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10가지 대표 판례 연구 ‘표현자유 확장의 판결’ 펴내
“글쓰기 중시 학생들에게 받아온 생각쪽지서 보람”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너무 많은 것을 꺼리는 교수가 있다. 토론식 수업을 위해 수강생을 조절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토론을 하고 있으면, 중간 중간 조언을 해줄 법도한데 미소를 띤 채 지켜만 보는 교수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다. 수업시간마다 ‘토론 주제’를 던져놓고, 학생들 사이의 토론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일을 좋아한다. 물론 수업시간에는 해당 주제에 관한 이론적 지식을 설명해주기도 하지만, 학생들에게 이것이 정답이란 규정은 하지 않는다.

이 교수는 매주 학생들로부터 ‘생각 쪽지’를 받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토론식 수업과 페이퍼 과제가 많지 않았던 90년대 후반부터다. 그는 대학 강단에 처음 섰을 때부터 꾸준히 페이퍼를 받아왔고, 토론으로 수업을 진행해 왔다.

“전공·학문과 관계없이 글쓰기와 토론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해당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글이나 말로 풀어내는 과정을 익히기 때문이다. 졸업 후 어느 분야로 진출하더라도 글을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이 일의 기본이 된다고 생각한다.”

평소 학부와 대학원 수업을 같이 진행하다보면 매주 읽어야할 학생들의 ‘생각 쪽지’만 해도 120편이 넘는다. 분량의 적고 많음에 상관없이 늘 첨삭을 해주기 때문에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해당 학생을 위한 간단한 메시지도 담겨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페이퍼를 받아가는 학생들도 많다. 페이퍼 제출을 ‘자율’로 해 놓아도 꾸준히 내는 학생이 70%를 넘는 이유다.

주로 사회적인 문제를 주제로 잡아 쪽지를 쓰게 하지만, 때로는 개인적 고민을 쪽지를 통해 고백해 오는 학생도 있다.

“오래 전 어떤 여학생이 쪽지를 통해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려온 일이 있다. 수업시간에 그 학생이 누구인지는 지칭하지 않고, 그냥 ‘우리와 같이 공부하는 학생 중 고민이 있는 친구가 있는데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모두 마음으로 격려를 해 주자’고만 얘기한 적이 있다. 결국 그 여학생은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축하를 건넨 적이 있다. 쪽지를 통해 학생들의 생각과 고민을 알게 되는 것도 선생이 느끼는 보람 중 하나다.”

수업 중 학생 간 토론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신의 강의에 많은 학생들이 몰리는 것이 때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일부러 학생들이 꺼리는 시간대인 ‘금요일 오후’를 강의시간으로 택한 적도 있다. 그러다보면 ‘정말로 강의를 듣고 싶어 하는 학생들’로 자연스럽게 수강생들이 꾸려지게 된다.

이 교수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연구 주제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이다. 법학과 관련이 많기 때문에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 박사학위를 받고 강단에 선 뒤 법학공부를 시작했다. 2000년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1학년에 입학해 4년간 공부했다. 2006년에는 충남대에서 ‘언론 소송과 당사자 적격’이란 주제의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 방송대 학부 1학년에 입학한 것은 4년 동안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학문마다 특유의 문화가 있기 마련인데 석사만 했을 경우 이를 체득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금은 법학 박사과정을 밟으려 하고 있다. 학위를 받으면 법학전문대학원 강의도 맡고 싶다.”

한국언론학회를 비롯해 5개 학회 총무이사를 지낸 그는 언론학보·방송학보·언론과 법·언론과학연구·방송통신연구 등 여러 학술지에서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2008년에는 공적인 사안에 대한 언론보도를 연구해 ‘한국언론정보학회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방송서비스의 재판관할권 쟁점을 연구해 한국언론법학회가 수여하는 아홉 번째 ‘철우언론법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그 동안 연구한 결과물을 모아 <표현 자유 확장의 판결>(커뮤니케이션북스)이란 저서를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PD수첩 무죄사건 △야간 집회의 자유 △영화 검열 폐지 등 우리사회 표현의 자유를 확장시킨 10개의 대표적 판례를 소개한다. 자유민주주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천착해 온 연구자의 시각에서 대표적 판례를 제시한 것이다.

요즘은 1년간 헌법재판소 방문연구교수 자격을 얻어 매주 수요일마다 서울에 올라오고 있다. 이 교수는 “1년간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방대한 대법원의 판례 중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사례를 찾아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중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는 데 기여한 분들의 삶·사상을 정리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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