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순천대 활발한 움직임 … 창원대 등도 ‘드라이브’

의협 “국가 자원 낭비에 부실화 우려까지” 정원 증원 반대

▲ 각 대학들의 의대 유치전이 지역 주민들의 동참과 더불어 가열되고 있다. 무안 주민들이 지역 곳곳에 게시한 목포대 의대 유치에 관한 현수막.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올해 초 서남대 폐쇄 가능성이 점쳐지며 인근지역에서 본격화된 각 대학들의 의과대학 유치전이 정계, 주민들의 합세로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서남대가 폐교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고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학들의 의대 신설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현재 의대 유치전이 가장 치열한 대학은 목포대와 순천대다. 두 대학이 위치한 전남은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대학병원이 없어 의대 신설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특히 이들 대학의 의대 유치전에는 지역 주민들까지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목포대가 소재한 무안군 곳곳에는 “목포대 의대 유치, 무안군민의 힘으로 일궈냅시다!” “목포대 의대 유치는 무안군의 희망입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줄줄이 내걸렸다. 목포대가 2008년 ‘의대유치추진기획단’을 발족하며 본격화한 의대 유치전에 지역 주민들이 함께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김형진 무안군 청계면 번영회장은 “의대가 대도시에 집중돼 도시와 농촌 간 의료서비스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지역민들에게 의대의 필요성을 알리고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현수막을 게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목포대가 지난해 3월부터 추진 중인 의대 유치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도 지역 주민들의 동참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광주은행은 1만여명, 신한은행은 2100여명으로부터 직접 지지서명을 받아 목포대에 전달했다. 목포대는 현재까지 총 28만9000여명의 서명을 확보했다.

이 대학 고석규 총장은 “전남 서남권은 전형적인 농어촌지역으로 전체 인구의 20%가 노인이고 기초생활수급자 비율도 8%에 달하나 의료서비스가 취약해 1인당 평균 진료비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며 “전남지역 의대 설립은 주민의 생존권이 걸린 일”이라고 말했다.

순천대가 위치한 전남 동부권 지역 주민들의 의대 유치 움직임도 활발하다. 순천대는 지난해 12월 말 ‘의대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77만명 서명운동’에 돌입, 현재까지 9만6000여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NH농협은행 순천시지부 등 지역 주민들이 순천대의 서명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송영무 순천대 총장은 “전남 동부권은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어 대형 사고나 산업재해에 대비한 종합 의료기관의 설립이 시급하다”며 “순천·여수·광양을 아우를 의대와 대학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대학들도 의대 유치전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창원대는 이르면 이달 중 지역 주요 기관장을 중심으로 ‘의대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의대 신설에 드라이브를 건다. 이 대학은 지난 3월부터 창원지역 의대 설립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는 등 의대 유치를 위한 전략 수립 작업이 한창이다.

이찬규 창원대 총장은 지난달 열린 ‘전국 국립대학교 전·현총장협회’에서 “전국의 인구 100만 이상 9개 도시 중 의대가 없는 곳은 창원뿐”이라며 “지역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창원대에 의대가 설립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울시립대·군산대 등의 의대 신설에 관한 이야기도 지역 정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서울시의회 제246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공공의료 인력양성 측면에서 서울시립대 의대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서동완 군산시의원은 지난 3월 “군산대 의대 설립을 위해 전북 정치권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학가 곳곳에서 의대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수년 내에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 초 서남대 폐교 가능성이 거론, 이 대학의 의대 정원이 타 대학에 배정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으나 ‘서남대 지키기’에 대학 구성원과 지역 주민들이 사력을 다하고 있고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증원을 강력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사무처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의대 정원 증원은 국가적 차원의 낭비다. 특히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와 의전원으로 몰리면서 국가 인적 자원의 낭비가 심각하다”며 “OECD 평균과 비교해 의사수가 적어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각적·객관적인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대부분의 대학들이 ‘지역균형발전’을 의대 신설을 위한 첫 번째 이유로 꼽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대 설립의 가장 핵심적인 목적은 국민건강이다. 지역균형발전은 2차적인 목적”이라며 “서남대·관동대 의대 등도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허가를 내줬으나 부실한 운영을 지속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의대 신설 후 지방의무근무제 등을 시행하면 지방 의사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수입, 커리어, 자녀 교육 문제 등 때문에 대부분의 의사들이 의무근무 기간이 끝나면 수도권으로 유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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