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학들의 특정 인사 강연 불허를 보면서
[시론]대학들의 특정 인사 강연 불허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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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본지 논설위원·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최근 몇몇 대학들에서 소위 진보 인사들의 강연이 종북 인사의 강연을 반대하는 재학생들의 반발 또는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대학당국의 불허로 무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반대를 표명하는 일이나 학칙에 따라 강연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당연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사실상 우리 사회가 현재 우려할 만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큰 도전은 민주주의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 표현의 자유를 우리 스스로가 억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가 전체주의 사회와 가장 다른 점은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여러 다른 의견들을 바탕으로 갈등하고 충돌하고 토론하고 결국은 조금씩 양보하면서 합의에 이르는 것이 민주주의 과정이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원칙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나와는 다른 의견이나 주류가 아닌 의견에 대해서는 들어보려고 안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이 들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의 정답을 모든 이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이념적 또는 사상적 전체주의가 다양성과 자유탐구를 핵심 가치로 하는 대학 내에서까지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의 생명은 자유롭게 진리를 추구하는 데에 있다. 하나의 답을 주입하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생각들을 접하면서 그 다양성 속에서 나의 생각을 정리해 가는 탐구의 과정이 대학의 교육과 연구 과정인 것이다. 다양한 이념이나 생각이 토론의 무대에 올려지고 그것들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탐구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우리는 진리에 더 접근해 갈 수 있다. 토론과 탐구가 시작되기도 전에 내가 동의하지 않는 생각들은 미리 원천봉쇄해 버린다면 토론과 탐구가 있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아직 다양성에 채 노출되기도 전인 젊은 대학생들이 기성세대가 만든 틀 속에 갇혀서 나와 다른 목소리는 처음부터 차단하려고 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의 사건들에서 주목이 되는 또 하나의 사실은 대학이 진보단체 인사들의 강연 참석을 대학생의 정치활동으로 규정하고 학칙에 의해 강연을 불허했다는 점이다. 대학들이 정치인이나 정당인을 강사로 초빙하여 특강 행사를 하는 것은 일반화되어 있는 일이다. 이들은 때로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는 내용으로, 때로는 자유나 평등, 정의 등 민주주의 가치에 관한 내용이나 이러한 가치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으며 또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강연하고 학생들과 토론한다. 이러한 강연은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될 학생들에게 미래설계의 동기를 제공하고 우리의 삶과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면에서 각 대학이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시민단체나 진보 인사들의 강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 왔다. 그런데 이것을 갑자기 정치활동으로 규정함으로써 대학교육이 자칫 이념적 편향성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불어, 대학생들의 정치활동 금지라는 학칙 또한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2007년 인권위는 정치활동에 대한 금지가 대학생의 기본권 침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유권자에게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활동을 금지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오늘날 적극적인 정치참여는 민주시민의 주요 덕목이다. 과거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던 이와 같은 학칙은 우리사회의 발전과 함께 사라져야 할 구태 중 하나라고 하겠다.

이제 우리 대학은 이념에 관계없이 가능한 한 많은 의견들이 토론의 무대에 올려져 충돌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진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무대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학생들 또한 다양성에 자신들을 노출시키고 이러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가는 과정에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는 대학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세계적인 대학이 되고자 하는 우리 대학들의 열망은 토론의 장을 폐쇄하거나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 속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렵지 않을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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