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준 동의대 교수협의회장

▲ 박순준 동의대 교수협의회장
대학들마다 정원조정과 대학구조조정을 단행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다가오는 위기에 대비해 생존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주된 수입인 등록금의 인하와 학생 수의 감소로 재정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지방의 사립대학일수록 심각한 양상이다. 이는 연구와 교육 환경 악화를 초래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교직원 생계마저 위협하는 급여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를 얻지 못한다면 이겨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 경영진의 구태의연한 운영 방식으로 구성원의 눈높이를 맞춰 나가지 못하는 사립대학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 경영진의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의사결정과 일방적인 정책 시행이 구성원의 참여를 차단함으로써 대학은 위기에 알몸을 드러낸 채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

대학 경영의 수장인 총장을 선임하는 과정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총장은 대학의 상징이자, 학문과 지성을 겸비한 대표자이다. 그런데 그런 지도자를 선임하는 학교법인 대다수가 총장 선임과정에서 구성원의 참여권을 차단하는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 나라를 이끌어갈 재목을 기르는 교육기관에서 가장 비교육적인 관행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대학 운영을 책임지는 총장의 선임 절차가 대학정관에 딱 한 줄로 명시된 대학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대학 경영의 투명성과 합리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는 지금, 사립대학들이 이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미 보도되었듯이, 학교법인이 법정부담금조차 제대로 내지 못해 교비에서 충당하는 것을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승인받아야할 정도로 학교법인의 재정기여도는 극히 낮은 실정이다. 학교법인이 대학의 재정 위기에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없는 상태라면 현행법상 총장 선임의 절차와 권한을 마음대로 행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법인이사회가 구성원의 뜻을 반영하는 절차와 규정도 전혀 없이 일방적으로 총장을 선임하는 권한을 누리도록 내버려 둬서도 안된다. 재단의 입김이 대학 운영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돼 공공재산인 사립대학의 사유화 현상을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은 반값등록금을 지원하기 위해 대학에 국민의 세금이 국가장학금의 형태로 투입되는 때가 아닌가.

사립대학의 공공성과 재정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총장의 선임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개방적이어야 한다. 이는 모든 분야에서 철저한 검증절차를 밟으며 개방과 참여와 공유를 유도하는 우리 사회의 주된 흐름이기도 하다. 학교법인이 이를 수용한다면 구성원의 신뢰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구성원을 대학 경영의 최고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권한과 책임을 공유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 대학 교수협의회가 총장 선임절차를 명문화하고 총장선출 참여권 확보운동을 전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은 우리의 이러한 운동이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대학들로 퍼져가게 해주기를 바라며 교육부의 사립대학 정책과 사립학교법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주기를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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