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조직은 성과창출에 중요한 ‘한축’ ··· 전문성 제고 중요

 단편적 지표로 구조조정하기 보다 지역대 특수성 고려해야
"조직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낮은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순천향대 4대, 5대 총장을 지내고 지난 3월부터 제 7대 총장을 맡은 서교일 총장. 그는 순천향대에서 세 번째 총장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사립대학의 위기라 불리는 요즘, 예전보다 훨씬 더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사립대, 특히 지방대에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등록금 인하에 대한 사회적 압박과 대학 역량의 공개적 경쟁 체제로 인해 수입·지출 구조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사람중심의 경영, 협력과 배려,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대학문화를 창출해 이같은 위기를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대학, 지역과 소통하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최근 열린 개교 35주년 기념식과 비전선포식을 통해 “‘나눔교육을 실현하는 Unique University’로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동반자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 제4,5대 총장을 지내고 제 7대 총장이 됐다. 소회를 밝힌다면

“학교에 대한 애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하지만 지난 순천향대 4,5대 총장을 지냈던 4년 전과 비교해보면 사립대학 내·외부 환경은 급격히 변화됐고 안 좋아졌다. 대학을 운영하는 방식도 변화해야할 시점이라고 본다. 2015년부터 대학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대와 사립대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많아졌다. 앞으로 닥쳐올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끄는’ 리더십보다는 ‘받쳐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본다. 구성원이 먼저 대학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이끌 수 있는 기회와 동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총장의 역할이라고 보고 비전의 공유와 행정체계 효율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간사랑의 나눔교육을 실현하는 새순천향 2015’를 경영 비전으로 삼았다. 그 핵심은 무엇인가

“‘나눔교육’이다. 나눔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의 진로, 인성, 전임 교육을 아우르는 교과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1학년 과정에서 바른 인성 함양과 전문성 탐색이 가능하도록 신입생 모두 기숙사에서 학습공동체 생활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동체 생활 속에서 소위 ‘스펙’이라 불리는 능력은 물론,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한 예술, 체육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재학기간 동안 자신의 목표를 구체화하고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이외에도 ‘새순천향 2015’ 핵심 계획에는 우리학교의 특성화인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연구와 관련 대학원을 육성하는 것이 있다. 아울러 사회적 기업과 봉사 전문가를 육성해 ‘나눔교육’에 걸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1학년 전원이 기숙생활을 하려면 어려움이 많지 않겠나.

“학생들의 세심한 관리를 위해 멘토링 교수를 투입할 계획이다. 기숙학교가 잘되려면 사실 학생들을 관리하는 교수들의 힘이 많이 필요하다. 우리학교의 교수님들은 학생과 학교에 대한 헌신과 아끼는 마음이 매우 크다고 자신한다. 강제로 기숙 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학이 자유로운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을 고려해 기숙생활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1학년을 기숙사에 새로 들여 이미 기숙사에 살고 있는 2, 3학년이 나가는 일이 없도록 기존 기숙사외에 추가로 기숙사를 신축할 예정이다. 생활이 곧 교육이 되는 학습공동체의 성공과 실패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프로그램에 만족하고 열심히 참여하는지에 달려있다.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 컨텐츠와 학습 시스템이 필요하다. 따라서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사전에 학생들과 충분히 소통해 내실 있는 운영을 꾀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고 있다.”

-부총장을 4명이나 두는 등 대학본부 조직을 혁신하고 있다.

“올해부터 효율적인 업무처리와 절차의 간소화를 위해 ‘실무형 부총장제’를 도입했다. 대학행정을 보다 전문화하고 체계화하기 위해 경영부총장을 새로 영입하고 각 부총장의 업무영역을 명확히 세분화했다. 대학의 경쟁력은 품질 좋은 교육과 우수한 연구 성과로 집약되지만, 이러한 교육과 연구 성과를 받쳐주는 것은 행정시스템이다. 행정조직은 대학의 성과창출을 위한 중요한 ‘한 축’ 인만큼, 행정조직의 전문성 제고는 매우 중요하다. 행정조직이 곧 행정전문가 집단이 될 수 있도록 조직과 인적자원 개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13년째 지역주민을 위한 무료 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인간사랑’이라는 대학설립 이념을 실천하자는 뜻에서 의료봉사를 시작한 것뿐이고 의료지원이 필요한 곳을 다니다보니 어느새 13년이 됐다. 학생들에게도 자신이 가진 재능을 자신 뿐 아니라 남을 위해 쓸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고 있다. 나눌수록 재능의 가치가 높아지고 자신을 향한 자긍심도 높아진다. 이번 임기동안 ‘인간사랑의 나눔교육을 실현하는 새순천향 2015’를 경영의 비전으로 삼은 것이 바로 그 이유다. ‘나눔교육’은 구성원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지식을 나누며 연구와 봉사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대학교육의 신 개념이라 할 수 있다.”

- 지역사회에 대한 순천향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역과 대학이 함께 발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대학이 지역에 뿌리를 두지 않으면 결국 세계적인 대학으로 뻗어 나갈 수 없다. 우리대학은 일찍부터 아산학 강좌, 지역학 연구 등 지역사회와 서로 협력하며 공동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일례로 나눔교육을 실천하고 지역사회 경제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아산시, 충청남도 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대학 주변에 사회적기업을 유치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행복나눔지역특구 추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과 밀접한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준비할 것이다.”

-교수조기승진제도를 도입했다

“우리 대학의 승진요건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급변하는 대학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주의 원칙, 둘째, 능력 있는 사람에게 공평하게 승진의 기회가 부여되는 기회부여의 원칙, 셋째, 훌륭한 업적과 공로가 있는 경우 승진자격에 이를 반영하는 업적주의 원칙이다. 이번에 시행한 조기승진제도는 이러한 승진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그간의 연공서열 승진 기준과 업적·능력에 따른 승진  기준을 조화시킨 효율적 인사관리 시스템이다. 우수 연구와 창의적인 학생 교육, 대학 발전에 이바지 한 교수에 대해 피부에 와 닿는 인센티브 혜택을 주어 교수의 동기부여와 자기 계발의지를 강화함은 물론, 대학의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조기심사 시에는 연구업적 뿐 아니라 교육, 봉사, 산학협력 실적 등 다양한 평가기준도 마련하고 있다.”

- 새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반값등록금이 화제가 되다 보니 ‘누가 교육비를 부담하느냐’가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1인당 학생 교육비를 얼마나 늘려 어떻게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한다. 이와 함께 취업률을 우선순위로 삼고 대학을 평가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단편적인 지표를 가지고 순위를 매겨 하위권 대학을 구조조정 하는 것 보다는 지역대학의 특수성을 고려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서교일 총장과 환담하고 있는 박성태 본지 발행인(왼쪽)
- 총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일이 있나. 순천향대의 발전방향은 어떠한가.

“비전과 가치관을 구성원 전체가 공유하고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대학의 비전이 ‘존경받는 대학’이듯 순천향대의 교수, 직원, 학생 모두가 존경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해야 세계적인 명문 사학이 될 수 있다. 이로써 다른 대학과 차별되며 ‘적어도 순천향스러운 것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대학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대학발전을 위해 모든 구성원이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획하고 거리낌 없이 실행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드는 총장이 되고자 한다. 조직의 가장 위에 있는 총장이 아닌, 조직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낮은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대담=박성태 본지 발행인, 정리=손현경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 서교일 총장은 …
1984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 대학원 석사, 박사를 나왔다. 1993년 순천향대 의과대학 내과 교수로 지내다 순천향대 부총장, 순천향대 의료원 원장을 거쳐 2001년부터 2009년 2월까지 순천향대 4, 5대 총장을 역임했다. 2013년 3월 제7대 순천향대 총장으로 취임, 현재 지구촌 공생발전운동 연맹 고문, 한국전쟁기념재단 부이사장, 대한내분비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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