ‘철밥통’이라는 인식은 다소 잘못됐다고 본다. 최근 국공립대 교수사회도 부지런히 변화되고 있다. 교수업적평가 등의 도입으로 연구·교육·산학협력 성과를 내기 위한 교수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국공립대의 교수 정년보장·승진 비율이 90% 이상에 달한다고 비판하지만, 이는 조건이 안 되는 교수는 신청을 안 하기 때문에 나오는 수치다. 표면적인 결과만 놓고 국공립대 교수를 ‘철밥통’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폐가 있다.”

- 지난해 정부의 직선제 폐지 요구로 국립대가 진통을 겪었다.

“개인적으로 폐지를 원하지 않았으나 총장으로서 불가피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아직도 회의가 남아 있다. 교수 사회는 자율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집단이다. 충분한 시간과 논의를 거쳐 직선제 폐지를 요구했다면 교수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충분히 답을 찾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모든 대학의 상황이 다른데 정부가 일괄적으로 직선제 폐지를 요구했다는 것, 교육기관인 대학의 일이 교육적인 과정을 거쳐 결정되지 못했다는 점이 여전히 안타깝다.”

- 직선제 문제를 포함, 지난 정부는 대학에 대한 규제가 지나쳤다고 평가받는데.

“학령인구 감소, 반값등록금 등 지난 정부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던 상황도 일부 이해는 한다. 그러나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낭비만 초래하고 다양성과 창조성을 해친다. 새 정부가 대학에 대한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평가기준을 다양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어 다행스럽고 기대가 크다. 대학마다 미래에 닥쳐올 위기를 알기 때문에 현재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부조리, 불법을 감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대학들의 자구노력으로 좀 더 바람직한 해결책들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 새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은 어때야 한다고 보나.

“고등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해 지방 국립대를 특화 육성하고 수도권은 사립대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 또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국립대 입학정원 비중을 전체의 5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사립대에 의존해왔던 고등교육을 원래대로 국가가 맡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방 국립대 육성은 지역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다. 정부는 지방 국립대에 대한 예산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교수충원율 등 기본적인 인프라부터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목포대 총장으로서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지난 3년여간 어떤 부분에 주력해왔나.

“지역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목포대가 위치한 전남 서남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역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수시로 이야기를 듣고 실천해왔다. 그렇다 보니 많은 지역 대학이 목포대를 ‘우리 대학’이라고 부르면서 의대 유치 등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대학 내부적으로는 ‘신해양 시대의 리더’를 육성한다는 모토를 세우고 전남의 전략사업인 해상풍력과 신해양산업 분야 특성화에 힘써왔다. 225㎾급 국내 대학 최대 교육용 풍력발전기를 학내에 준공하고 제5공학관을 완공하는 등 차별화된 인프라와 교육과정을 갖췄다.”

- 정부 지원사업 유치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구성원과 함께 최선을 다했고 좋은 성과들이 있었다. 먼저 2011년 광주·전남에서 유일하게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 사업, 광주·전남에서 최초로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에 선정됐다. 또 2009년 광역경제권선도산업인재양성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발판으로 지난해에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에도 선정됐다. 이외에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서울어코드활성화사업에 선정됐고 지난해 대학기관평가인증도 획득했다.”

- 취임 후 의대 유치에 박차를 가했는데.

“목포대 의대 유치는 대학은 물론 지역 주민의 오랜 숙원이다. 이에 따라 목포대는 지난 1990년부터 최근까지 약 20차례에 걸쳐 정부에 의대 설립에 대한 건의를 넣어왔고 2008년에는 ‘의과대학유치추진기획단’을 발족해 의대 유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전남은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대학병원이 없는 지역이다. 특히 전남 서남권은 전형적인 농어촌지역으로 전체 인구의 약 20%가 노인이고 기초생활수급자 비율도 약 8%에 달하나 의료서비스가 취약해 1인당 평균 진료비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전남지역 의대 설립은 주민의 ‘생존권’이 걸린 너무나 절박하고 당연한 일이다.”

- 내년 2월 총장 임기가 만료된다.

“목포대는 단임제이기 때문에 연임에 대한 고려는 없다. 남은 임기 동안 반드시 해내고 싶은 일은 단연 의대 유치다. 목포대는 이미 목포캠퍼스 등에 의대·대학병원 설립에 필요한 부지를 마련했다. 또 약학대학·간호학과·한약자원학과와 같은 의학 관련학과도 운영하고 있는 등 의대·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준비가 돼있다. 목포대에 의대가 설립된다면 지역에 특화된 맞춤형 의학교육을 실현해 지역 대학으로서의 책무를 더욱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 고석규 총장과 환담하고 있는 본지 박성태 발행인(오른쪽)

<정리=민현희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 고석규 회장은…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에서 학·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목포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도서문화연구소장, 인문과학연구원장, 다도해문화콘텐츠사업단장, 개교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장, 기획협력처장 등의 보직을 맡았다. 지난 2010년 3월 목포대 제6대 총장으로 취임한 후 광주·전남지역대학교총장협의회장, 지역중심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사)전남대불산학융합본부 이사장, 도시사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