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공동목표 이뤄내는 내실있는 이사회 돼야"

“대학에 자율권 줘야 창조적 인재 양성 가능하다”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지난해 재단과 대학본부와의 갈등으로 큰 풍파를 겪은 숙명여대 이사회가 얼마 전 신임 이사장을 맞이했다. 그 주인공은 손병두 이사장. 서강대 총장, KBS 이사장 등 대학과 재계를 넘나드는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그를 맞이한 숙명학원은 한층 고무된 분위기이다. 그동안 보여준 CEO형 리더십을 바탕으로 숙명여대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다.

그는 ‘사학’을 범죄 집단으로 몰고 가 무조건 쥐고 흔들려는 현행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 강력히 비판한다. 사재(私財)를 털어 우리나라 고등교육발전에 이바지 한 설립자들에 대한 예의나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손 이사장은 “이사회는 학교의 주인으로서 권리와 책임이 있다”며 “뒷짐 지고 가만히 ‘나 몰라라’ 하는 이사회가 아닌 대학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손병두 숙명학원 이사장

-숙명여대가 지난해 대학과 재단과의 문제로 시끄러웠다.
“단기적으로는 깊은 상처를 입은 구성원들을 치유하고 서로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 장기적으로는 체계적으로 대학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과제이다. 얼마 전 조직개편을 하면서 총장직속으로 ‘미래전략실’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장기발전위원회를 구성해 대학의 발전계획을 짜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 과정에서 대학 보직자들과 나를 비롯한 이사회의 생각 차이를 조율할 생각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숙명여대의 예전 명성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나라는 재단이 학교재정에 관여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이분법적 아닌가.
“좋은 지적이다. 재단은 학교의 주인이다. 주인은 그에 따른 책임이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대부분을 사학이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몇몇 사학에서의 비리를 가지고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예전에 대교협 회장을 지낼 때 사학을 마치 범죄 집단처럼 생각하고 규제만 하려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본처럼 사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역사가 오래된 사학의 경우 설립자가 학교에 전 재산을 투자해 교지, 건물, 시설 등을 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재정에 손대지 못한 채 재단전입금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지난해 숙대 사태도 그렇게 일어난 것 아닌가. 재단전입금으로 인해 학교의 재정이 다시 재단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경우다. 현실에 맞도록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단의 비리가 있으면 형법으로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 학교 설립자에 대해서 응분의 대우를 해줘야 그 후에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일방적으로 나가라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회사의 파산법처럼 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 학교를 설립한 숭고한 정신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앞으로 총장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 생각인지.
“어디까지가 총장의 책임이고 어디까지가 이사회의 책임인지가 핵심이다. 예를 들면 교수임용권, 조직개편 등 대학운영권을 이사회가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고 대학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숙대는 후자의 경우다. 이사회는 총장 선임권만 있고 경영에는 관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사회가 새로 구성되기 전 이용태 전 이사장이 교수임용권 행사 등을 이사회를 거쳐서 하도록 제안했는데, 황선혜 총장이 ‘그렇게 되면 많은 구성원들이 반발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결국 총장이 결정하되 시행할 때는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절충안이 마련됐다.”

-바람직한 이사회의 역할이란.
“이사회는 학교의 주인으로서 ‘돈’과 ‘사람’이 움직이는 것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다. 앞으로 이 두 가지에 관해서는 꼭 챙기겠다.”

-서강대 총장 재임 시 ‘CEO형 총장’으로 불렸다.
“CEO라는 개념이 꼭 기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조직이든 CEO는 있다. 대상, 문화, 목표가 다를 뿐이다. 리더는 목표를 가지고 모든 구성원들이 공동 목표를 이뤄낼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대학에서 일해 보니 기업에 적용하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CEO 경험은 어떤 조직에 가서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삼성꿈장학재단의 이사장도 맡고 있다.
“삼성꿈장학재단은 삼성그룹이 8000억원을 기부해 만든 재단이다. 현재 삼성에서는 재단 운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성적이 좋은 학생이 아닌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가 돼야 한다. 또 장학금을 일회성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할 때까지 꾸준히 주고 있다. 나무를 심어서 열매를 맺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만의 유일한 시스템인 ‘일대일 멘토링’도 자랑거리 중 하나다. 애초에 장학생 지원서를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내도록 하고 있다. 재단과 관계없는 장학생 선정위원회를 통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하고 있다.”

-화려한 이력을 소유하고 있다. 삶의 철학은.
“나는 사실 가난한 시골 출신이다. 돈이 없어 의대에 합격하고도 가지 못한 아픔이 있고 대학에 어렵사리 진학한 이후에도 등록금 내기가 무척 힘들었다. 재산은 오직 내 몸 하나였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성실’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생각이 된다.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박근혜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으로 서남수 장관이 취임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 주장(철학)은 같다. 대학에 자율을 주라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는 창조를 강조하고 있는데 창조적인 인간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대학에 많은 자율권을 줘야 한다. 이젠 3불 정책, 평준화 정책 폐지해야 한다. 일본만 하더라도 규제를 다 풀지 않았나. 이젠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대학들과 경쟁해야 한다. 말로는 글로벌, 글로벌 하면서 이사회와 대학과의 문제도 그렇고 학생선발에서도 자율권을 주지 않으면 어쩌자는 말인가. 입시의 경우 ‘단순화’하고 ‘예측가능’하게 해야 한다. 복잡하게 하면 할수록 사교육은 더 늘어나게 돼 있다. 대학 평가 기준도 그렇다. 편입정원을 늘리려고 했더니 기준에 교지확보율이 들어가 있더라. 숙대는 교지를 더 늘릴 수가 없는 학교이다. 학생 대 교수 비율, 장학금 수혜율, 교수 연구실적은 이해가 가지만 땅을 많이 갖고 있으면 유리하다는 것이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다. 시대는 엄청나게 빨리 가는데 규제는 머뭇거리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딱 두 가지다. 첫째는 국가관(애국심)을 가져라, 둘째는 기본으로 돌아가 선진 시민의식(준법정신)을 갖자는 것이다. 정직, 배려, 도리를 지키면 어디에서든 환영 받을 수 있다. 그것만 가지고 살면 험난한 세상살이를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다.”

▲ 손병두 이사장과 환담하는 이인원 본지 회장(왼쪽)

<정리=백수현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손병두 이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헐트 국제경영대학원(Hult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 경영학 석사, 한양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2년부터 81년까지 삼성그룹 회장비서실에 근무했고, 이후 동서경제연구소 대표이사, 한국경제연구원(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대표이사 부원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을 지냈다. 이어 서강대 총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한국경제연구원 상임고문, KBS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 한국선진화포럼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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