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신임 서거석회장을 선출한데 이어 사무총장을 교체했다. 서 회장은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대학재정 확충, 복잡한 입시전형 정리, 대학평가시스템 재정비, 대학간 균형발전을 취임 일성으로 제시했다. 그는 또 “학령인구 급감현상과 대학 재정위기는 대학들의 존립기반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며 “대학의 책무성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되고 있고 대학들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우려했다.

대교협은 대학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집단이기도 하지만 교육당국으로부터 직접 사업경비를 지원받아 배부·관리·운영하고 대학평가인증, 산업체관점 대학평가, 정보공시 관리감독 등 대학행정에 관련된 각종 지표나 수준을 평가하는 심판역할을 수행한다. 무엇보다도 전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대학입시관리, 대학입학사정관제도 기획운영 등 막중한 책임이 요구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같은 역학구도로 인해 교육당국과 대학 사이에서 그 정체성을 의심받지 않고 양자 간 소통을 조율하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지난 집행부까지 주요 사업에서 대학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드물고 대교협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행보가 늘어나면서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1년 반값등록금 논란이 불거졌을 때 고등교육재정 확대 약속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등록금을 동결하자는 성명을 낸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2014학년도 선택형수능’ 도입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대학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데 급급한 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대교협이 대학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위탁사업이 늘어나다보니 정체성을 둘러싼 왈가왈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정부 시절 대학입시 업무를 시작으로 정부 사업을 하나하나 가져오는 등 역할이 점차 증대돼 왔지만 이 과정에서 대학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보다는 교과부의 2중대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자조석인 목소리도 더불어 커져왔다. 대학정책이나 입시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교육부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도 평가지표나 지표 산정 방식 등 정책 결정은 교육부가 하고 대교협은 예산 배분 등 기계적 역할만 할 뿐이다.

박근혜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굵직굵직한 고등교육 국정과제가 제시돼 대교협이 할 일도 많아졌다. 대학입시 간소화, 공통원서접수시스템 구축, 대학평가 개선 등은 대교협이 주도적으로 풀어야만 하는 어려운 숙제들이다. 반값등록금에 따른 고등교육재정 확충 역시 대교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재정지원을 구실로 한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도 대교협의 막중한 책무 중의 하나이다. 국가장학금 제도 개선을 통한 대학 및 학생 부담 경감, 대학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한 평가시스템 개선, 대학특성화 등을 통한 지역대학 육성 등 대교협이 앞장서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지휘부를 교체한 대교협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일이 많은 만큼 대학 및 그 관계자들이 거는 기대도 작지 않다는 것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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