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비 3분의 1 예산···대학도서관법 기대

[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전문대학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정작 뒤에서 한숨을 내쉬는 곳이 있다. 바로 도서관이다. 정부 전문대학 정책의 핵심인 ‘수업연한 다양화’에 따라 전문대학도 교육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 수준은 이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지난 3월 발의된 대학도서관진흥법에 대한 전문대학 도서관의 기대가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도서관 예산 4년제 3분의 1= 현재 전문대학 도서관은 4년제 대학과 비교할 때 거의 모든 면에서 ‘3분의1’ 미만 수준이다. 우선 비교되는 부분이 소장도서 숫자다.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재학생 1인당 소장도서수는 4년제의 경우 54.5권에서 64.6권으로 18.53% 증가했다. 이에 반해 전문대학은 23.5권에서 24.7권으로 5.11% 증가하는데 그쳤다. 격차가 무려 2.62배로, 해가 갈수록 차이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재학생 1인당 자료구입비는 4년제 대학의 경우 10만3324원에서 12만8168원으로 24.05% 증가했다. 반면, 전문대학은 2만666원에서 2만4773원으로 19.87% 증가, 현재 격차가 무려 5.17배에 달한다.

재학생 1인당 자료구입비의 경우, 전문대학은 2008~2010년까지 2만666원에서 1만6972원으로 오히려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지난 2011년 1만7499원, 2012년 2만4773원으로 갑작스레 상승했다. 2011년부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실시하고 있는 기관평가인증에서 재학생 1인당 자료구입비 항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인증에 통과하지 못한 대학은 국고지원을 할 수 없도록 법률적으로 강제를 하자 대학이 ‘마지 못해’ 투자를 한 셈이다.

정진한 한국전문대학도서관협의회 사무국장(영진전문대학 도서관)은 이에 대해 “기관평가인증제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2년 동안 도서관에 대한 투자가 급하게 늘었다”며 “투자가 늘어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평가기준이 전체 전문대학의 평균으로 잡혀 있어 이 기준을 상회하는 전문대학은 더 이상 투자를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대학도서관법 발의 해답 될까= 전체 예산 대비 도서관 예산이 제자리 걸음인 점은 전문대학이 도서관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전문대학 도서관은 예산을 크게 늘리지 못한채 전체 예산 대비 0.3%를 이어오고 있다.

이러다보니 결국엔 법을 마련해 잘 하는 대학도서관에 지원을 해주자는 의견도 나왔다. 김세연 의원이 지난 3월 낸 ‘대학도서관진흥법안(이하 대학도서관법)’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제13조(대학도서관 평가)에 따르면, 대학도서관의 시설과 인력 및 도서관자료 등의 운영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할 수 있으며, 이를 대학도서관에 대한 재정지원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도서관법이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구분 없이 공통 적용되는 만큼, 실제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세부 규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상대적 열세인 전문대학이 차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전문대학 도서관장은 이에 대해 “대학도서관법은 ‘단비’와도 같은 법안”이라면서도 “다만 도서관의 원래 특성상 이 과정에서 ‘연구’를 내세운 4년제 대학에 지원이 쏠릴 수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 규모나 해당 인프라 차이가 심한 데다가, ‘직업교육’이 원래 목표인 전문대학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세연 의원 측도 이에 대해 “우선 대학 도서관 평가와 이에 따른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있다”면서도 “실제 법안이 통과된 후 세부 내용을 수렴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에 대한 구별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전문대학 특성화 찾아야 성공= 결국 전문대학 도서관이 잘 되려면 ‘특성화’를 하고, 이를 적극 홍보하며 알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4월 3일 도서관을 리모델링한 유한대학의 사례가 좋은 예다. 이 대학의 경우 시험기간에만 이용하고 활용성이 적은 공간을 학생들이 편안하게 방문해 열띤 토론과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보며 지식을 넓힐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으로 바꿨다. 특히 다른 전문대학 도서관과 달리 ‘세미나실’ 10실을 갖춘 게 특징이다.

대학 관계자는 “세미나실은 활용이 적은 공간에 학생들이 토론할 수 있도록 하고자 만들었다”며 “토론 시 막히는 문제가 있으면 바로 자료열람실에서 자료를 찾거나 PC를 이용해 해결할 수 있도록 ‘ONE-STOP 문제해결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외관상 변화 외에도 꾸준한 장서기증운동과 도서구입비 집중투자 등 적극 나서는 도서관도 주목 받고 있다. 지난 1993년 문을 연 혜천대학 도서관의 경우 지난해 12월 중순 전문대학 최초로 ‘장서 30만권’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밖에 웹진 발송과 블로그 구축 등으로 구성원들에게 도서관 알리기에 나서는 공격적 홍보를 하고 있는 영진전문대학, 이달 말 ‘전자도서관 박람회’를 연 명지전문대학·가톨릭상지대학도 좋은 사례로 꼽힌다.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한국도서관상’ 올해 수상자인 이두이 가톨릭상지대학 도서관장은 이와 관련 “현재 전문대학의 경우 1~2명의 사서가 수 천명의 학생을 맡고 있는데,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는 전문대학 도서관의 특성화를 꾀하기가 어렵다”며 “그럼에도 전문대학의 목표가 ‘전문직업인 양성’인 만큼 4년제대학과 달리 이 목표에 맞춰 전문대학 도서관이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또 “무엇보다 도서관이 학생들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설문조사나 박람회 등을 열어 요구를 확인하고, 만족도를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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