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이 연구실 일일이 방문하고 전담 행정실 10년만에 부활도
“연구중심 정체성 확고히” “BK21+로 지원 시스템 강화될 것”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최근 대학들이 지난 수년간 학부생에 비해 소홀히 해왔던 대학원생 유치·관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눈길을 끈다. 특히 이 같은 움직임은 올해부터 7년간 총 3조3143억원의 국고가 투입되는 대학원 지원 사업 ‘BK21+’를 계기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대형대학, 지역거점국립대학 등 연구중심대학들이 대학원생 유치·관리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우수 대학원생 유치, 이탈 방지가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연구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이자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성균관대의 경우 김준영 총장이 지난달 2주에 걸쳐 하루 3~4시간씩 자연과학캠퍼스 내 464개 연구실에 방문해 교수, 대학원생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김 총장이 연구실을 대대적으로 돌며 대화를 나눈 것은 지난 2011년 1월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타 대학에서도 총장이 500개에 가까운 연구실을 집중 방문하는 일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이번 방문을 통해 대학원생들은 김 총장에게 해외 대학과의 공동연구 활성화, 우수 대학원생 유치 확대를 위한 단과대학 간 유기적 협조 체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대학원생들을 격려해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기초를 탄탄히 하고 학문 후속세대 육성, 교수 연구진흥에 탄력을 더하고자 총장이 일일이 연구실을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성균관대는 이달 8일과 11일 각각 인문사회과학캠퍼스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대학원 입학설명회인 ‘대학원 페어(fair)’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해 1학기부터 매 학기 열리고 있는 이 행사에는 전문대학원, 특수대학원은 물론 일반대학원도 참가해 입학, 교육, 연구, 졸업 후 진로 등에 관한 설명과 1대 1 상담을 벌였다. 타 대학 학생 약 150명을 포함해 총 450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대학원생들은 이 같은 행사가 우수 학생 유치, 대학원생 중도 탈락 방지 등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성균관대 사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최혜지씨(26)는 “대학원 진학 시 정보를 얻는 게 쉽지 않다. 대학원의 분위기, 연구 환경 등을 모르고 진학했다가 자신과 맞지 않아 중간에 그만두는 학생들도 많다”며 “대학원 페어는 대학의 우수 학생 유치는 물론 학생들의 대학원 선택과 안정적인 학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부산대·전남대는 이번 학기 시작과 함께 대학원 전담 행정실을 10여년 만에 부활시키며 대학원 집중 관리에 나섰다. 이들 대학은 그동안 교무처, 각 단과대학 등에서 담당해온 대학원 관련 업무를 전담 행정실로 일원화해 교수, 대학원생들에게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부산대는 2명, 전남대는 5명의 직원을 대학원 행정실에 배치했다.
최재원 부산대 기획처장은 “거점국립대로서 지역 내 타 대학과의 차별성을 강화하고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대학원 행정실을 부활시키게 됐다”며 “대학원 행정실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대학원생들에게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이 같은 대학들의 움직임이 BK21·WCU의 후속 사업인 BK21+를 계기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K21+ 선정 과정에서 △대학원 제도 개선·지원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시스템 개선방안 △대학원생 확보·배출 실적 등이 반영되는 데다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우수 대학원생 확보가 필수기 때문이다.
서울 한 대학 산학협력단장은 “앞서 실시된 BK21·WCU의 경우에 비춰 봤을 때 BK21+ 선정 여부에 따라 대학원의 생사가 갈린다. 때문에 올해와 내년 BK21+ 지원 대학 선정에 앞서 많은 대학들이 대학원생 유치·관리 시스템을 전격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대학들이 그동안 학부에 비해 소홀히 해왔던 대학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이라며 “BK21+를 통해 선진화된 대학원 지원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최재원 처장은 “BK21+를 앞두고 대학들이 향후 어느 방향을 향해 나아갈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연구중심대학으로 방향을 정한 대학들은 대학원 지원·관리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