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훈 본지 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단체가 사법시험을 대신할 변호사 예비시험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로스쿨이 돈 없는 서민의 법조계진입을 차단하는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경제적 소외계층이 법조인이 될 기회조차 없는 사회가 과연 공정한 사회인가라면서‘서민들의 계층 이동을 위한 사다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참 그럴 듯하다. 그러나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의 논거는 허울만 좋다. 변호사 수를 늘이지 않으면서 마치 변호사가 될 기회가 확대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응시인원이 아니라 로스쿨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예비시험 합격자가 몇 명이 되든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고정되거나 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도입을 주장하는 예비시험을‘신분상승을 위한 사다리’로 포장하여 자신들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애쓰는 직역단체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그들은 로스쿨의 고비용 문제를 부각시킨다. 아예‘돈스쿨’이라 부르기도 한다. 연간 학비가 2천만 원이 넘는다며 과연 서민이 감당할 비용이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그들은 로스쿨의 장학제도에는 눈감는다. 그 비율은 로스쿨 인가요건에 포함되어 있어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인가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로스쿨 평가에서도 불리하다. 로스쿨이 저소득층・사회배려대상자 특별전형으로 정원의 5%이상 선발해야 하는 것도 법률상 인가요건이다. 2013학년도에는 총 128 명(6.1%)이 특별전형으로 선발되어 모두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계층이동을 위한 사다리를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는 중이다. 이러한 사실도 보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특별전형 선발에는 부유층 같은 자격미달자도 포함되어 있다는 일부 부정입학만 부각시키며 불공정하다고 꼬집는다.

사법시험을 존치하거나 변호사 예비시험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자들은 알고 있다. 이미 사법시험도 고비용을 들인 대학의 졸업자나 재학생이 거의 100%에 달하고 고졸 합격자는 매년 두세 명에 불과하여 이제 더 이상‘개천에서 용 날 수 없는 시험’이라는 사실을.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로스쿨이든 사법시험이든 예비시험이든 돈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변호사 예비시험을 신설하더라도 서민들이 합격자의 다수를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예비시험 합격자에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면 그들은 실무교육을 받지 못한 채 변호사 시험을 치르게 되어 민·형사실무가 포함된 시험에 합격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합격하더라도 실무교육을 받지 못한 미완성 변호사 자격자가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진정 서민들을 위한 사다리를 걱정한다면 이처럼 문제가 있는 예비시험을 주장할 것이 아니다. 로스쿨의 저소득층・사회배려대상자 특별전형을 확대하는 것이 그들에게 확실하고 든든한 사다리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진정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원한다면 변호사 시험 합격자를 늘려 서민들도 저비용으로 쉽게 법률서비스를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마땅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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