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겪던 경북외대가 교육부에 자진 폐교를 신청했다. 지금까지 스스로 학교 문을 닫은 대학으로는 광주예대(2000년)와 건동대(2012년)가 있다. 학사비리나 경영부실로 강제 퇴출당한 대학은 5개 대학이다. 경북외대는 2000년대 들어 시장에서 퇴출되는 8번째 대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민정부가 1995년에 도입한 대학설립준칙주의에 따라 대학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대학설립을 허용하는 이 제도는 1996년 제도시행 이래 무려 90여개 대학이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근래 들어 스스로 문을 닫겠다는 대학이 등장하는 배경에는 바로 이 대학설립준칙주의가 있다. 

여기에 저 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급감’ 문제가 현실화되면 파산하는 대학이 속출할 전망이다. 2017년부터 고교 졸업생 수가 대학 정원보다 줄어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2020년엔 대학들이 정원 10만 명을 채울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나 향후 10년 내 나타날 ‘거품 붕괴’에 대한 대비책은 미흡하다. 입학자원이 급격히 줄어드는 혼란 속에서 파산하는 대학이 속출하게 되면 이미 때는 늦게된다. 그러기에  MB정부는 대학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내세워 대학 줄세우기를 해서라도 강제로 구조조정을 시도했지만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의 개입없는 자발적인 구조조정은 불가능한가. 현행법 하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행법은 대학을 스스로 정리하려는 학교법인에게 잔여 재산을 국고에 귀속시키도록 하고 있다. 대학을 폐교하려면 설립당시 출연한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고 나가라는 의미다. 설립당시 출연한 자기 재산을 한 푼 돌려받지 못하고 물러나라는데 누가 자진해서 스스로 대학을 정리하겠는가.

지난 2009년 정부가 제출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정부 안)은 법인 해산 시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줬지만, 18대 국회가 19대로 넘어오면서 자동 폐기됐다. 지난 2010년 김선동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립대학 구조개선 법률안(김선동 안)’은 설립자에게 잔여 재산의 30%까지 지급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지만 역시 자동 폐기됐다.

다행히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2009년 정부 안과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 안보다는 김선동 안이 사립대들의 자진폐교를 앞당길 수 있다. 안타깝게도 김선동 안에 이어 후속 발의된 법안은 아직 없다. 민병주 의원 안도 현재 발의만 됐을 뿐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 관련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학 설립자들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그간 부정·비리로 사익을 추구하고, 경영 실패의 책임이 있는 설립자에게 잔여재산을 줘야 하느냐”는 논리로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멀지 않은 장래에 닥칠 ‘대학 파산’ 충격을 생각해보면 반대만이 상책이 아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설립자들에게 대학을 포기하는 데 따른 반대급부를 주더라도 지금 단계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수 있다. 그리고 건전한 육영의지를 갖고 사유재산을 출연, 대학을 설립한 사람도 많다. 

대학가에선 “퇴로만 열어주면 스스로 물러날 대학이 수십 곳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학 구조조정 문제를 질질 끌면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단기간에 예산을 투입해 문제를 조기에 정리하는 편이 낫다.  2017년이면 위기감은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자진해서 물러나고자 하는 대학에는 퇴로를 과감히 열어주는 출구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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